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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참석해 후보 비서실장에 선임된 권성동 의원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참석해 후보 비서실장에 선임된 권성동 의원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안녕하세요, 권성동 의원님. 저는 의원님 지역구인 강릉에서 25년 넘게 살고 있는 시민입니다. 지역 고등학교 사회 교사이기도 합니다. 의원님을 2009년 보궐선거 출마때부터 지켜봤습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플래카드나 언론에서 여러 번 얼굴을 봐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법사위원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국회 측 대표를 맡았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21대 총선에서 공천은 못 받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던 장면도 떠오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윤핵관'으로 불리는 의원님 모습이 뉴스에 더 자주 보였습니다. 사적으로는 대통령과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공적으로 그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기관... 헌법 지켜야

저는 의원님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행동과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주민으로서 당연한 일이겠지요. 지역구민으로서 일상적 관심 외에 사회 교사라는 제 직업 특성 때문에 더 유심히 지켜봅니다.

지난해 있었던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원님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감이 많이 떨어졌는지 결과는 생각보다 힘겨운 당선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그때 이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선거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의원님도 많이 당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탄핵소추안 통과 후 나온 대통령 담화 장면을 황당하게 쳐다보는 의원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 국민은 일관되게 '비상계엄 선포'를 부적절한 행위를 넘어 '내란'으로 규정합니다. 의원님께서는 검사 출신이니 계엄 선포 과정, 계엄군의 국회와 선관위 난입, 포고령 내용 등이 얼마나 반헌법적이고 위법한지 잘 아실 겁니다.

'내 손으로 만든 대통령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관계를 끊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개인이 아닙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입니다. 헌법을 지킬 의무는 대통령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보수가 해야할 일

 2017년 1월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공개변론에서 권성동 법사위원장 등 청구인측이 참석하고 있다.
2017년 1월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공개변론에서 권성동 법사위원장 등 청구인측이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의원님이 보인 행동은 매우 걱정스럽고 위험해 보입니다. 5선의 중진 의원답지도 않습니다. 개인적 인연 때문에 정무 감각마저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고, 탄핵소추안 표결 반대를 이끄는 지역구 의원 모습을 보는 일은 매우 힘듭니다. 한 발 더 나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사태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는 장면을 보는 것은 괴롭기까지 합니다.

의원님이 속한 정당은 '보수'를 지향합니다. 보수의 속성은 국민과 국가의 안위, 원칙과 헌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개인과 권력을 지키려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것은 보수가 가장 싫어할 행태입니다. 바로 지난 12월 3일 내란이 그랬습니다.

보수나 진보는 정치적 선택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선택한 이후에는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국민의 표와 세금으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은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국민에 맞서고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민과 헌법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기 바랍니다.

반성과 성찰할 수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잘못된 길을 가다가 돌아서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3일) 대통령을 면회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론은 '개인적 만남'을 강조하신 의원님의 말씀이 '손절'을 위한 준비라고들 합니다. 개인적이거나 상황에 몰린 태세 전환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더구나 여당 원내대표의 행위는 사적일 수 없습니다. 행동과 말 하나하나 모두 공적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더욱.

지역구 국회의원의 행태는 지역 주민의 명예와 직접 연결됩니다. 강릉시민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더 멀리 가지는 않기를 기대합니다. '레테의 강'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승으로 가는 강입니다. '망각의 강'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혹여라도 최근 오른 정당 지지율에 잘못된 선택을 계속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2016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였습니다. 대통령과 왕은 전혀 다른 기관이지만, 국민의 무서움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지금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권력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내란#권성동#국민의힘원내대표#윤석열#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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