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사람 콧속 녹조 독소(유해 남세균)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낙동강네트워크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長生炭鑛·장생탄광)에서 수몰돼 숨진 지 83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서도 한일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3일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 노동자들,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83주기를 추도한다'는 논평을 통해 "1942년 2월 3일 갱도에 바닷물이 새어 들어와 183명의 노동자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고 그중 136명은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렇게 큰 사고가 벌어졌지만 사건 수습도, 진상 조사도 없었고 유골 수습도 못했다. 조선인 노동자가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바닷속에 있다"며 "이들 삶의 마지막을 조사하고 수습하는 것은 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최소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다행히 지난해부터 일본의 뜻있는 시민들이 나서 역사를 알리고 유해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사건 수습과 조사의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달 31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이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정부 차원의 별도 대응은 어렵다"고 한 답변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일본 정부가 대응할 것을, 그리고 한국 정부가 적극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며 "윤석열 정부 시절의 굴욕외교, 일본의 강제동원 역사 지우기에 동참했던 역사 퇴행 외교를 근절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갱구 입구에서 183인의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잠수가 진행되자 유족들과 한일 양국 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 조정훈

▲지난 1일 오후 장생탄광 갱도 안을 수중탐사한 이사지 요시타카씨가 105분 동안 탐사를 마친 후 갱구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조정훈
정 의원은 "군함도, 사도광산, 조세이탄광까지 가라앉아 있는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다시 발굴하고 기억해야 한다"며 "내년 추도식 이전에 한일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의 유골을 수습하고 조선인 노동자들을 늦게나마 고향으로 모셔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장생탄광 수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한일 정부가 협력해 수몰사고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 유해 발굴 및 봉환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장생탄광 83주기 추모식과 현장 유해 발굴을 참관하기 위해 한국 추모단 100여 명과 함께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1일 오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추모광장에서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 유족들이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회 공동대표가 장생탄광 83주기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정훈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갱구 입구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춤꾼 박정희씨가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고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 조정훈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는 지난 1942년 2월 3일 오전 9시 30분쯤 해저 갱도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을 포함해 183명이 수몰돼 사망했다. 이후 유해는 수습되지 않았고 갱도는 누군가에 의해 막혔다. 이곳이 탄광이었다는 흔적은 바다에 남아 있는 피아(환기구) 2개만 남아 있다.
지난해 일본 시민단체인 '장생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새기는회)'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1200만 엔으로 탄광 입구인 갱도를 찾았고 유해 발굴을 위해 잠수부 투입을 2차례 시도했다.
또 사고 83주기를 맞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간 잠수부를 동원해 해저 265m까지 들어가 유해 발굴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일본 잠수 전문가는 갱도 입구(갱구)에서 350여m 정도 들어가면 유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회 공동대표는 "일본의 전쟁으로 희생된 유해는 이곳 우베시 앞바다에 83년 동안이나 방치된 채로 있다"며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 내에 방치되어 있는 유골을 그대로 둔 채 '미래 지향'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유해 발굴 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유족, 한국 정부 관계자, 한일 양국 국회의원, 한국 추모단 100여 명을 포함해 350여 명의 한일 시민들은 지난 1일 우베시 장생탄광 추모광장에서 83주기 추도식을 갖고 유해 발굴 현장을 지켜봤다.
[관련 기사]
"83년 기다려"... 해저 유해 발굴 '장생탄광' 유족의 눈물 https://omn.kr/2c29d
83년째 바다 속 방치된 유해... 올해는 찾을 수 있을까 https://omn.kr/2c1t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