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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에게는 기분 좋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좋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함께 경험하는 길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내와 나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같이 보지만, 또 따로 보는 영역도 가지고 있다. 그럴 때, 서로 먼저 정주행을 끝낸 작품을 추천해줘서 함께 본다.

그렇게 보게 되면 한 사람이 먼저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해 주면서 대화를 하게 되는데, 마치 유튜브로 드라마 리뷰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최근에 이런 식으로 아내가 가이드해 줘서 본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와 <환혼>은 훌륭했다.

음식도 자연스럽게 이런 맥락에 합류한다. 서로 먼저 가본 맛집에 손을 꼭 잡고 가서 나란히 앉아 추천 메뉴를 먹는다. 음식이 나오고, 한입을 먹고, "어때, 맛있지?" 하며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란, 음식보다 더 꿀맛이다.

아마 이런 영역에서 가장 큰 것은 여행일 것이다. 재작년에는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코타키나발루를 이번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모시고 떠났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봤던 풍경을, 먹었던 음식을,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드렸다. 행복해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끼리만 갔던 때보다 증폭된 행복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의 정의 행복이란, 어쩌면 개인이 경험한 그 순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잔뜩 머금고, 다른 이에게 건네는 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행복의 정의행복이란, 어쩌면 개인이 경험한 그 순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잔뜩 머금고, 다른 이에게 건네는 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 김정주(본인)

설에도 이런 아내의 스킬은 자동으로 발동되었다. 작년에 갔던 여주 여행의 순간들을 장모님과 장인어른에게 그대로 옮겨 놓았다. 피는 못 속이는지, 아이들은 먼저 가본 길이라며 얼마나 너스레를 떨고 나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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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그 모습이란, 어른과 아이의 절제된 태도만 다를 뿐 본질은 같지 않을까? 마치 이런 메아리다. 내가 먼저 이런 행복이라는 길을 걸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도 이 행복을 소개해 주고 싶어요. 어때요, 참 행복하죠?

앞서 간 길을,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누군가에게 꼭 함께 걷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분명한 선한 감정이 아닐까. 그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은총이고, 걸어간 길을 함께 다시 걸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선명한 행복에 가깝다.

나는 앞으로도 꼭 이런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민첩하게 달려가 직접 걸어보고, 그 후에 경험에서 오는 씩씩함으로 다른 이들의 손을 꼭 잡아 함께 걸을 수 있는 삶 말이다.

행복이란, 어쩌면 개인이 경험한 그 순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잔뜩 머금고, 다른 이에게 건네는 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손을 잡아줄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살아가고 싶다. 의심할 여지 없는 행복이, 바로 그쯤에 있다.

#쓰고뱉다#행복#에세이#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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