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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1월 충청북도(도지사 김영환) 산하기관인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하 충북도인평원)은 94억6000만원을 주고 청주시 성안동 소재 건물과 인근 주차장 부지를 매입했다. (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해 11월 충청북도(도지사 김영환) 산하기관인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하 충북도인평원)은 94억6000만원을 주고 청주시 성안동 소재 건물과 인근 주차장 부지를 매입했다. (사진=김남균 기자) ⓒ 충북인뉴스

지난해 11월 충청북도(도지사 김영환) 산하기관인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아래 충북도인평원)은 94억6000만 원을 주고 청주시 성안동 소재 건물과 인근 주차장 부지를 매입했다. 매입 사유는 신사옥 건립. 충북도인평원이 매입한 부동산의 주 소재지는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남문로2가다.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청주시의 가장 노른자위 상권이다. 대형쇼핑몰에 밀려 상권이 쇠락했지만 아직까지 이 일대는 최근까지도 정부가 공시지가를 발표하면 충북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충북도인평원이 구매한 토지는 남문로2가 대지 875㎡(건물연편적 2003.5㎡)와 도로부지(43.3㎡), 인근 문화동에 위치한 주차장(311.7㎡)다. 매입가는 총94억6000만 원.

그런데 충북도인평원이 해당 부동산을 구매하던 당시 강제 경매에 올랐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1차 경매가 유찰됐고, 2차 경매 당시 최저입찰가는 매입가보다 20억 원가량 하락한 상태였다.

충북도가 매입의사를 전하고 협상을 진행하면서 경매는 갑자기 중단됐다. 최종협상 결과 양측은 감정평가액과 거의 동일한 금액에 매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고가매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역사회에 파장이 번졌다. 도의원들과 지역사회는 '20억 원가량 비싸게 구입해줬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김영환 지사의 측근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충북도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김영환 지사는 "경매가 진행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거래에 개입된 것으로 지목받은 김영환 지사 측근인사 A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제기한 박진희 도의원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충북인뉴스>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거래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1. 청주 중심가 최고 상권보다 더 비싸게 매입했다?

 청주성안길 상권은 충북 최고의 상권으로 평가받지만, 현재는 많이 쇠락한 상태다. 대형쇼핑몰에 밀려 이용액이 줄었고 곳곳에 임대상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청주성안길 상권은 충북 최고의 상권으로 평가받지만, 현재는 많이 쇠락한 상태다. 대형쇼핑몰에 밀려 이용액이 줄었고 곳곳에 임대상가가 급격히 늘고 있다.  ⓒ 충북인뉴스
 그래픽 : 서지혜 부장
그래픽 : 서지혜 부장 ⓒ 충북인뉴스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충북도인평원이 매입한 청주시 성안길 우리문고 건물 대지면적은 875㎡, 건물연면적은 2003.05㎡다. 이 부동산의 매입총가는 90억5800만 원.

건물 1㎡당 단가는 452만 원, 토지 1㎡당 단가는 1035만 원이다. 토지 1㎡당 공시지가 455만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토지 3.3㎡(1평)으로 환산하면 3415만 원이다. 청주 최고의 상권이자 제일 비싼 곳으로 알려진 청주 성안길 상가인 만큼, 마냥 높다고 치부할 순 없다.

청주 성안길 상권의 핵심은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 105(에잇세컨즈)에서 남쪽방향에 있는 청주약국(청주시 상당구 남문로2가 60)으로 이어지는 600m 정도 되는 구간이다. 이를 반증하듯 2024년도 1㎡당 1038만 원으로 공시지가가 가장 높았던 토지인 청주시 북문로1가 175-5번지도 이 구간에 있다.

성안길 상권은 이 길을 중심으로 동서쪽 좌우방향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중심 구간과 좌우 상업지역은 공시지가에서도 편차가 크다.

중심구간은 2024년 기준 1㎡당 공시지가가 7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인 반면 우측 지역은 300만~600만 원 사이로 형성됐다.

공간을 좁혀, 충북도인평원이 매입한 우리문고 주변의 공시지가를 살펴봤다. 우리문고 서쪽 편에 위치한 청주 성안길 174m 길이 좌우 지역의 공시지가는 1㎡당 735만 원에서 최고 793만 원대로 나타났다.

반면 성안길중심상권에서 우리문고 남북쪽 방향 골목으로 들어서자 1㎡당 242만 원에서 455만 원(우리문고)으로 크게 하락했다. 옛 청주백화점 자리도 공시지가는 1㎡당 4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실거래가를 살펴봤다.

