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나서는 송철호-황운하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2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소위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전 울산경찰청장)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받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완벽하게 뒤집는 결과로 전 정권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4일 서울고법 형사2부(설범식 이상주 이원석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명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울산시장 경선 당내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회유한 의혹으로 기소된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경찰이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해당 의혹의 골자다. 송 전 시장 등이 청와대, 경찰 인사들과 공모해 경쟁자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울산시장)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의원은 재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고 송 전 시장이 당선됐다.
검찰은 2017년 9월 송 전 시장이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을 만나 김 의원 측근에 대한 수사를 논의한 것으로 봤다. 이후 송 전 시장이 김 의원 측근 비위정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제공했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첩보 보고서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하달되게 했다는 것이다.
1심 유죄 과정에선 송 전 시장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기획위원회' 일원이었던 윤 아무개 전 민주당 울산시장 정책위원장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윤씨는 법정에서 "송 전 시장이 김 의원 관련 비위 자료를 들고 황 원내대표 만났고 이후 '소통이 잘됐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 핵심 증인 진술 두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윤씨의 이같은 진술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래는 재판부 설명이다.
"피고인 송철호가 피고인 황운하를 만난 자리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비위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 송철호가 피고인 황운하를 만나기 전후에 '피고인 송철호로부터 수사청탁 관련 진술을 들었다'는 증언의 경우 그 진술 내용과 경위 및 다른 증거들과의 불합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관련 정황 증거에 비추어 피고인 황운하가 그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피고인 송철호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밖에 관련 정황 사실들도 위와 같은 사실을 확실하게 뒷받침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소속 비서관이나 행정관들 사이 관계, 김 의원 문건 작성 및 처리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송 전 시장 등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경찰이 김 의원 관련 비위 수사를 하게 하도록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송 전 시장이 공모해 산재모병원(김 의원 공약)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발표 시기를 조정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 전 시장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후 송 전 시장은 "먼저 어둠 속에서 진실의 승리를 보여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치적 조작 사건이었고 정치적 사냥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의 고통을 수단으로 삼아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 이제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검찰을 겨냥했다.
황 의원 역시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검찰을 향해 "이번 사건은 애초 보복에서 비롯된 부당한 보복 수사이자 보복 기소였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인한 피해는 이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해체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