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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지나고 고등학교 친구들의 단톡방이 시끌시끌했다.

"명절에 운전을 많이 했더니 온몸이 쑤셔."
"말도 마! 난 왕복 12시간 운전했어. 올 때는 너무 막히더라."
"꼬박꼬박 삼시세끼 챙겨 먹었더니 몸이 불어 거실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녀.''
"연휴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해."
"예능도 지루하고 유튜브도 하도 많이 봤더니 눈이 아파서 못 보겠어."

친구들이 연휴 후유증을 호소하며 엄살을 떤다. 이런 때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럼 새해맞이 크루 달리기 대회 한 번 열자! 새해가 시작 되었으니 빡세게 달려보자구."

달리자고만 하면 안 뛴다

달리기 달리기
달리기달리기 ⓒ 정무훈

우리는 중년 아재들의 달리기 크루이다. 작년 연말부터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 몇 명을 모아서 달리기 크루를 결성했다. 처음에 중년 아재들의 달리기 크루 결성은 쉽지 않았다. 나는 매일 출근 혼자 달리기(관련기사 : 매일 아침 30분 일찍 집 나서는 이유, 이래서입니다)를 하다가 작년 연말 친구들에게 함께 달리자고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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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보이거나 동조하지 않았다. 달리기 하자는 메시지에 대꾸하는 친구도 없었다. "뭐야! 왜 아무도 말을 안 해?" 한참 지나서 한 친구가 심드렁하게 답변했다. "달리기는 못 해. 이 나이에 달리면 무릎 나간다", "갑자기 무슨 달리기? 숨차서 100미터도 못 달릴 걸", "이 나이에 마라톤 대회 나갔다가는 구급차에 실려 간다" 이런 소심한 녀석들을 봤나.

이럴 때는 미안하지만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느는 것은 뱃살과 체중이 아닌가 "운동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늦어, 늘어가는 뱃살은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몸무게, 뱃살 고민 없는 친구 없잖아", "체력도 점점 떨어져서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 마지막 한 방이 필요하다. "너희 약 먹는 것 없어?" 그러자 친구들이 양심 고백이 이어진다. 혈압약을 시작으로 고지혈증과 영양제 등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거의 다 왔다. 이때쯤 미끼를 슬쩍 던진다. "달리기는 살살하고 뒷풀이로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때?" "오호! 좋지?" 친구들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럼 오늘부터 달리기 크루 시작이다' 걷기도 좋고 계단 오르기도 좋고 가벼운 맨손 체조도 상관없으니 매일 인증하고 서로 응원하자고 약속했다.

크루의 이름은 뱃살 빼자는 의미로 순대(일명 배둘레햄이라고 부르는 뱃살) 빼기 크루로 정했다. "이름이 너무 유치하고 단순하잖아." 친구들이 볼멘소리했다. "알았어. 좀 바꿔볼게, '(순)수하고 (대)단한 달리기 크루 어때?" "그건 괜찮네." 그래서 크루 이름을 '순대 크루'로 정했다. 우리 크루의 첫 번째 목표는 3월 1일 기념 마라톤 대회 10킬로 완주이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완주만 하면 된다.

함께 달리기 첫 날

 준비 운동을 마치고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 정무훈

명절이 연휴 마지막 날 첫 번째 순대 크루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각각 흩어져 사는 친구들을 고려하여 1호선 신도림역을 출발지로 정했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불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날 달려야 하다니. 단톡방에서 친구들의 투정을 간신히 달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신도림역 옆 도림천 산책로에 이른 아침부터 여덟 명의 친구가 모였다. 친구들은 날씨가 춥고 눈도 온다고 투덜거렸다. 크루장인 내가 '달리고 나면 뜨끈한 우동과 순대 철판 볶음을 사주겠다'고 친구들을 꼬셨다.

준비 운동으로 몸을 푸는데 벌써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몸이 뻣뻣하다고 아우성을 쳤다. 정말 환장한 중년 아저씨들의 무거운 몸이다. 오늘의 목표는 한강을 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도림천을 지나 안양천과 만나는 지점에 들어섰다. 자전거 도로에도 산책로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힘들면 천천히 걸어 와." 우리 크루의 규칙은 힘들면 언제든지 걷거나 쉴 수 있다.
"힘들면 천천히 걸어 와." 우리 크루의 규칙은 힘들면 언제든지 걷거나 쉴 수 있다. ⓒ 정무훈

