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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생, 중등생 두 아이의 엄마다. 설 직후 세뱃돈을 챙기는 아이들을 보면 이럴 때 재테크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어진다. 어떻게 돈을 잘 모아야 할지, 어떤 게 현명한 소비 방식인지 말이다.

설 연휴 즈음, 마침 각 금융권에서도 이런 부모 마음을 알아본 듯 자녀들 저금 관련 상품들을 내놓는다고 해서 알아봤다.

은행이 내놓은 다양한 상품들

 두 자녀의 엄마인 나는 설날 세뱃돈을 챙기는 아이들을 보면 이럴 때 재테크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어진다(자료사진).
두 자녀의 엄마인 나는 설날 세뱃돈을 챙기는 아이들을 보면 이럴 때 재테크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어진다(자료사진). ⓒ 3dparadise on Unsplash

우리은행의 '우리 아이행복적금 2'는 아이 지문 사전 등록 후 신고증을 제출하면 최대 연 4.1%의 금리를 제공한다. 지문 등록은 경찰서나 안전드림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아동수당을 수령하는 경우 특별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있다. NH농협은행의 'NH아동수당우대적금'은, 아동수당을 수령하는 경우 1.5% 포인트 등 최고 연 3.5%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하나 아이키움 적금은 기본금리는 연 2.0% 이지만,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8.0%까지도 가능하다. 적금에서 볼 수 없는 숫자라 기대감이 생긴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부분을 눈여겨 볼만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초등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성인인 나보다도 키가 큰 청소년들에게는 지문 등록도, 아동 수당도 먼 이야기다.

고물가가 고민인 건 아이들도 같다

우리 집 초등 6학년 둘째는 친구들과 하는 아날로그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보드게임 카페에 가면 주말 기준 시간당 기본 3천 원, 추가로 5천 원대 음료 주문은 필수다. 1시간만 놀아도 8천 원인데 보통 2-3시간을 논다. 그러다 보면 다른 간식도 먹게 된다. 2만 원이 금방 나간다.

중학생 첫째는 친구들과 올리브X과 다이X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일종의 또래 문화다. 그런데 구경하다 보면 한두 개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친구와 밥 한 끼 먹고 음료 한 잔 마시면 3만 원도 아쉬울 때가 있단다.

물가가 이러니 아이들도 용돈만으로 사회생활을 하려면 빠듯하기도 할 거다. 세뱃돈을 받으면 눈이 반짝거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 반짝임에 세뱃돈을 다 날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큰 아이의 용돈 이외 수입은 남편의 '세이프박스'(카카오뱅크 통장의 온라인 금고, '계좌 안 금고'인데다 보관한 날만큼 이자를 받을 수 있다)에, 둘째 수입은 내 세이프박스에 넣어놨다.

둘째는 이번에 받은 세뱃돈의 80프로를 세이프박스에 넣었고, 나머지 20프로는 본인 용돈 통장으로 보내달라 했다. 요새는 아이들도 청소년 체크카드를 쓰기에, 배부른 통장은 필수다.

아이들 세뱃돈을 보는 엄마의 기대,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연금저축과 S&P500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연금저축은 지금부터 조금씩 모아서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오래 쌓이면 이자도 많이 쌓인다고 했다. 아이들도 관련 학습만화를 몇 번 읽은 터라 대충은 이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기대하는 수익률 시간에 기대 복리로 올라가는 수익률. (AI 생성 이미지)
우리가 기대하는 수익률시간에 기대 복리로 올라가는 수익률. (AI 생성 이미지) ⓒ Bing

한편, S&P500은 미국의 큰 회사 주식을 종류별로 조금씩 모아가는 거라고 설명했다(S&P 500 지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and Poors, 약칭 S&P)이 작성한 주가 지수다).

10대 청소년에게 55세 연금은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었다. 대신 S&P500의 우상향 그래프를 보면 수긍하는 눈치다. 그 우상향을 보려면 오래 묵혀야 한다고 설명하니, 둘째는 조금만 넣겠노라 한다.

큰 아이는 지출 방향이 확실하다. 일렉기타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 악기와 앰프를 사달라는 아이에게 나는 일단 학원 기타로 연습해 보라고 했다. 주 1회 레슨과 연습실 출석을 한 지 4주가 지났다. 아이는 세뱃돈으로 악기와 앰프를 사겠노라 했다. 벌써 연주하고 싶은 '워너비 연주곡'도 생겨서 마음이 급해 보인다.

돈은 단지 숫자로 남지만, 선택은 기억으로 남는다. 세뱃돈이 주머니를 떠나 어디로 가든, 아이들에게 남는 건 '내가 결정했다'는 경험일 것이다.

재테크 세계에서는 적은 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불어나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세뱃돈을 가지고 고민하고, 비교하고, 스스로 결정해 보는 과정이야말로 돈보다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세뱃돈 소비로 배웠으면 하는 것

일렉기타에 빠진 중학생 일렉기타에 빠진 큰 아이는 지출 방향이 확실하다. 세뱃돈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확실한 아이 (AI 생성 이미지)
일렉기타에 빠진 중학생일렉기타에 빠진 큰 아이는 지출 방향이 확실하다. 세뱃돈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확실한 아이 (AI 생성 이미지) ⓒ Bing

돈을 현명하게 쓰는 일은 마치 피아노로 작곡하는 것과 같다. 어떤 음이 어울리는지, 어떤 소리는 귀에 거슬리는지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때로는 불협 화음을 내기도 하고, 실수로 엉뚱한 건반을 누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손끝으로 익힌 감각이 결국 자신의 곡을 만들어 간다.

둘째는 S&P500의 그래프를 보며 먼 미래를 떠올리고, 첫째는 기타의 줄을 튕기며 얻는 당장의 설렘을 선택했다. 한쪽은 기다림을 배우고, 다른 한쪽은 몰입을 배운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선택의 흔적이 언젠가 아이들이 마주할 또 다른 선택 앞에서 길잡이가 돼 줄 거라는 사실이다.

몇 년 후, 아이들은 지금의 선택을 돌아보며 어떤 말을 할지는 모르겠다. S&P500에 돈을 너무 조금 넣었다고 후회할 수도, 기타는 잠깐의 열정이었다며 구석에 처박아둘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든 성공이든, 자기가 직접 고민하고 자기 손으로 결정한 경험은 오래 남는다. 그러니 섣불리 실패나 성공으로 단정 지을 일도 아니겠다.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망 아래 있을 때 선택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도록 놔두고 싶다.

재테크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힘일지도 모른다. S&P500도, 일렉기타도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끝까지 들어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새뱃돈#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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