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7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한 가전제품 매장 TV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 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폭동' 여부는 내란죄의 핵심적 구성요소 중 하나로, 그 정도가 꼭 전국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만 미칠 정도의 위력만 있어도 성립된다.
또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의 봉쇄와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문건을 직접 보여줬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금까지 소방청장의 국회 증언을 통해 이 전 장관이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증언은 나온 바 있는데, 그 지시의 시작이 윤 대통령이었음을 가리키는 건 검찰 공소장이 처음이다.
검찰 "윤석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 결론
3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한 일련의 행위를 '폭동'으로 정의했다. 총 101 쪽에 이르는 공소장의 맨 마지막 문장은 "피고인은"이라는 주어 시작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서술어로 끝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다수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의원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체포 구금 등으로 강압함으로써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의회제도를 부인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을 장악하고 전산자료를 무단으로 확보하고, 영장주의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모의 및 준비하였다"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폭동행위로 ▲경찰의 국회 외곽 봉쇄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주요인사에 대한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선관위 점거·서버 반출 및 주요 직원 체포 시도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을 열거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이 동원한 무력은 국군방첩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 소속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경기남부청 등에 소속된 경찰관 약 3790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24:00경 언론사 봉쇄, 단전·단수하라" 적힌 문건, 윤이 이상민에게 보여줘
특히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취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밤 유명무실했던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해 했던 증언과 통한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장관 등 내각 인사들에게 각기 하달된 지시 문건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기재부 장관뿐만 아니고 외교부 장관도 있었고 경찰청장,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도 있었고..."라고 증언했다.
이 증언을 통해 소위 '계엄 문건'에 행안부 장관 몫이 있었음이 알려졌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이상민 문건'에는 특정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공소장에 따르면, '최상목 문건'과 달리 '이상민 문건'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해준 것이 아니라 보여줬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1시 37분쯤 소방청장에게 "경향·한겨레·MBC·JTBC·여론조사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을 하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소방청 차장을 거쳐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달됐다. 다만 이날 경찰이 소방에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 증언을 거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이 콕 집어 "그 정도 병력이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
한편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계획하면서 1000명가량의 군 간부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공소장을 보면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윤 대통령은 당시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3만명 정도 동원돼야 할텐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고 다시 물었고, "수방사 2개 대대 및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000명 미만"이라는 김 전 장관의 답이 돌아오자, 윤 대통령이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이는 두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그동안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병력 숫자와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고, 둘째, 윤 대통령이 국회와 선관위를 콕 집어 정예 부대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는 "부정선거 가동 시스템을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병력 투입을 지시하였고 국회 280명, 선관위에 290명의 병력이 투입된 것"이라고 썼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첫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0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는 이번 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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