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수목장이 된 곳에 꽃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희생당한 희생자 유족들이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유골을 수목장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성경희)는 6일 오후 열린 '수목장지 사용권한 확인 청구 소송' 선고 심판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다.
유족들 "구두로 약속하고 나중에 메모했다... 항소할 것"
재판부는 "유족들과 대구시가 법률적으로 희생자들 유골을 수목장하기로 했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뒤 시민안전테마파크를 개관할 때까지 계속해서 대구시와 논의한 것으로 미뤄 최종적인 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이어 "과거 유족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사건에서도 '증거가 없다'며 이면 합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두 당사자 간에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격앙된 유족들은 법정에서 "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법원이 가해자(대구시)의 편을 드느냐"고 20여 분간 강하게 항의하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 1명이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수목장 관련) 2005년 당시 문서로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약속하고 나중에 메모를 했다"며 "2009년에는 행정부시장, 건설방제국장, 소방본부장 등 10여 명이 있는 데서 다시 확인하고 인정하는 절차가 있었고 (상황을 녹화한) 동영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인정을 못하겠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후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192명 희생된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벌어진 일
대구지하철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쯤 대구시 중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하철에 타고 있던 한 남성의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이후 대구시와 희생자대책위는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희생자 묘역과 추모탑, 안전교육관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조성하기로 한 중구 수창동 수창공원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결국 2005년 11월 동구 용수동 팔공산 자락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당시 대책위는 이곳에 192그루의 나무를 심고 수목장을 하기로 대구시와 이면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2009년 10월 27일 야간에 희생자 32명의 유골을 몰래 매장했다. 이후 대구시는 장사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책위는 이후에도 수목장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부 유족들이 지난해 4월 대구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