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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목포시 옥암동 인도에 설치됐던 문제의 한전 변전기. 2023년 3월 시각장애인 정아무개(50대 여성)씨는 이곳을 걷다가 부딪힘 사고를 당한 뒤,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섰다. 변전기와 오른쪽 상가시설 부분을 제외한 인도 폭은 60㎝에 불과하다.
전남 목포시 옥암동 인도에 설치됐던 문제의 한전 변전기. 2023년 3월 시각장애인 정아무개(50대 여성)씨는 이곳을 걷다가 부딪힘 사고를 당한 뒤,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섰다. 변전기와 오른쪽 상가시설 부분을 제외한 인도 폭은 60㎝에 불과하다. ⓒ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제공

비좁은 인도에 설치된 철제 변전기에 시각장애인이 부딪힌 사고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민사1부(재판장 남해광)는 이날 50대 여성 시각장애인 정아무개씨가 한전과 목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소송 사건 선고 재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책임을 물어 한전과 목포시가 정씨에게 1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3월 시각장애인 정씨가 목포시 옥암동 소재 보도를 걷던 중 부딪힘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됐다.

관련법령은 보도의 유효폭이 2m는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목포시 옥암동 사고 지점 인도는 60㎝에 불과했다.

이에 정씨는 장애인권익보호기관과 공익변호사 도움을 받아 2024년 2월 목포시와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의 도로는 목포시 소유였고, 한전은 변전기 관리책임이 있었다.

붕어빵장수가 달려와 찍은 사고 당시 사진 전남 목포시 옥암동 인도에 설치됐던 문제의 한전 변전기. 2023년 3월 시각장애인 정아무개(50대 여성)씨는 이곳을 걷다가 부딪힘 사고를 당한 뒤,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섰다. 사진 왼쪽 위 사고 당시 정씨 모습은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붕어빵 장수'가 촬영했다고 한다.
붕어빵장수가 달려와 찍은 사고 당시 사진전남 목포시 옥암동 인도에 설치됐던 문제의 한전 변전기. 2023년 3월 시각장애인 정아무개(50대 여성)씨는 이곳을 걷다가 부딪힘 사고를 당한 뒤,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섰다. 사진 왼쪽 위 사고 당시 정씨 모습은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붕어빵 장수'가 촬영했다고 한다. ⓒ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정씨 측은 "목포시와 한전이 보행로 대부분을 점유한 변전기를 설치·운용한 것과 변전기 주위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적절한 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해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차별적 취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변전기 이설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한전과 목포시는 한동안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피소 3개월 만인 2024년 5월 변전기 모서리에 임시로 충격 흡수를 위한 보호장비를 부착했다. 그런 뒤 "안전을 위한 방호 조치를 취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정씨 측이 "보호장비 부착 행위는 근본적인 시정조치가 아니다"고 반박하자, 한전 등은 그해 10월 문제의 변전기를 이설했다.

정씨 측은 변전기를 한전이 제거하자 주된 청구였던 '변전기 시정' 청구는 취하하는 대신, 부딪힘 사고 관련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는 유지했다.

 법원.
법원. ⓒ 안현주

법원은 이날 선고 재판에서 한전과 목포시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한전과 목포시가 공동하여 원고(정씨)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씨 사건을 대리한 이소아 변호사(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는 "지자체와 한전이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변전기 등 공작물 설치 및 관리에 대한 시정 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변호사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한 보행권을 위해, 보행로에 무단 주차되거나 설치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볼라드에 대해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며 "앞으로도 유사 사고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전기#시각장애인보행권#보행권#인도침범#목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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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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