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ojsfile.ohmynews.com/PHT_IMG_FILE/2025/0204/IE003411284_PHT.jpg)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은 2024년 12월 31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세 명 가운데 두 명(정계선, 조한창)은 임명하고, 한 명(마은혁)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1월 3일, 국회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한 명을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2025헌라1).
헌법재판소는 아홉 명의 헌법재판관으로 완성체를 이루어야 이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필요한 정족수는 7인 이상이므로(헌법재판소법 제7조 제1항) 일단 일곱 명 이상의 헌법재판관만 임명되어 있으면 헌법재판소의 심리는 돌아간다. 심지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임기만료로 퇴임한 헌법재판관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탄핵심판의 심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탄핵대상의 권한정지기간을 무제한적으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6인의 헌법재판관으로도 심리가 가능하다는 가처분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여섯 명의 헌법재판관이 심리를 할 수 있다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심판처럼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될 수 있는 심판절차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인용결정까지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권한대행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였으니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대통령(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인용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가 부여받은 헌법재판에 관한 사법권 중 권한쟁의심판은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의 과반수 찬성으로 인용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현재 재직중인 헌법재판관이 여덟 명이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의 인용결정을 위해서는 다섯 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한다(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 피청구인인 대통령권한대행도 헌법재판소의 인용결정에 기속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인용결정의 취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의 유무나 범위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는 헌법재판이다(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 중요한 것은 피청구인의 처분(권한행사)이나 부작위(권한불행사)로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현저한 위험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같은 조 제2항).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취지는 대통령권한대행의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으로 국회의 헌법재판관 임명권(헌법 제111조 제3항)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침해한 대통령권한대행의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처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부작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헌법재판소 인용결정의 취지가 달라진다.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 '부작위'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권한대행은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헌법재판관의 자격이나 선출절차와 관련된 법적 흠결이 없다면 권한의 본질인 재량영역은 사라지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 의무만 남는다. 대통령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한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헌법재판관의 자격이나 선출절차에 전혀 흠결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권한대행에게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은 사라지고 '임명의무'만 남는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인용결정으로 대통령권한대행에게는 '권한이 없다'고 확인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피청구인이 가진 권한을 행사하여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권한행사(처분)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전단). 반면에 피청구인이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면 청구인은 인용취지에 맞게 처분(권한의 행사)을 하여야 한다(같은 조 같은 항 후단). 이처럼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에게 권한이 존재함(있음, 유)을 주장하는 경우에 청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권한이 존재하지 않음(없음, 무)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청구될 수 있다.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대통령권한대행에게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보류)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주장을 이유 있다고 인용하는 것은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한다는 뜻이다.
대통령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격이나 선출절차에 흠결이 확인되지 않으면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권한의 불행사(부작위)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인용결정은 피청구인의 이러한 부작위로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으니 피청구인이 처분(권한행사)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피청구인이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을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하고 새로운 처분을 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12.3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그 해제를 위하여 국회에서 신속한 의결이 요구되었을 때 국회의장은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내란죄를 저지른 우두머리로 탄핵소추된 대통령을 최종적으로 탄핵하는 과정에서도 절차는 중요하다. 또한 탄핵결정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절차가 중요하고, 이러한 절차에서 적정한 법적 절차(due process of law)가 요구된다. 법적 절차의 적정성은 완결된 법리구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권한대행의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존재하는 권한의 불행사(부작위)가 아니라 존재하지도 않는 권한의 행사(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엄밀하게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