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3대 하천에 '4대강 사업'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대전시는 약 172억 원을 전액 시비로 투입해, 20개소에 대규모 준설을 진행하고 있다. 준설량으로는 37만 톤, 면적으로는 46만1648㎡의 엄청난 규모다. 이런 대규모 준설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 20일과 21일 양일에 거쳐 준설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대전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번 준설의 과정 등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환경오염 대비가 전혀 없고, 준설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한 아무런 조사와 조치도 없이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홍수 위험이 없는 지역도 준설하는 등 예산낭비 정황도 볼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국가하천 홍수재해 예방을 위한 적정하도 정비 기준연구'를 통해 마련한 준설지침 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제기능 못하는 오탁방지막... 심각한 준설현장
준설현장에 가보니 설치된 오탁방지막은 제기능을 하지 못한 채, 하류로 탁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수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퇴적되었던 오염물이 하천에 유입될 경우, 생물사고 등의 위험이 가중 될 수밖에 없다. 준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물환경보존법 위반에 해당된다. 환경영향평가나 사전환경성평가 등을 통해 공사 과정과 공사 후 발생할 수 있는 오염에 대한 점검 없이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오탁방지막을 지난 이후 오른쪽과 왼쪽의 물색의 차이로 탁도를 짐작할 수 있다. ⓒ 이경호

▲작은 섬 주변을 찾는 새들! 이런 하중도를 모두 준설하는 중이다 ⓒ 이경호
대전시에 문의한 결과 환경영향평가는 진행하지 않았고, 생태계 영향에 대한 부서 간 협의는 있었으나 구체적인 조사는 하지않았다고 한다. 준설이 심각하게 진행되는 구간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와 독수리,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 흰목물떼새가 준설지 인근에서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준설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위협받는 것이다.

▲준설현장에 나타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힌꼬리수리 ⓒ 이경호

▲흰꼬리수리가 찾아온 지역을 준설중인 모습 ⓒ 이경호
또 지난해 홍수위험이 있었다는 8개 교량(만년, 갑천, 원촌, 침산, 안영, 복수, 가장, 대흥) 이 외에 홍수 위험이 없는 지역까지 준설 중인 것을 확인했다.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준설 현장 중 최소 9개교(불무, 신구, 용산, 대덕대, 둔산대, 한남대, 현암, 용문, 수침) 주변은 홍수위험이 없음에도 준설을 진행하면서 예산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는 이에 대해 기능부족 교량(여유고, 경간장) 주변을 준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량의 기능이 부족이 원인이라면 교량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결책이다. 불필요한 준설을 강행하기 위한 핑계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교량 하부 교각보호공과 인접한 지점을 대규모로 준설하면서, 교량 하부의 토사가 유출되는 등 오히려 교량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량을 개량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임에도 준설이라는 방법을 선택해 시민들의 안전을 더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홍수위험이 없었던 대덕대교 준설모습 ⓒ 이경호

▲불무교 상류 준설의 모습 ⓒ 이경호
대전시는 2022년 '국가하천 홍수재해 예방을 위한 적정하도 정비 기준연구'를 통해 준설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을 보면 준설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7가지 평가기준과 평가방안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의견수렴, 멸종위기종과 고유 생태계에 대한 조치도 하게 되어있지만 이런 과정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를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2022년 국가하천 홍수재해 예방을 위한 적정하도 정비 기준연구 ⓒ 이경호
준설 효과는 모르지만 일단 한다?
대전시는 준설에 따른 효과 분석도 하지 않아 수해에 어느정도 대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수해 원인에 대한 평가도 하천행정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회피했다. 결국 제대로 된 원인분석도 없이 대규모 준설을 이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가지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지난해 대전은 수해로 인해 유등교가 침하되면서 교량을 재가설 중에 있다. 대규모 준설이 교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교각의 안전에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 교각을 보호하는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교각 하부의 유실로 유등교와 같은 침해가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혹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는 자연재해가 아닌 과도한 준설로일어난 인재 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전시는 아무런 조사와 근거 없이 무리한 준설이 문제 없다며 사업을 강행하는 중이다.
졸속으로 진행된 대규모 준설 결과는 멸종위기종 서식처 훼손과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시민혈세 낭비로 귀결된다. 이에 우리는 현재 진행하는 졸속 준설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생태계 위협을 받는 멸종위기종의 조사를 진행하고 준설의 원상복구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사업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통해 대전시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