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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2차 변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2025.02.10 [공동취재]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2차 변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2025.02.10 [공동취재] ⓒ 연합뉴스

국회 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두고 재판관 평의에서 나온 각하 의견의 수에 따라 본회의 의결을 통한 보정 기회를 주기 위해{민사소송법 제59조(소송능력 등의 흠에 대한 조치) 참조} 변론을 재개할 작은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변론 종결 시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별도로 정해 통지하기로 한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내 예상과 달리 각하 의견이 기각 의견과 합쳐서 3인 이상에 달할 정도로 많이 나와 청구인에게 본회의 의결을 거칠 기회를 주기 위해 다시 변론을 재개하는 경우 적어도 선고 연기 반복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라도 피하려면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은 편이 낫다.

이는 결과적으로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탄핵심판 결정 선고 시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가진다. 임명보류 권한쟁의는 이미 너무 지연되어서 재판부 교체로 인한 변론 갱신 절차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으려면 권한쟁의 심판 선고시점을 탄핵심판 변론 종결 후로 미루는 게 더 안전하다. 본회의 의결이 2주 이상 걸린다는 국회 측 대리인의 변론기일에서의 답변을 보면 국회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보류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신속한 진행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마은혁 재판관 임명 시점 조절로 변론갱신 시점을 늦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은 실효성이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초중반에 헌법재판관 9인의 완전체를 구성할 가능성도 물 건너갔다.

양승태의 성공 전략, 윤석열도 꿈꿨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형사소송규칙상 녹음물에 대한 변론 갱신은 그 녹음을 재생해야 한다는 규정(형사소송규칙 제144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 제3항)의 "틈"을 이용하여,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변론 갱신을 조서의 일부가 된 증인신문 녹음물 등을 모두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주장, 관철시킴으로써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7개월의 재판지연을 이루어냈다. 법원은 10여년 전부터 변론조서나 증인신문 조서 전부 또는 일부의 원본을 법정 녹음파일로 대체하고, 해당 부분은 '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다만 녹취서만 붙이는 방식을 채택한 이후 이를 대부분의 변론절차에 확대적용하였다.

조서의 일부가 된 법정녹음을 포함하여 녹음물의 전체 재생 형태의 변론 갱신방법은 비판이 많고,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도 그 개선 필요성이 지적된 바 있다(이민형, "법정녹음을 활용한 바람직한 재판의 운영 및 기록화 방안 - 녹음제도의 확대 및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 사법정책연구원, 2022, 166면 이하 참조). 이런 문제점으로 인하여, 조서의 일부가 된 녹음물의 경우에도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그 요지를 고지하는 등의 보다 간이한 방법으로 갈음해왔다(형사소송규칙 제144조 제2항).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이에 대하여 부동의하여 거의 모든 형사재판(자신이 과거 1, 2심 재판장으로 진행한 재판을 포함하여)에서 몇 십분 아니 사실 많은 경우 몇십 초면 끝나던 변론갱신 절차를 수십 년의 형사재판 실무 역사상 처음으로 하루 이상 지연시켰다. 변경된 재판부가 법정녹음물을 법정에서 다 재생하여 듣는 것을 포함한 변론갱신에는 7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 내용이 법정녹음되더라도 그것을 종이(혹은 전자문서)로 된 변론조서나 증인신문조서를 대체하는 조서원본으로까지 삼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헌법재판소 심판규칙 제12조(구두변론의 방식 등) 제7항에서 녹음물을 조서의 일부로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등의 변론조서, 증인신문조서의 작성에 위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정 녹음을 하더라도 이를 조서 작성에 참고하기 위한 정도로만 활용하고 법정 녹음물로 변론조서나 증인신문조서를 대체하지는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종이(혹은 전자문서)로 작성된 변론조서와 증인신문조서가 원본으로 기록에 편철된 경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같이 녹음물 전체 재생 방식의 변론갱신을 주장하여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녹음물은 조서의 일부가 아니므로 설사 형사소송절차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다만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완화해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변론절차의 갱신은 당사자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문서화된 변론 내용, 증거조사 내용의 고지, 열람 등으로 간략히 진행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4조 제1항 4, 5호, 형사소송법 제292조 제3, 5항). 나머지 진술거부권 고지, 인정신문,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요지 진술, 공소사실의 인정여부 및 정상에 관한 진술 기회 부여(형사소송규칙 제144조 제1항 제1호부터 3호까지) 등의 절차는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몇 십분이면 족하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다르다