이런 날 누가 달리냐며 투덜거리면서도 제법 친구들이 나를 잘 따라 달렸다. 유유히 흘러가는 안양천과 눈꽃이 핀 나무들이 반짝이며 우리를 응원했다. 오늘의 목표는 마라톤 대회 출전에 대비해서 10킬로미터를 걷다 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웃으며 달렸지만, 점점 숨이 거칠어지고 하얀 입김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겨우 3킬로를 달렸는데 한 명 두 명씩 헉헉대며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힘들면 천천히 걸어 와." 우리 크루의 규칙은 힘들면 언제든지 걷거나 쉴 수 있다. 뒤처진 녀석들을 남겨 두고 아직 힘이 남은 세 명은 유유히 흐르는 안양천 물길을 따라 한강 쪽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안양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강을 마주했다. 작은 안양천이 큰 강을 만나는 지점이다. 탁 트인 한강을 보이는 순간 우리는 다 같이 소리를 질렀다. "와! 한강이다. 우리가 해냈다!" 중년이라는 나이도 어쩌면 작은 물길을 벗어나 큰 강을 만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추위 때문인지, 강바람 때문인지 모르겠다. 결국 모든 친구들이 한강 쉼터에 도착해 땀범벅이 된 모습을 보며 서로 한참을 웃었고 각자 말없이 한강을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았다.

달리기 달리기
달리기달리기 ⓒ 정무훈

달리며 서로를 응원한다

기안84도 달리고 강철 소녀단도 달리고 이봉주도 달리고 임춘애도 달리고 황영조도 달리고 맨발의 아베베도 달렸다. 우리 크루도 각자의 하루를 달리며 서로를 응원한다. 순대 크루의 목표는 단순한 뱃살 빼기 아니다. 외롭고 버거운 중년의 하루를 응원하는 것이다.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며 계절의 변화를 담은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린다. 친구들은 서로 '좋아요'를 눌러 주고 출근길을 응원한다.

달리기 크루를 시작하고 자가용을 세워 두고 출근하는 날이 조금씩 늘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부지런히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작은 일상 운동을 단톡방에 올리면 친구들의 칭찬과 격려가 쏟아진다. 아재들은 신이 나서 경쟁하듯 소소한 일상의 운동을 자랑했다. 여기는 운동 자랑을 무한 허용하는 특별한 단톡방이다. 남이 보면 유치하겠지만 우리끼리 있으니 상관없다. 이 나이에 누구에게 자랑하고 어디서 칭찬받겠는가?

달리기의 매력은 혼자 달리는 것도 함께 달리는 것 모두 좋다는 것이다. 빨리 가기 위해서는 혼자 달리지만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달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매일 현관문을 나서서 출근 전 아파트 단지를 달린다.

작은 화단을 거쳐 놀이터를 끼고 돌아 단지 앞을 달린다.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재잘대며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 두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하는 노부부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분다. 햇살이 얼굴로 쏟아지면 지그지 눈을 감고 미소 짓는다.

지하철을 향해 횡단보도를 건너 달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우리 동네의 명소 벚꽃길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따사로운 봄날이 오면 함박눈처럼 피어날 벚꽃을 상상하며 벚나무의 여린 가지를 바라본다. 길게 뻗은 벚꽃길을 달려 지하철역에 숨 가쁘게 도착한다. 플랫폼에 서서 심호흡한다.

사는 게 버겁고 외로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옆을 돌아보니 언제나 묵묵히 함께 달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지구조차 자전하고 태양계는 공전하며 애쓰고 있었다. 하루라는 일상을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다 보면 어느덧 밀도 있는 하루가 꽉 채워진다. 아재들의 크루는 봄날의 뜀박질을 준비하며 오늘도 함께 달린다. 우리는 순(수하고) 대(단한) 달리기 크루다.

초보 러너를 위한 5가지 조언

1. 운동 목표를 작게 시작하기
처음에는 짧은 거리와 시간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주 2~3회 정도로 운동 횟수를 정한다. 천천히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좋다.

2. 적절한 페이스 유지하기
대화가 가능한 편안한 속도로 달린다. 숨이 차면 속도를 줄이거나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속도보다 운동 지속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4. 달리기와 걷기를 번갈아 하기
달리기와 걷기를 번갈아 한다. 예를 들어, 2분 달리고 1분 걷기를 반복하다가 점차 달리는 시간을 늘린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체력은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부상 위험은 줄어든다.

3.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 하기
달리기 전 3~5분 정도 걷기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달리기 후에는 5-10분간 천천히 걸으며 심박수를 낮추고 근육을 이완한다. 적절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은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5. 목표 설정하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기 및 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처음에는 거리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목표 달성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꾸준히 러닝을 즐길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정무훈#달리기#마라톤#크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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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 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아무튼 무한도전'이라는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성적쑥쑥! 중학생 과목별 독서비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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