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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5 09:50최종 업데이트 25.02.06 09:05

그 나라 지도자는 그를 뽑은 백성들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치악산 일기] 제225화 꽁꽁 얼어붙은 입춘 날 산책길의 단상

입춘날 눈길 산책 나의 산책로는 지난날 중앙선 철길이었다. 3년 전부터 이 철길이 이전되자 현재는주민들의 산책길로 변했다.
입춘날 눈길 산책나의 산책로는 지난날 중앙선 철길이었다. 3년 전부터 이 철길이 이전되자 현재는주민들의 산책길로 변했다. ⓒ 박도

입춘(2025. 2. 4.) 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손 전화 폴더를 열었다.

"한파 경보 발효 중, 특히 노약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보온에 신경 쓰세요. 수도계량기는 헌 옷 등으로 감싸 동파를...

지자체에서 보낸 한파재난방지 문자였다. 잠시 후 한 애독자가 또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답니다. 오늘 하루 가능한 바깥 출입은 삼가, 집안에서만 계세요."

그 애독자는 거의 매일 나에게 이런저런 안부 인사와 함께 좋은 노래나 재미있는 동영상을 몇 년째 줄곧 보내주고 있다. 또 잠시 후 서울에 사는 여동생이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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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늘 꼼짝하지 마시고 집안에서만 계세요. 이런 날 나다니다가 낙상하면 큰일 납니다."

"그래, 잘 알았다. 고맙다!"

폴더를 닫고 곧장 일어나려다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냥 늦장을 부렸다. 오전 9시 무렵에야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은 뒤, 평소처럼 서재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펴놓고 오전 내내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점심을 먹은 뒤,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좌측 치악산과 정면 백운산을 바라보니까 눈발을 뒤집어 쓴 그 산마루가 더 없이 청명하게 나를 유혹했다. 오전에는 짙은 구름 층으로 하늘이 짙게 흐렸는데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오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 ,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데 노인 아이인 내 눈은 자구만 바깥으로만 쏠렸다.

곧 옷을 주섬 주섬 껴입고 모자에, 마스크에, 가죽 장갑을 낀 중무장 차림으로 여러 사람들의 애정 어린 조언도 듣지 않은 채, 예사 날처럼 오후 산책 길로 나섰다.

역시 바깥 날씨는 추웠다. 빙판이 된 눈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산책 중, 그래도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고, 겨울은 춥고 눈도 많이 내려야 다가오는 봄 가뭄도 없을 것이고 코로나 같은 지독한 돌림병도 없어질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육영수 여사의 부대 방문 육영수 여사가 전방부대 방문으로 내가 근무하던 부대로 위문을 와서 제일 먼저 초병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육영수 여사의 부대 방문육영수 여사가 전방부대 방문으로 내가 근무하던 부대로 위문을 와서 제일 먼저 초병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눈빛출판사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내가 오래 산 탓인지 이런저런 여러 해 계절을 겪어 보았다. 1980년 그해 여름은 덥지 않았다. 그해 봄부터 남도에서는 핏빛이 낭자한 계절로, 날씨마저도 썰렁한 그해 여름을 보냈다. 그 결과 그해 가을에는 곡식들이 빈 쭉정이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대흉년으로 농사꾼들은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어부들조차 그해 가을은 지난 여름의 바다 냉수대로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겨울답지 않는 겨울, 여름답지 않는 여름을 보내면, 자연 생태계의 리듬은 흩어지게 마련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나라의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또한 그 부인은 그 부인다워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국방을 책임진 국방부장관은 국방장관다워야 그야말로 '국태민안(國泰民安)'한 안락한 세상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분이 어떻게 하든 국토 분단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고 강대국을 끌어다가 외세로 해결하려 한다. 게다가 자신의 실정으로 그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면을 벗어나려는 매우 치졸한, 위험한 작태로, 백성들을 불안케 하였다. 게다가 국방부장관이라는 자조차도 이에 부화뇌동, 전쟁 분위기 조성을 도모하려는 천인공노의 짓을 하려다가 오늘의 이 탄핵 사태에 이르지 않았는가.

대통령 부인도 보통 이상 부인으로서의 상식에 맞는 처세를 해야 되지 않을까? 강원 산골 노인으로 그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학벌 조작이네, 주가 조작이네' 하는 쓰레기 같은 시정 잡배와 같은 말이 산골까지 전해지는 걸 보면 아마도 보통 이하인 듯하다.

나는 최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책을 펴낸 바, 역대 대통령 네 분과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악수도 나눠 봤고, 또 두 분 대통령 부인과는 가까이서 그분들의 행동거지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와 저자의 악수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필자와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누다.
이희호 여사와 저자의 악수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필자와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누다. ⓒ 김홍걸

그 나라 지도자는 그 나라 백성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1971년 4월, 나는 보병 제 26사단 73연대 1대대 3중대 부중대장으로 지금의 파주 출판단지 인근의 심학산 부대에서 한강, 임진강 하구 경계를 맡고 있었다. 그 당시 현직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고생을 하는 전방 부대 장병 위문을 오셨다. 그분이 오시기 전 일주일 전부터 밤낮없이 그분 맞을 준비로 바빴다. 나는 당시 그 영접의 총책을 맡은 바, 영부인이 행여 볼 리도 없는 병사들의 속옷까지도 모두 새 것으로 갈아입혔을 정도로 부산을 떨었다.

육영수 여사가 오시는 날, 우리 중대 위병소에는 군단장,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등이 도열한 채 기다렸다. 하지만 영부인은 부대 앞 초소에서 차를 멈춘 뒤, 초병에게 사탕 봉지를 나눠주었고, 부대에 들어와서는 연병장에 도열한 전 중대원을 곧장 내무반으로 돌려보내 쉬게 한 다음, 당신이 일일이 그 내무반을 돌면서 급식 상태와 잠자리 등을 살피며 위문품을 직접 전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이전에 3번 직선으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이 됐다. 당시 선거 전문가들은 박정희 후보가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이 된 것은 아마도 부인 덕분에 당선되었을 거라고 진단했다. 나도 그 진단이 바른 분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만큼 그분은 겸소했고, 평소 언행과 처사에 모범을 보였다.

이희호 친필 글씨 해마다 저자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는 꼭 친필로 써서 보냈다.
이희호 친필 글씨해마다 저자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는 꼭 친필로 써서 보냈다. ⓒ 박도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필자는 교사와 학부모 관계로 여러 차례 만난 바,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무 해가량 해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주셨다. 매번 당신 친필로 주소를 적고 사연을 담아 보내셨다. 청와대 시절이나 그 이후에도 비서를 시켜 인쇄된 주소로 그들이 쓴 명 문장으로 보낼 수 있을 테지만 굳이 손수 쓴 소박한, 진솔한 글로 보냈다. 그러시면서 당신 남편인 대통령에게는 절대 정치 보복을 못하도록 조언하신 걸로 안다.

입춘 날 오후 차가운 햇살 아래 상큼한 산책을 했다. 지난날 중앙선 철로가 요즘은 산책로가 된 치악산 밑 길을 코끝이 시리고 콧물을 흘리면서 빙판이 된 눈길을 조심 조심 '뽀드득' '뽀드득' 밟으면서.

산책을 하는 내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또한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국태민안태평성대를 누리고, 그 부인도 부인다워야 이 나라 모든 백성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따르며 그래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한 산골 노인의 진단을 이 나라 백성 모두에게 전한다. 또한 '그 나라 지도자는 그 나라 백성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는 말도 아울러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도 페북에도 실립니다.


#입춘#대통령#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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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 (parkdo45) 내방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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