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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마친 윤석열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조사 마친 윤석열 대통령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기도하여 대통령직을 정지당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은 탄핵과 수사를 피하기 위해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과 버티기로 일관해 왔다. 국정을 마비시킨 야당에 경고장을 날린 계엄이었다,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다, 전공의 처단이란 표현은 부주의하게 들어간 문구다, 선관위 침입은 선관위 서버 체크를 위한 것이었다, 공수처와 서부지법은 나를 조사할 자격이 없다 등등 일일이 나열키 어려운 변명과 허언은 도대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바보란 걸 국민에게 입증해 보일 참이었는지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법꾸라지를 넘어 법비(法匪, 법도둑)라 해야 마땅할 윤석열의 억지 주장과 극우적 책동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 여론이 계엄 선포 당시의 압도적 비판 기류로부터 동조세가 늘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드러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설 연휴 동안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면 탄핵 찬성과 반대 여론이 약 6대 4의 비율로 나타났다. 신년 초에 찬반이 약 70% 대 25%였는데 한 달 사이 약 10%P가 인용에서 기각으로 움직인 것이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이 앞섰는데, 지금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인다(JTBC, <탄핵 찬·반 '6대 4' 좁혀진 격차…한 달 새 10%P 이동 왜>, 1월 30일자 보도 참조). 이는 일각의 주장처럼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 또는 쏠림 현상으로 쉽게 치부하고 말 일이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이상 인물이 파괴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건강한 회복/회생을 위해 왜 이러한 여론의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치/사회/인문학적 시각에서 다각도로, 보다 엄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요즘 일어나는 여론의 출렁임은 우선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강력한 버티기 또는 정치 공세가 상당한 효능감을 얻은 덕이라 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윤의 터무니 없는 억지 주장과 수사 기피, 국민의힘의 윤석열 감싸기 주장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행태인데도 이러한 행태도 거듭되다 보니 국민들로서는 긴가민가 싶은 심리로 변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반복효과 또는 사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 이른다. 어떤 정보가 반복적으로 제시될수록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게 되는 데서 오는 착각 현상을 이름이다. 이는 우리들의 뇌가 자주 접함에 따라 쉽게 처리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특히 이 정보가 기존의 믿음과 일치하면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는 확증편향 현상을 일으키게도 되는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이러한 공명(共鳴)효과는 보다 용이했을 것이고 정치에 그리 관심 없던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귀를 기울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박근혜 탄핵에서 얻은 학습효과로 굳은 단결을 과시한 것은 일정 정도 그 효과를 본 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통 보수도 아닌 윤석열을 용병으로 끌어들여 권력 획득에 연연하는 국민의힘인 만큼 윤석열의 용도가 떨어지면 금방 내칠 테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여론 변동의 이유로는 역시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이다. 보수 지지자들의 재결집은 위의 이유에도 말미암지만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이 그 이념적 기반에서 철학적, 역사적 지반을 결한 데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상 보수 이념이란 것은 사회나 국가의 극단적 변화를 피하고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 데서 온 실용적 이념이다.

흔히 보수주의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에 충격을 받아 급진적 혁명보다는 점진적 개혁이 바람직하다 보고 전통과 질서, 법치를 존중하며 종교와 도덕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 보았다. 보수의 이러한 지향을 참고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보수는 몹시 일그러져 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 보수는 일제시대에 친일로 자산과 권력을 얻은 친일파와 맥을 같이 한다. 권력과 자산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생존을 제일의(第一義)로 삼아온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에 건전한 보수의 기풍이 자리 잡는 데 큰 방해 요인이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윤석열의 내란 기도나 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폭동 행위는 질서와 법치를 존중하는 보수의 행태가 아니라 그것을 파괴하는 폭도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보수라면 법치와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인 법원을 공격하려 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법적 판단이나 수사를 계속 거부하고 비난하면서 은근히 폭도들을 감싸는 듯한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행태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좌파에게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넘길 수 없다는 두려움과 혐오의 표출로 보인다. 해방 이후부터 보수의 큰 줄기로 자리 잡은 친일파들의 무역사성, 무철학성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재결집의 피톨이 된 것으로 판단치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현재 여론의 이상한 동태는 강력한 마초(Macho)에 기대는, 강력한 힘을 가졌거나 목소리를 가진 자들에게 자신들의 주체를 맡기고자 하는 대중 심리의 한 요인에 말미암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강한 수컷을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마초이즘은 전체주의, 즉 파시즘을 발호케 하는 좋은 온상이다.

무솔리니나 히틀러는 1차대전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피폐해지고 혼란해졌을 때 강력한 선동으로 대중을 휘어잡고 전체주의적 권력을 행사한 이들이었다. 윤석열의 계엄은 대한민국이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에 행한 점에서 이들의 전체주의와는 다르지만 군대를 동원코자 한 강력한 마초이즘과 전체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점에서는 그들과 궤를 같이 한다.

폭탄주 수십 잔을 같이 나누거나 자신에게 순종하는 자들에겐 아낌 없는 신뢰와 보상을 주는 마초 윤석열이, 내란을 책동하고도 전혀 꿀림 없는 어기찬 목청으로 자신의 계엄이 종북 좌파 야당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자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용산 관저, 공수처, 구치소, 헌재가 있는 곳에서 윤석열 무죄와 석방을 외치고 급기야 법원을 습격한 이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그들 내부의 공허함을 강력한 선동과 공격성으로 메우고자 한다.

이들이 공허하고 허약한 주체가 된 이유는 좀 더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으나 언제든지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자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저당 잡히고 휘둘릴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는 일찍이 에리히 프롬이 지적한 것처럼, 독일 국민들이 자신들의 주체를 상실하고 히틀러라는 광적이고 선동적인 전체주의자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맡김으로써 나치즘을 발호하게 한 심리적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윤석열의 내란 기도가 막중한 반헌법적 범죄인 것을 알면서도 이성적 합리적 판단을 도외시한 채 윤석열이라는 마초에게 자신의 자유를 위탁해 버린 일군의 집단이 여론 변동에 작게나마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탄 차량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2.3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탄 차량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2.3 ⓒ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현재 여론 지형의 변화는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 반복효과, 보수 지지층의 철학적 빈곤과 마초이즘 의존 등에 말미암는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이는 법치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키 위해서는 폭력도 마다 않는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법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견해를 편견이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견해가 토론과 대화 속에서 서로의 문제를 지적하고 보완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의 선진 민주 문화강국으로 주목 받던 대한민국이 아직도 군사문화의 유산을 온전히 청산치 못한 나라에 머물고 있나라는 우려와 함께 합리와 이성에 기반한 대화가 가능할까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를 떨칠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학계, 언론, 정치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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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내란#전체주의#민주주의#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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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이론과 창작을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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