설사 변론조서나 증인신문조서 일부 또는 전부가 녹음물로 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심판절차상 전문증거, 즉 사람의 경험을 진술하는 내용의 증거(예 :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진술서)에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전문증거 법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에 관한 규정이 탄핵심판절차에 함께 준용되더라도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준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변론 갱신 절차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전문증거 법칙이 변론 갱신 원칙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의미를 갖는 절차 규정인 점을 고려하면, 조서의 일부가 된 녹음물에 대한 변론 갱신 절차도 형사소송절차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더구나 전문증거 법칙은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된 법률상 원칙이다. 반면 녹음물이 조서의 일부가 된 경우 재생하여 변론을 갱신한다는 내용은 법률의 내용도 아니고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정한 형사소송규칙에 정해진 내용일 뿐이다. 더구나 대법원이 녹음물로서 조서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한 것은 10여 년 전 조서 작성 관행을 변경하여 이룬 것이고, 과거 공판 조서 요지의 고지로 가능하던 변론 갱신이 녹음물 재생으로 바뀌어 버린 것은 의도하지 않은 부주의한 우발적 효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규칙상 녹음물에 대한 변론 갱신 절차를 탄핵심판에서 반드시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결국 법정 녹음물이 변론조서나 증인신문조서를 대체하는 식으로 탄핵심판 기록이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그 핵심 내용을 고지하는 것으로 변론 갱신 절차를 진행해도 무방하다. 재판장의 직권 판단에 따라 요지 고지만으로 불충분하여 녹음자료를 직접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필요한 부분을 몇십 초, 몇 분 정도 발췌하여 들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 이정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있어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법칙 등의 절차원칙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2004헌나1) 당시 같은 쟁점이 문제되었다. 당시 피의자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더라도, 즉 증거에 부동의하더라도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 탄핵심판에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헌법재판실무제요 제3개정판, 523면). 이번에도 그러한 선례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2022년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배제 요건이 종전의 진정성립, 즉 "내가 말한 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주장"에서, 그 내용의 부인, 즉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으로 완화되었다는 점을 달라진 사정으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과 다른 증거법칙을 적용한 이유, 즉 탄핵심판은 형사상 범죄에 대한 유무죄의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라 피소추자에 파면이라는 징계 책임을 묻는 절차로서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을 그대로 준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거를 고려할 때 의미가 없는 주장이다. 진정성립이든, 내용 부인이든,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이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달라질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비상식적 계엄' 일어났으니, '비상식적 예측'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상식적인 예상을 깨버렸으므로 비상식적인 진행도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첫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는 마지막 변론기일 직전에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마은혁 재판관이 처음 참여하는 변론기일에 변론 갱신을 위한 절차를 한두 시간 혹은 몇 시간 정도 추가하여 진행한 후 예정대로 변론 종결하는 방식으로 명백한 재판 지연 목적의 자의적 임명시기 조절에 대응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그 다음날이나 1~3일내에 짧게 변론갱신만을 위한 추가 변론기일을 진행하되 선고기일은 당초 예정대로 정하면 된다.

물론 선고기일을 몇 일 혹은 1주일가량 늦추는 것도 방법이나 임명을 계속 보류하다가 변론 종결 직전에 임명하여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꼼수에 헌법재판소가 따라주는 모양새는 오히려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겠지만 변론 갱신으로 인하여 변론 종결일이 몇 일 지연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마은혁 재판관의 탄핵심판 참여 자체가 또 다른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면, 마은혁 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회피하고 8명의 재판부가 이를 허가해 주는 방안도 있다. 회피가 불허된 경우에도 마은혁 재판관 임명 후 변론 갱신절차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방지가 헌법재판소 재판의 권위와 신뢰 확보에 정말 중요하다면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자진사퇴하는 극단적인 방안도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둘째, 변론 종결 후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시나리오이다. 일부 언론은 이 경우에도 변론을 재개하여 다시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희망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론 종결 이후에 재판부의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새롭게 임명된 재판관이 판결의 선고에만 관여할 경우 변론을 재개하여 갱신할 필요는 없다(형사소송법 제301조 단서). 새로 임명된 1명이 빠져도 탄핵 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만 않는다면 8명 재판관들의 의견만으로 성립된 결론으로 판결이 나가면 된다. 실제 법원에서는 정기인사로 인한 재판부 변경이나 출산, 경조사 등으로 인한 긴급한 재판부 변경 시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 마은혁 재판관은 선고에만 관여하므로 판결문에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고, 다만 선고기일에 참석하여 선고에만 관여하므로 선고조서에는 선고기일 출석 법관으로 기재된다.

다만 최상목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의 의도가 명백하면서도 그 지연효과도 달성하기 힘든 비상식적이며 자의적인 기습임명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이후 임명보류 권한쟁의 심판의 선고기일이 탄핵심판 변론종결일 후로 정해지는 경우 그러한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전직 판사이자 육군종합행정학교 군형법 교관입니다


#헌법재판소#마은혁#헌법재판관#최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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