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회는 2월 6일부터 4주간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권김현영, 김누리, 장혜영, 박지아 4명의 페미니스트 민주주의자와 함께 윤석열 탄핵 정국을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 포스터 ⓒ 서울여성회
2월 6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여성회가 주최한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가 막을 올렸다. 첫 강좌에서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분노하고 격노하는 남성성과 다정한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현 시국에서 두드러진 극우 포퓰리즘을 분석하고 앞으로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로 '다정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 ⓒ 서울여성회
윤석열 이후 우리가 싸워야 할 '급진우익'
권김 소장은 세계 우파 정치의 흐름을 짚으며, 카스 무데를 인용해 극우 세력을 '극단우익(ExtremeRight)'과 '급진우익(RadicalRight)'으로 구분했다. 극단우익은 무력을 수반하여 법적으로 처벌되지만 급진우익은 법치나 권력분립을 부인하고, 포퓰리즘을 추구하는데 법적 처벌보다는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권김 소장은 현재 한국의 극우 세력을 "극단우익인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급진우익들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하며, "윤석열이 탄핵된 이후에 대중화된 급진우익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을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는 페미니스트들이 급진우익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어떻게 싸울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권김 소장은 '다정한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헤게모니 남성성이 상상하는 사랑과 다정함이 '부인이 차려준 아침밥'과 '귀가하면 아이를 안고 활짝 웃는 아내'라면, 페미니즘은 다른 '다정함'을 발명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남태령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서로 음식을 나누어주며 돌보았던 상호 호혜의 공통감각을 기억하고, 확장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권김 소장은 남태령은 "힘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지배엘리트에 의해 독점되지 않으며, '모두'라는 지향이 사회의 근간임을 잊지 않는'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상호 호혜로 주고받는 사랑은 "상호인격적인 사랑이라기보단 정치적인 사랑"이며, "연대책임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 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변혁"이다.
학창시절 경험했던 연대책임은 특정한 개인을 질책하게 만드는 단체 기합이었지만, 공동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책임을 자임할 때 연대책임은 사랑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힘에 의한 지배를 거부하고 우리를 다시 만드는 세계라는 새로운 보편성을 찾아가는 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이 가진 지향"이다.
페미니스트를 살리는 새로운 다정함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에서 참여자들이 토론중이다 ⓒ 서울여성회
강의가 끝난 후, 참여자들은 조별로 나누어 강의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많은 참여자들이 '다정함'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자신을 초등교사라고 밝힌 참여자 A씨는 "일을 하며 환멸감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왜 내가 대화를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지 설득당했고, 3월에 아이들 만날 때 어떻게 대화할지 용기를 얻었다"고 소회를 남겼다.
또 다른 참여자 B씨는 "마지막쯤에 '연대책임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 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변혁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너무 감동이고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너무 어렵기도 하다. 연대책임이라고 하면 연대보다 책임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나까지 책임져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연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번에 집회에서 핫팩, 간식, 생리대 등으로 구체적으로 같이 나누는 이득을 경험한 게 우리에게 중요하게 남을 것 같다는 것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다정함'에 거부감이 있었음을 밝힌 참여자들도 있었다. 참여자 C씨는 "분명 (다정함) 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부감이 있다"고 하며 "광장에서 안전함이라는 감각을 느끼기도 하는데, 한편으로 안전함이라는 감각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고민된다"고 고민을 나누었다. 다정함을 일상에서 어떻게 연습하고 실천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눈 참여자들도 있었다.
참여자 D씨는 "(주변에 안티 페미니스트가 많아서) 그들과 근무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다정한 모임이 정말 필요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런 모임에서 서로에서 안전함과 다정함을 느끼는 그런 경험 속에서 조금씩 확장하면 좋겠다. 직장동료와도 회피하지만 말고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 단체사진 ⓒ 서울여성회
혐오와 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페미니즘을 발명해야할까? 사회변혁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2월 12일, 김누리 교수의 "광장의 민주주의를 일상의 민주주의로"라는 제목의 강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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