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 기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12.3 내란사태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부분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며 사실상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거나 입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증거 기록을 보면 국회 측이 이야기한 내용과는 전혀 반대되는 진술도 정말 많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날 여 전 사령관 증인신문에선 12.3 내란사태 당일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 신원보안실장에게 신원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영관급 장교 4인이 모두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재판을 담당하던 군판사인 것도 드러났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 체포·구금 지시를 받자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에게 연락해 경찰관 100명과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또 선관위 장악 및 전산자료 확보와 관련해서도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병력 115명에게 고무탄총 등을 소지한 채 선관위로 출동하게 한 혐의도 있다.
체포명단 인정했지만... "말 그대로 해석하면 안돼"
군복을 입고 증인석에 앉은 여 전 사령관은 12.3 내란사태 관련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정치인 체포조 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형사 재판에서 다룰 사안"이라면서 사실상 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명단을 지시받은 건 있다. 지시받은 사항을 (방첩사령관으로서) 이해해 부하들에게 얘기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군인들이 갖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이 생긴다"며 "(군인의 말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대화가 안 된다. 부하들 각각에게 지시사항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내란사태 당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특정 인물들의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 정보를 요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 전 사령관은 "명단에 대한 구술은 있었지만 조 청장이 기억하는 것과 제가 기억하는 게 다르다.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여 전 사령관은 내란사태 같은날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와 관련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당일 통화한 것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위치정보 확인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제공
성향 파악 지시한 영관급 장교 4인, 전원 박정훈 대령 관련 군판사
여 전 사령관은 내란사태 당일 자신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군사재판 관련 영관급 장교 4명에 대한 성향 파악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그 지시가 박 전 대령 재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 측에서 여 전 사령관이 파악을 지시한 군 판사 4명이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자 "아마 당시 계엄 군사법원 설치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궁금해서 물어봤을 것 같다"며 "기억이 불분명하다. 형사재판에서 따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나승민 방첩사 신원보안실장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4일) 0시경에 사령관이 대령 1명, 중령 2명, 소령 1명의 인적사항을 불러줬고, 인적사항을 확인해 보니 4명 모두 군판사였다"고 말했다.
실제 4인 판사는 박 전 단장의 재판이 진행되던 중앙지역군사법원의 법원장(대령)과 해당 사건의 주심(중령), 부심(소령) 재판관이었다. 또다른 중령급 장교는 2023년 8월 군검찰이 박 전 단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다.
이에 대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 당시 방첩사에서 박정훈 대령 사건 군판사들의 신원을 파악하려고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으로 대법관, 판사를 체포하려 했는데 군판사들까지 어떻게 하려고 한 것이냐. 내란이 지속됐더라면, 2차 3차 계엄이 이어졌더라면, 군판사 사찰을 통해 박정훈의 무죄 선고를 막고 채해병 순직수사외압까지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한편 이날 여 전 사령관은 국회에 출동한 방첩사 요원들이 포승줄과 수갑을 준비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갑과 포승줄은 출동하면 들고 나가는 기본 장비"라면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들고나간 건 아니다. 출동하면 늘 들고나가는 것"이라면서 "(방첩사 요원들에게) 비무장을 지시했다. 국회 방향 출동한 인원은 아무도 경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외곽도로 차량 안에서 대기하다가 철수했다"라고 해명했다.
또 노상원 전 사령관이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해 설치하려 했다는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과 관련해 여 전 사령관은 "그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을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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