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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12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으나,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기 위해 밤샘농성을 벌인 시민들이 '믿을 수 없다'며 또다시 계엄군과 경찰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으나,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기 위해 밤샘농성을 벌인 시민들이 '믿을 수 없다'며 또다시 계엄군과 경찰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권우성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격변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필자가 관심을 둔 것은 명령하달 조직에서 '항명'에 해당할 수 있는 '불복종'과 관련한 것이었다. 소위 'MZ세대'인 군인들이 상황을 파악한 후에 소극적으로 명령을 수행함으로 큰 불상사 없이 비상계엄이 해제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당한 명령이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던 것이다.

지난 1월 9일, 군사법원에서는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항명죄로 고발된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할 때, 경호처 직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강경일변도의 지휘부의 명령에 불복종함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령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한다면, 군 조직 같은 것이 비상시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비상시에 어떤 명령이 불합리한 것인지 아닌지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것인지. '명령' 자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등등.

명령에 따랐을 뿐!? (2025년 1월 24일 초판/동아시아출판사/ 값 20,000원)
명령에 따랐을 뿐!?(2025년 1월 24일 초판/동아시아출판사/ 값 20,000원) ⓒ 동아시아출판사

이런 고민 중에 권위와 복종에 대한 인지신경과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애밀리 A. 캐스파(Emilie A. Caspar)'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책을 만났다. 캐스파는 '복종하는 뇌와 저항하는 뇌'라는 부제의 책을 통해서 '명령에 따르는 것이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다.

"그냥 명령을 따랐을 뿐이야"

저자는 1968년 베트남 미라이 마을의 학살,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연합군이 2000명이 넘는 프랑스 민간인을 죽인 사건,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상부의 명령을 거부했던 이들에 대한 예를 든다. 그들은 명령불복종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때 그것에 거부하거나 항의하는 역사적인 사례를 찾아본 결과 단지 친사회적 불복종 비율은 3.66%에 불과했으며(p.9), 8년 동안 실험실의 실험을 통해서는 겨우 2.97%만(p.13)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 '명령'을 받는 입장이 되면,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위해나 협박이 없더라도, 심지어는 명령을 수행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음에도 거의 97%의 사람들이 명령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이 문제를 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다. 르완다와 캄보디아에서 일어났던 집단 학살 가해자들을 인터뷰하고, 복종에 관한 실험 연구의 역사를 살펴본다. 인간의 뇌는 '명령에 복종하기로 하는 순간' 정상적인 판단을 유보한다고 본다.

복종 상황에서는 주체성과 책임감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불의한 명령에도 쉽게 순종하게 되고, 명령에 따라서 행한 것이므로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군다나 집단적으로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 일이 발생해도 '개인 간 책임의 분산'으로 잔혹한 일을 저지른 후에도 거의 책임감이나 죄 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근본적으로 공감을 느끼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불의한 명령에 의해 비인간화와 잔혹행위가 일어나게 되면 신경 기반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입게 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뇌가 변화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전쟁과 트라우마나 갈등은 끝없이 순환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부도덕함에 맞서는 3%의 평범한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부도덕함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3% 남짓의 사람, 그러나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절망의 시기에도 그들로 인해 끊임없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구조자들은 종교적인 신념이나 도덕적 신념에 따라 행동했지만 어떤 구조자들은 공감이나 보호하려는 욕구에 따라 행동했다.' (p.345)

하지만, 그저 명령에 복종했던 가해자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은 없었고 감정을 갖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습니다. 감정은 없었고, 죽이는 것이 일이었으며 일단 살인을 시작하면 살인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전업이 되었죠.' (p.97~98 과거 르완다에서 투치 족 집단학살 가해자)

'내란에 동조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라

명령이라는 것은 단지 군 조직과 같은 조직사회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내란에 동조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있다. 지난 서부지법 폭동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행위를 부정하는 국민의힘과 극우 유튜버와 극우인사들의 암묵적인 명령에 따라 일어난 사건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정선거'라는 가짜뉴스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닌가? 이런 중차대한 일을 일으켜 놓고도 여전히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옹호하고, 심지어는 무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들은 가짜뉴스나 편향된 극우논리에 복종하기로 작정했고, 그 명령에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주체성과 책임감도 없으며, 만일 잘못된 일이 생기면 자기의 책임이 아니라 남의 잘못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희망의 나라가 되려면, 친사회적 불복종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애밀리 A. 캐스파(Emilie A. Caspar)'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책은 2025년 혼돈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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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따랐을 뿐!? - 복종하는 뇌, 저항하는 뇌

에밀리 A. 캐스파 (지은이), 이성민 (옮긴이), 동아시아(2025)


#명령#학살#내란#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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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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