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은)기재부 장관뿐만 아니고 외교부 장관도 있었고 경찰청장,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도 있었고…"

"(국무회의에서 계엄에)동의한 분도 있었습니다. (누구인지) 제가 말씀 드리기는 곤란합니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23일 헌법재판소 증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요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는 등 궤변을 쏟아내긴 했지만, 개중에는 계엄 전후 내각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증언도 있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상계엄 문건 관련 대목이 그렇다. 김용현 전 장관은 23일 헌재 증인신문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장관 등 내각 인사들에게 각기 하달된 지시 문건이 "대충 한 6~7장 되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지금껏 수사기관 수사로 실체가 드러난 계엄 문건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것 등 4개가 전부였다.

여기에 더해 김 전 장관은 전날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 몫의 계엄 문건도 존재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야권에서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에게 간 문건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한 총리·이 전 장관에게 전해진 계엄 문건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리는 그간 국회에 출석해 계엄 문건을 건네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 전 장관은 이에 대해 그 어떤 진술도 하지 않은 채 증언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심판정에 선 김 전 장관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전 요식행위처럼 치러진 국무회의 때 윤 대통령의 계엄에 "동의한 분도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다만 '누구였나'라는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의 질문에는 "제가 말하긴 곤란하다"고 곧장 입을 다물었다. 이는 그간 한 총리나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당시 국무회의에 있었던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찬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 목소리를 내온 것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내각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김영호 통일▲조태열 외교▲박성재 법무▲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정안전▲송미령 농림▲조규홍 복지▲오영주 중소벤처기업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님) 등 총 12명이다.

"쪽지 더 있다", "계엄 동의도 있었다"… 김용현 폭로에 다시 거명되는 이상민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일각에선 이번 김용현 전 장관 증언으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계엄 관련 혐의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전 장관 발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제 헌재 증인신문에 의미 있는 장면도 있었다고 본다"라며 "김 전 장관 본인 외에 만일 계엄에 찬성한 장관이 더 있다면 이상민 전 장관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법사위 관계자 역시 "김용현과 더불어 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상민이 이번 계엄에 상당 기간 거명되지 않은 점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 증언대로 이상민 전 장관이 실제 계엄 문건을 받았다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가 향후 수사에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뒤늦게 사실이 알려진 이상민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내용이 계엄 문건에 명시돼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당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단전·단수 같은 것도 쪽지(계엄 문건)에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행안부 장관은 경찰·소방을 움직일 수 있어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라며 "쪽지에 5개 언론(MBC·JTBC·한겨레·경향·김어준의뉴스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날 헌재에서 김 전 장관은 이상민 전 장관에게 간 계엄 문건이 조지호 경찰청장의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행안부 장관에게 준 쪽지에 적혀있던 내용이 기억나나'라는 국회 탄핵소추인단의 질문에 "그것은 경찰청장에게 준 것과 똑같았다"고 답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받은 계엄 문건에는 '22시 국회', '23시 민주당사', '비상계엄', '여론조사꽃' 등 계엄군이 출동할 시간과 장소, 계획들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상민 전 장관의 계엄 관련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계엄 문건 부분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 계엄 쪽지, '언론사 단전·단수' 담겼을까… 공수처 "수사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되었다는 ‘국가비상 입법기구’가 언급된 문서가 공개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되었다는 ‘국가비상 입법기구’가 언급된 문서가 공개되고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계엄 문건이 중요한 이유는 계엄의 위헌·위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상목 장관이 받은 문건, 일명 '최상목 쪽지'는 이번 계엄 수사의 '스모킹건' 중 하나로 평가돼왔다. 해당 문건은 A4 용지 한 장짜리 문서로,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과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계엄 상황이라 해도 국회의 권한만은 침해할 수 없게 돼있다는 점에서 핵심 물증으로 꼽혀왔다.

이외에도 같은 A4용지 형태의 계엄 문건으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가 받은 것들이 있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조 장관이 받은 문건은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조 장관 문건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직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장관 문건은 선포 직후에 전달됐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게 간 문건은 국무회의보다 앞선 같은날 오후 7시 20분 안가(안전가옥) 회동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변호사는 소리치고...곳곳 '폭탄' 김용현 증언 https://omn.kr/2bzmj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이상민#김용현#윤석열#계엄문건#공수처처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