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025. 02. 05. ⓒ 소중한
윤석열 대통령의 옥중 '알박기' 인사 논란에도 고위 경찰 승진이 기습적으로 강행된 가운데, 이번 인사가 윤 정부의 '역린'인 비화폰(보안 휴대전화) 서버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경찰의 계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윤' 남제현 신임 행안부 경찰국장, 국수본 인사 관여 우려
경찰 안팎에선 특히 윤 정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출신의 '친윤' 남제현 신임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승진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2인자'로 승진한 박현수 신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인사에 가려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직무상 계엄 수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는 경찰국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찰의 계엄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서울청장 직무대리(치안정감)가 계급은 더 높다 해도 서울청 관할 수사에만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행안부 경찰국장(치안감)은 인사권을 이용해 국수본 수사 라인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계엄 수사를 뭉개려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출신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행안부)경찰국장은 전국의 지방청장 인사부터 총경급 서장 인사를 다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며 "(남 신임 국장이)비화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 인사를 다른 곳으로 빼려 한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행정관은 "얼마 전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경찰에)폰을 제출했고 김성훈(경호처 차장)과 이광우(경호처 경호본부장)의 비화폰이 (경찰에)압수를 당하는 등 이제 막 (비화폰 수사가)시작하는 단계"라며 "여기서 국수본을 흔들어 놓으면 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뒤에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의 모습이 보인다.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은 두 번 연속 검찰에 의해 막힌 상태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 현직 경찰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시국에 경찰국장 인사가 이뤄졌다면 계엄 수사와 관련이 높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특히 최근 비화폰 수사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갑작스런 인사의 계기였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경찰은 "지금까지는 검찰이 사실상 경찰의 비화폰 수사를 돌려세워 왔지만,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라며 "정권 입장에서 더 이상 수사를 무작정 막아 세우지 못한다면, 수사를 '관리'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을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남 국장은 '친윤' 색채가 강한 인사로, 박현수 신임 서울청장 직무대리와도 가까운 측근"이라며 "윤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경찰 수사가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데 대한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비화폰 서버 등을 관리하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두 번 연속 반려해 비화폰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는 의심을 샀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3차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화폰 수사 압박 커지자 경찰 고위 인사"… 경찰 내부서도 '반발'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박현수 신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 국회
남제현 국장은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와 경찰대 10기 동기일뿐더러 고향도 같은 충청권 출신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친윤' 경찰로 윤 정부에서 초고속 승진한 박 직무대리가 남 국장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끌어줬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이번 기습 인사에서도 경찰국장에서 서울청장 직무대리로 영전한 박 직무대리의 빈자리를 남 국장이 그대로 물려받은 꼴이 됐다.
박 직무대리는 12.3 비상계엄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물론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조 지원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과 통화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내란 연루 의혹 논란에도 박 직무대리는 이날 공식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박 직무대리·남 국장과 함께 지난 7일 경찰 고위 인사에서 승진한 조정래·박종섭 경무관 역시 각각 윤 정부 대통령실 경호를 맡은 101경비단 부단장과 국무조정실 출신 '친윤' 경찰이다. 이번 인사의 막후에 용산이 있다는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9일) 경찰 내부망에 '경찰 고위직 인사, 원칙도 기준도 없는 권력의 장난. 이게 조직인가, 개판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것이 이날 외부에 알려졌다. 해당 글에는 "경찰로서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국민을 지키는 것이지,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박 직무대리는)총경에서 치안정감까지 단 3년, 경찰 조직을 위해 헌신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과 권력기관을 전전하며 정권의 비위를 맞춘 사람이 단숨에 승진하는 구조"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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