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관 3인 선출안 국회 본회의 통과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10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 간의 권한쟁의심판 제2차 변론기일이 진행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3일을 선고일로 지정하였으나 피청구인인 최상목 권행대행 측에서 국회 의사결정 절차의 흠결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 차례 변론기일이 추가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권한대행측의 '변론기일 재개' 요청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인 이유는 최종 결정의 방향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신속한 재판진행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선출하였으나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 가운데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여 2025년 1월 3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에서 국회가 당사자가 되는 심판절차는 ① 탄핵심판 ② 권한쟁의심판이 있는데 '국회법'에 탄핵심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권한쟁의심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없다. 권한쟁의심판의 절차적 흠결에 대한 확인이 법률의 해석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완료된 헌법재판관 후보 선출에 대한 국회 결정
제2차 변론기일에서 추가로 제기된 쟁점은 세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선출한 국회의 의사결정과 별도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국회의 권한침해를 확인하기 위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관한 추가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지 여부다.
국회는 3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 의안마다 여당과 야당의 당론이 다르고, 국회의원 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는 각각의 의안마다 그때그때 국회 전체의 의사결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헌법 제49조)는 '다수결원칙'이 적용된다.
다수결원칙의 핵심은 국회의 표결에 참여한 국회의원 과반수의 의사는 전체 국회의원의 의사로 의제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다수결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관한 의사결정은 전체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으로 간주됨으로써 각각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은 완료되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현행 헌법에 따르면 아홉 명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되(헌법 제111조 제2항), 이 가운데 세 명은 국회가 선출한 후보자를, 나머지 세 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를 임명한다(같은 조 제3항). 대통령에게는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부여되어 있지만 국회 선출 후보자나 대법원장 지명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에서 재량영역은 사라지고, 임명의무만 남게 된다(관련기사 :
최상목 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권한 자체가 없다 https://omn.kr/2c2tc ).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거부(보류)행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권한의 행사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러한 권한침해에 대해서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문제는 이미 이루어진 국회의 개별적 의사결정에 대해서 국회의장이 이를 대표하여 별도의 추가적인 의사결정 없이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에서 피청구인 측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과 국회 추천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은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리 재판과 권한 재판, 청구 주체에 차이 없어
각각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개별 국회의원의 찬성의사와 그 후보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지 않았을 때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관한 개별 국회의원의 찬성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난센스다. 특정한 국회의원이 특정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찬성의사를 표시했는데 바로 그 후보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지 않았을 때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데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가?
현재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다섯 명은 국회에서 선출되거나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되었는데 특히 이들에게는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위한 별도의 의사결정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날 변론에서 김형두 재판관이 이전에 국회의 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한 적이 있다고 하자 피청구인 측은 소송의 대상이 권리가 되는 경우와 권한이 되는 경우는 다르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재판이든 권한을 주장하는 재판이든 재판을 청구하는 주체가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도 확인할 수 없다.
명백한 증거로 탄핵된 권한대행의 논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정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관한 의사결정과 별도로, 그러한 의사결정이 대통령권한대행의 존재하지 않는 권한의 행사로 침해되었을 때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관한 의사결정을 추가적으로 국회에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우회의 길을 강요하는 것이다. 변론기일에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관한 별도의 의사결정도 가능하다는 국회 측의 의사가 재판부에 전달되기도 했으나 이러한 의사표시가 청구의 부적법성에 대한 인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반수의 각하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변론기일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며 같은 날에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문이 여야합의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로 다시금 제시되었다. 여야합의가 확인되지 않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논리가 명백한 증거로 탄핵된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의 선고 일자를 일주일 안에 공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결정의 주문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지도 않는 임명거부(보류)권을 행사한 처분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으니 그러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이 될 것이다.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으므로 임명거부권 행사처분을 취소하고 새롭게 임명의무에 따라 임명처분을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헌법위반을 반복하는 것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국회가 더 이상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정치적 역풍이나 정치적 불확실성 제고의 부담을 이유로 미룰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