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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 발언이 여의도를 들썩이게 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 계엄 당일 '아무 일'들을 목격하고 직접 겪은 여야 정치인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당장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회 본회의장에 가면 뒤쪽에 부서진 의자들을 막 쌓아놓은 게 있다"라면서 "담장을 넘어 들어갔던 때를 기억하면, 군이 국회에 들어왔었고, 헬기가 떴었고, 유리창이 부서졌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마저도 "포고령, 국회 군 투입... 공허하게 들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계엄이 벌어진 사실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적어도 전 국민이 포고령을 확인했고, 군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이 말은 저한테 약간 공허하게 들린다"고 했다. 실제 비상계엄 발동 직후, 국회 해제 결의안 통과 전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계엄으로 인한 여러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4일 오전 12시 15분 : "거길 들어갈 수가 없어요. 처음과 달리 경찰도 깔려서 담도 못 넘어가요."

12월 4일 오전 12시 17분 : "공수부대 진입 중입니다."

12월 4일 오전 12시 26분 : "국회에는 군 헬기가 뜨고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진입했습니다. 정당 활동은 중지를 지시했습니다. (중략)"

12월 4일 오전 12시 30분 : "국회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중앙당사에 모여있습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게 맞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니다"라면서 "(탄핵에) 찬성했던 이유는 사변이나 내란 상태도 아닌데 더군다나 국회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오만한 지시"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환율이 폭등해 국민 재산이 7% 날아가도 아무 일도 없던 것이냐"라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심각한 일이 있었고, 지금도 그 심각한 일은 계속 중이다. 정신차리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최고위원인 한준호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국회 기물이 무참히 깨지고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다 부상을 입고, 국민이 국가 폭력 앞에 서야만 했던 일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라면서 "(윤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왜 없나.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가 국민을 향한 오만한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심지어 윤석열 본인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이야기'하며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나"라면서 "내란수괴의 한 몸에 둘 이상의 인격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앞뒤가 안 맞는 소리만 하니까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비상계엄#내란우두머리#계엄#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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