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배웅하는 이재명독일 체류 중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조기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뒤 나오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로 호명되는 친노·친문계 인사들이 연일 '개헌' 군불을 떼고 있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직접 '논의 시작'을 연일 요청했다.
이 대표는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지난 1월 23일 신년 기자간담회)"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엄방지 개헌' 띄운 김경수, 대통령 권한 분산 초점 맞춰
김 전 지사는 우선 '계엄 방지 개헌' 등 대통령 권한 분산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만 하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 투표를 통해 개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김 전 지사가 주목한 개헌 키워드는 '국민 불안'이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면서 "제2의 윤석열, 제2의 계엄과 내란이 다시는 이 땅에 발 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내란 극복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당시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024년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개헌을 말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의 강을 같이 걷는 세력들을 다 포괄하는 연합을 이룰 때 대한민국을 다시 탄생 시킬 수 있다"면서 "거기에는 개헌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새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폭넓게 합의를 이루기 위한 대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 논의를 주도하면 대선 승리와 성공한 정부로 나아가는 길이 열린다"면서 "40일이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우려... "개헌, 국민들에게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문제는 개헌론의 발화 시점이다. 당내 일각에선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데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진영이 공고히 '탄핵 반대' 전선에 선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개헌론이 중심 의제로 다뤄지기엔 너무 이르지 않느냔 볼멘소리다.
민주당 내 개헌론자로 통하는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선 개헌 이야기를 지금 중심에 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기 대선이라는 보궐선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연대를 위해선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번 대선에선) 탄핵을 뛰어 넘는 주제가 되긴 어렵다"고 봤다. 개헌이 지금 국면에서 핵심 이슈로 등극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새로운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는 것이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데 (개헌으로) 이슈를 바꾸려는 것"이라면서 "지금 개헌을 매개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타이밍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 지금 나오는 개헌 이야기는 자칫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구조가 문제이고 결국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국민 입장에선 (지금) '도저히 못살겠다'가 먼저인 것"이라면서 "(개헌은 지금 국면에서) 그 다음 문제가 되어 버렸다"고 짚었다.
김 전 지사도 '선 엄벌, 후 개헌'이라는 우선 순위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방점은 역시 '사회 개혁'에 찍혀 있다.
그는 지난 1월 23일 '탄핵너머 다시 만날 민주주의 심포지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어쨌든 내란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폭력 테러까지 전대미문의 상황의 이어지고 있는 형편으로, 이런 폭력과 테러에 강력 대응하고 엄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문제는 그 다음으로,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를 돌아볼 때"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