 그래픽 : 서지혜 부장
그래픽 : 서지혜 부장 ⓒ 충북인뉴스

청주시 상당구 성안로 40(대지 188.8㎡, 건물연면적 373.52㎡, 3층)는 지난해 3월 건물 매매가 성사됐다. 매매가는 총 19억 원이다. 이 건물은 청주시 성안길 중심상권 도로에 접해있고, 우리문고에서 서쪽방향으로 직선거리 40m 떨어져 있다.

대지 1㎡당 1009만 원으로 거래된 것인데, 이는 충북도인평원의 매입가 1035만 원보다 오히려 낮다. 반면 공시지가는 735만으로 충북도인평원이 인수한 우리문고 공시지가 455만 원보다 오히려 1㎡당 280만 원, 62% 높았다.

국내 유명의류매정이 들어서 있는 성안로 39 토지(285.6㎡, 건축연면적 1078.2㎡, 지상4층)는 2021년 2월에 거래됐다. 매매가는 26억9300만 원이다. 대지1㎡당 943만 원이고 공시지가는 778만 원이다. 공시지가가 절반에 불과한 우리문고보다 실거래가는 1㎡당 100만 원가량 적은 금액이다.

이 외에도 2021년 3월 거래된 성안로 47-3, 2021년 2월에 거래된 성안로 48-3, 2021년 8월에 거래된 성안로 42 등 성안길 중앙상권에 위치한 부동산은 공시지가가 우리문고보다 60% 가량 높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문고보다 대지 1㎡당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2. "천운이 들었다" 만약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충북도인평원과 우리문고 소유주가 지난 해 7월 체결한 양해각서
충북도인평원과 우리문고 소유주가 지난 해 7월 체결한 양해각서 ⓒ 충북인뉴스
 그래픽 : 서지혜 부장
그래픽 : 서지혜 부장 ⓒ 충북인뉴스

충북도인평원이 구매한 청주시 성안동 우리문고 부지는 지난해 청주지방법원에 의해 강매경제가 진행됐다. 임의경매 절차는 2023년 10월에 시작됐다. 1차 경매는 지난해 6월 26일 최재매각금액 94억7568만7200원으로 진행됐는데 유찰됐다.

2차 경매는 20% 감액된 75억8055만에 7월 31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 경매 예정일 일주일 전인 7월 25일 경매가 중단됐다. 박진희 충북도의원에 따르면 경매 중단 전 일주일 앞선 2024년 7월 19일 충북도인평원은 부동산소유주와 감정평가액에 기초해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사전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의원은 "양해각서는 사실상 비싼 값에 부동산을 사주겠다는 매입약정서였다"고 지적했다.

<충북인뉴스>가 입수한 양해각서 '매매협상가 기준가 설정' 조항에는 "청주 지역내 위치한 감정평가법인중 상위 영업이익 5개 법인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그 평가액의 평균 금액의 협상기준으로 설정하고 매매가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돼있다.

양해각서가 체결되자마자, 우리문고 소유주는 재빨리 움직였다. 우리문고에 대한 채권자 중 한 명인 A씨를 만나 충북도가 건물을 매입할 예정이라며 경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채무를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나는 채권자 중 한 사람이다. 경매가 진행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회수할 길이 없었던 상태였다"며 "우리문고 대표가 '도지사도 직접 다녀갔다. 충북도가 매입하기로 했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확인해보니 충북도가 매입을 하기로 했다는 우리문고 대표의 말에 믿음이 갔다"며 "우리회사 직원이 우리문고 채무를 떠앉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내가 책임지겠다'며 우리문고측의 채무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천운이 우리문고 대표를 돕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직전까지도 우리문고 대표도 자포자기 상태였다. 만약 경매가 진행됐다면 우리문고 대표는 파산뿐만이 아니라, 가정도 해체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운이 따랐다"고 지목된 우리문고 건물이 예정대로 경매가 진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법원 경매 정보를 확인한 결과 2023년 1월 1일 이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성안길 주변 상가에 대한 경매는 4건이 진행됐다.

경매결과는 참혹했다. 경매가 진행된 낙찰가는 감정평가액보다 최대 71%까지 떨어졌다. 감정평가액의 30%에 낙찰된 것이다. 그나마 2023년 12월에 진행된 경매물건이 감정평가액의 73%에 낙찰된 것이 제일 적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물건이 4건으로, 직접 대입하기에는 무리지만 충북도가 감정평가액대로 매입협상을 진행한다는 양해각서는 그야말로 '천운'이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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