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은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 현재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방패로 삼았다.
이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무장한 부대원 212명(1경비단 136명, 군사경찰단 76명)과 함께 직접 국회 현장으로 출동해 의사당을 봉쇄하고 계엄해제 의결 방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현장에 있는 이 사령관에 비화폰을 통해 직접 전화해 했다는 발언은 탄핵심판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미 이 사령관의 유튜브 생방송 출연(김병주TV)과 국회 증언,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 일부가 알려져 있다.
당시 통화는 3번 내지 4번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마지막 통화는 국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인 4일 새벽 1시 3분경에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탄핵심판 증인석에 선 이 사령관은 당시 통화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변하기 제한된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는가'라는 질문조차도 "답변하기 제한된다"고 회피했다. 이런 상황은 국회 측 변호인이 질문할 때도, 윤 대통령 측 변호인 때도, 헌법재판관이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국회 측] "그 상황에서 대통령 전화 기억 못한다는 게 가능한가?"
이 사령관은 처음에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내가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공소제기된 상황에서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증언이) 상당히 제한되는 것 양해해달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후 중반 이후부터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국회 측 변호인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이진우) "당시 나는 차안 밀폐된 공간에서 핸드폰 세 개로 지휘했다. 창문 2개로 상황을 인지했다. 아마 군인이면 모두 알 것이다. 장갑차 안에서 무전기 3개 들고 지휘하면 누가 말한 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조각이 편린된 것처럼 기억이 잘 안난다. 그런데 다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위증 가능성이 많다."
- (국회 측 변호인) 증인은 군 복무하면서 비상계엄 상황 경험한 적 있나.
"없다."
- 국회에 수방사가 출동한 적 있는가.
"없다."
- 대통령 전화를 직접 받은 적은 있는가.
"처음이었다."
- 그런 이례적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서 지시하는데, 내용이 4명이서 1명 끌어내라, 문 부수고 끌어내라, 총, 체포라는 단어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지시를 내렸는데, 이걸 기억 못한다는 게 가능한가?
"그 부분은 답변하기 제한된다."
- 계엄 선포하기 전이나 중에 대통령이나 김용현 장관이 증인에게 계엄이 짧게 끝날 것이라거나, 경고성 계엄이라는 이야기 한 적이 있는가.
"답변하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측] "사실이면 기억 안날 수 없겠죠?" 물었지만... "일부 기억난다"
그렇다고 이 사령관이 윤 대통령 측에 유리하게만 답변한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미 검찰에서 진술한 이 사령관과 부하들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고 싶어했다. 또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발언이 없었다는 답변을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불리한 말이 나오기도 했다.
- (윤 대통령 측 변호인) 증인이 (당시) 정신 없었던 건 이해하는데, 적어도 대통령에게 전화를 몇 통 받았는지는 기억을 못할 수가 있을까?
"그게 저도 사실 저희 부관을 통해서 몇 번이라는 이야기를 알았다."
- 부관이 몇 번이라고 했는가.
"세 번이라고 했다."
- 대통령이 끌어서라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그건 답하고 싶지 않다."
- 아니 근데, 만약에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가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고, 그런데 그거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 가정적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다. 만약에 진짜 그런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면, 증인이 그 상황에서 예,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계엄중이니까, 그렇게 답했을 거 같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답을 했겠는가. 아니면 아무 답도 안하고 끊었겠나.
"무시할 거 같고..."
- 무시한다고? 대통령이 말하는 걸?
"대답을 안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다음에 대통령께서 아마 인지하고 계신 건, 제가 (병력이 국회에) 총을 안 들고 들어갔다는 것까지 다 말씀을 드렸다. 그 다음 병력이 지금 들어가기 어렵다.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어디까지 정확하게 인지하신지 모르겠지만, 제 기억에는 계속 똑같은 얘기를 드렸다, 전화 오면."
- 그러면 대통령께도 그렇게 말했겠네?
"그렇게 최초 보고 했다."
- 아니, 나중에 만약 끌어내라는 말이 있었다면?
"상황을 설명을 드려야 하니까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만약 처음에 설명을 그렇게 했으면, 대통령이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끌어내라는 전화가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그건 여기서 답변할 상황이 아닌 거 같다."
문답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다른 변호사가 질문하는 변호사에게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앉으라고 잡아당기는 모습이 나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관] "검찰 조사 때 변호인 선임했는가" - "예, 여러 명"
헌법재판관도 윤 대통령의 전화에 대해 물었다. 국회와 윤 대통령 양 쪽 신문이 끝난 후 정형식 재판관은 이렇게 물었다.
- (정형식 재판관) 정신이 없어서 기억 못하는 것도 있고, 일부는 재판 받고 있으니 진술 함부로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예를 들면 일부를 이야기 한다고 해도 그 진술이 진실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묻는 것은,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맞죠?
"그렇다."
- 그러면 통화할 때 지금 상황에서 머리 속에 기억나는 단어 있는가.
"그건 답변 제한된다."
- 있기는 있는데 답하기 곤란하다?
"예."
마지막으로 나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은 딱 이렇게만 물었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증인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선임했는가.
"했다."
- 누구?
"여러명이다."
- 오늘 같이 나온 변호사도 포함되는가.
"그렇다."
이 사령관의 검찰 조서는 이미 헌재에 제출되어 증거로 채택되어 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