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거천 전경. 팔거천의 맨하류에 놓인 보. 이곳에서 물을 가두어, 채워진 물을 7킬로미터 상류로 끌어가서 그곳에 강물을 방류한다. 보가 놓은 이곳은 수심이 최대 2미터 정도까지 채워지게 된다. ⓒ 팔거천지킴이
지난 1월 23일 오후 팔거천에서는 비극적 사고가 일어났다. 한 초등학교 아이가 팔거천의 깨진 얼음구덩이에 빠져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 사고를 두고 "무리한 보 공사라는 전시행정이 빚은 참극"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일 팔거천을 사랑하고 팔거천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지역 풀뿌리 환경단체인 '팔거천지킴이'와 강북풀뿌리단체협의회,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사고를 북구청의 전시행정이 빚은 인재로 규정했다. 이들은 북구청의 사죄와 책임을 촉구했다.
팔거천 사고, 어떻게 벌어졌나
이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살펴봤다. 우선 지난 23일 비극이 일어난 날 당시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짧게 보도가 됐다. 당시 통신사 <뉴스1>은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월 23일 오후 3시 49분쯤 대구 북구 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달역 인근 팔거천에서 초등생 A군(13) 등 4명이 얼음 위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다. "3~4명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이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1명은 숨지고 3명은 저체온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네 아이가 얼음 위에서 얼음을 지치고 놀다가 얼음이 깨져서 구덩이 속으로 빠져 한 아이는 사망하고 세 아이는 간신히 구조돼 목숨을 구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서 이들 환경단체 측은 성명을 통해 "당시 언론은 단신으로 사고 소식만 전했는데, 이는 명백히 인재다. 무리한 보 공사로 인한 참극이 벌어진 사건으로 이러한 무리한 보 공사를 강행한 북구청에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가 없는 곳의 팔거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강이 얕다. ⓒ 정수근

▲보로 막힌 팔거천. 강 우안의 수위표를 확인해보면 당시 수심이 1.8미터로 나와 있다. ⓒ 팔거천지킴이
이들은 "보가 없을 때는 이맘때 수위가 50㎝도 안 되는 얕은 수위로, 깊어 봐야 1미터 남짓이지만, 보가 들어선 이후 이곳의 평균 수심은 1미터를 훌쩍 넘어 깊은 곳은 1.8미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어린아이가 이곳에 빠지면 충분히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깊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보가 들어선 이곳을 제외하면 위쪽 정상적인 팔거천의 수위는 대부분 1미터 미만이라 평소 팔거천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곳 아이들은 무심코 얼음을 지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그러다 보로 생겨난 깊은 호수 같은 팔거천 얼음 위에서 얼음이 깨지면서 그 구덩이에 빠져 참사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다행히 저체온증을 앓은 세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사고는 "북구청의 이른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낳은 비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북구청은 그동안 팔거천지킴이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 공사를 진행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공사는 2015년에 시작하여 2022년 12월에 완료된 '팔거천 3단계 재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었고, 재해 예방과 관계가 없는 하천유지용수를 위한 가동보 공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팔거천 맨 하류에 가동보를 만들어서 그 채워진 물을 팔거천 상류로 올려보내 그 물을 하천유지용수로 흘려보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펌핑용 보 공사'다. 그렇게 해서 2023년부터 매일 3만 톤의 강물을 맨 하류에서 끌어와서 7㎞ 상류에서 흘려보내고 있다. 여기에 쓰이는 전기요금만 최소 2억 원(연간)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대구 북구청에서 준공할 당시 수중보의 모습. ⓒ 정수근
환경단체는 "북구청의 무리한 보 공사가 빚은 참극"이라고 주장하며, "이와 같은 전시행정 식의 보 공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팔거천뿐 아니라 금호강도 마찬가지인데, 살아있는 강은 그리 깊지 않다. 특히 갈수기인 겨울철엔 그 깊이가 1미터에 채 못 미치는 것이 대부분으로 빠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준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가 만들어지면 달라진다.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보는 말할 것도 없고, 팔거천에 들어선 보처럼 작은 보일지라도 채워진 물은 1미터를 훌쩍 상회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다.
보를 걷어내고 팔거천을 다시 흐르는 강으로

▲팔거천의 전형적인 모습.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의장은 말한다.
"왜 강을 이렇게 위험하게 관리해야 하는가? 누가 우리 강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들어놓은 것인가? 누가 팔거천을 아이들이 겨울철 얼음썰매도 탈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어놓은 것인가? 이는 북구청의 전시행정이 빚은 참극으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고, 보는 즉시 철거하거나 이용을 중단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당한 아이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팔거천지킴이 정유진 대표는 이번 사고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북구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있다.
"팔거천을 비롯한 우리 강을 다시 안전한 강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명을 달리한 어린 학생의 명복을 빌어본다. 북구청은 자신들의 전시행정으로 빚은 이번 참극에 대해 즉시 사죄해야 한다. 관련자에게 그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전시행정으로 만들어진 보는 즉시 철거해서 팔거천을 다시 안전한 우리 강으로 되돌려 놓을 것을 거듭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