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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9 10:23최종 업데이트 25.02.09 10:23

우리나라 대통령은 왜 실패만 하는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갤럽에서 조사하는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결과를 보게 되면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집권 첫해는 높게 시작하지만, 집권 말에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 만에 최순실 게이트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서 파면되었고,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헌정사에서 세 번째로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중입니다.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 순위에 따르면 노무현,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은 지지 정당, 세대별, 지역별로 국민의 생각은 각각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대 정부의 국정성과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임기도 다 못 마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를 계기로 해서 국회나 언론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하여 여야의 갈등, 정책실태, 부정과 비리 등의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역대 정부의 국정 실패의 원인을 대통령 제도와 양당제 정치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대통령, 집권 정당의 취약한 정치적 리더십이나 양극화되고 대결적인 정치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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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서 저발전(低發展)되어 있고, 경제, 시민사회, 행정보다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국 정치의 수준이나 신뢰도가 낮다고 해도 대의민주주의 정치에 따라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행정관료제의 민주성과 대응성도 정치 수준을 따라서 높은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다니엘 지브랫(Daniel Ziblatt)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라는 책에서 말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데 항상 공범이 있다는 지적과 같이 최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우리나라 정치와 행정 모두에게서 공범이 있지 않은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성공 여부는 재선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입니다. 공화당, 민주당 각각 둘씩 연임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는 "경제가 문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고 당선되었습니다. 당선 2년 뒤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이었던 공화당이 압승하며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서 60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복지제도를 바꾸는 복지개혁법을 감세 법안을 양보하는 등 정치력을 발휘해서 초당적인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야당과 협상을 통한 중도적인 정책으로 많은 지지를 끌어냈던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할 때 지지율이 60%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클린턴 정부의 대통령 의제와 국정과제는 어떤 것들이었고 정책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 궁금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대통령 의제는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과 재정적자 감소 등 3개, 사회정책으로 복지개혁 등 3개, 외교정책으로 코소보 및 보스니아 개입 등 3개, 기타 환경보호와 의료개혁 등 전체적으로 11개를 대통령 의제로 관리했습니다. 현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안전과 관련하여 7개, 에너지 우위와 관련하여 8개, 행정개혁과 관련하여 5개, 미국 가치 회복과 관련하여 2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는 4대 국정지표, 10대 과제, 77개 실천계획이 있었고, 김대중 정부는 4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 이후 제2 건국위원회를 통해서 7대 분야 21개 과제를 추가했고, 노무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이명박 정부는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박근혜 정부는 6대 국정 기조, 16 추진전략, 140개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6개 목표, 20개 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윤석열 정부는 6개 국정 목표, 12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민주화와 세계화,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소와 정부 혁신,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선진화, 박근혜 정부는 정상화,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사회적 가치 구현,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공정과 상식",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대통령 메시지 이외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자는 공약을 발표하고 당선자는 인수위를 거쳐서 국정 목표와 과제를 제시합니다. 정부부처는 국정과제의 이행 로드맵인 실천과제를 만들어서 보고하고 국무조정실에서 국정과제의 이행점검과 정부업무평가를 통해서 매년 정책의 효과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국정전략이나 국정과제의 성과나 효과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정부는 국정과제나 정부 정책의 효과를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국정홍보만을 탓하고 있습니다. 국정과제 내용이 타당하지 않거나 정책효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국정과제를 핵심과제 중심으로 줄여야 합니다. 모두 이행하려다 국가재정은 파탄 납니다.

미국의 대통령 의제를 보게 되면 경제, 사회, 안보, 행정 등 4, 5개 정책 분야별로 3, 4개 하위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전체적으로 20여 개 이내에서 대통령 의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공약을 국정 과제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 의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고 당연히 지속적인 정책적인 성과나 정책효과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중앙의 정책 분야별 공통 공약과 지역별 지역발전 공약을 할 수는 있는데, 이들 공약을 모두가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분야의 핵심 의제를 설정하고 이런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정부의 국정과제의 타당성을 바탕으로 해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대통령 정책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처와 함께 정책조정, 점검, 평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진보, 보수 정당은 핵심적인 공약을 중심으로 해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이들 핵심 공약 중에서 정치, 경제, 사회, 행정 등 분야별 핵심적인 대통령 의제와 국정과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 의제는 대부분 다부처 과제일 가능성이 크고 시장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대통령 정책실은 소관 주무부처, 예산 및 평가총괄부처와 함께 정책조정, 정책점검과 평가를 통해서 이행실적을 반기별, 연차별로 국민에게 성과를 보고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미국과 같이 대통령 의제는 대통령부(Executive Office of President)의 관리예산처(OMB)가 예산반영 및 성과관리를 하고 있고, 정책조정관(Czar)을 통해서 직접적인 조정과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 보면 우리나라는 소관 부처가 국정과제를 집행하고 총리실의 정부업무평가와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를 통해서 국정과제의 이행을 확보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업무평가나 재정사업평가 결과를 잘 모릅니다. 더욱이 대통령 의제의 성과 여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쓸데없는 이미지 정치와 이권에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한 대통령 의제와 국정과제의 이행 여부에 대통령이 최고 사령관으로서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제 존경받는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가 나와야 합니다.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30년이 돼 가면서 정치적, 정책적으로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가 이제는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면서 정치적, 행정적인 협치의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부처는 핵심적인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이행실적과 정책적인 효과를 매년 국민에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정권을 잡으려는 정당은 핵심적인 공약을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선거를 해야 합니다. 집권한 정부는 핵심적인 국정과제의 이행과 성과 창출을 위하여 행정과 공공기관을 통하여 정책적 성과와 책무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엽관제나 정치적 후원주의에 따라 낙하산 인사를 하느라 논공행상만이 판을 칩니다. 능력과 자질이 있는 정부부처의 장·차관과 공공기관의 임원인사를 통해서 정책적 성공을 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려면 협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료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전략적, 통합적,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시간입니다.

라영재 건국대 교수, (전) 국무조정실 평가관리관.

#대통령#정부#국정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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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재 (yjraaa) 내방

건국대교수,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국무조정실 평가관리관, 국가청렴위원회 팀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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