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3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 ⓒ 유성호
경찰이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를 일으킨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목사를 내란선동죄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3일 전 목사를 고발한 시민단체 쪽 조사를 시작으로 전 목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새벽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진 뒤 당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가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한 전 목사는 아직까지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 목사가 그간 각종 시위와 유튜브에서 해온 발언과 실제 서부지법에서 일어난 폭동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체적인 발언의 취지, 선동자와 피선동자와의 관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라며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 목사 외에도 현재 10명 이하의 극우 유튜버들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한 내란선동죄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목사를 포함해 이들에 대한 출석 요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내란 관련 범죄는 판례가 극히 적고, 일반 수사처럼 겉으로 나타난 폭력 행위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들이 사전에 무슨 유튜브를 시청해 왔는지 등을 함께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이 19일 새벽에 서부지법 내부에서 검거한 46명 중 44명은 전날인 22일 무더기로 구속됐다.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난 지 3일 만이다. 경찰은 이후에도 4명을 추가로 조사해, 서부지법 폭동 피의자는 5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 중 총 3명이 유튜버로 밝혀졌다고 한다.
전광훈, 미국에서도 "윤 탄핵 용서 못 해, 반드시 찾아올 것"… '분신' 언급도

▲전광훈 목사가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전 목사는 "분노했던 사람들은 다 광화문 광장으로 뛰어나와야 한다"라며 "그것이 분신 자살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발언했다. 전광훈TV 캡처. ⓒ 전광훈TV
전 목사는 현재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미국 버지니아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한 강연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전 목사는 또다시 "광화문 운동을 주도하는 저도 절대로 윤석열을 탄핵시키는 것을 용서할 수가 없다"라며 "반드시 우리는 찾아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윤석열 다음에는 제가 주목이 되고 있다"라면서 "한국의 애국 동지들이 나한테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라. 체포된다고"라며 "당당하게 한국으로 갈 것이다. 나는 체포돼도 괜찮다.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도 전 목사는 "분노했던 사람들은 다 광화문 광장으로 뛰어나와야 한다"라며 "그것이 분신 자살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했다.
앞서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나기 전날인 18일 서부지법 앞 극우 시위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서울구치소를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 (윤석열)대통령을 모셔 나와야 된다"고 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는 서부지법에서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지고 있던 때였다.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19일 새벽 3시께, 100여 명의 극우 시위대는 경찰을 폭행하고 서부지법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 집기를 부수며 영장 발부 판사를 찾으러 다니는 사상 초유의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현장에서 체포된 4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6명이 30대 이하 남성으로 드러났다.
사랑제일교회는 거리 두기… "개별 교인 활동, 교회와 연결 안 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집단난동 사태 당시 판사실에 침입한 40대 남성 이모씨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씨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특임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씨는 지난 19일 서부지법 7층까지 올라가 판사의 집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로 이튿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 연합뉴스
전 목사 본인은 여전히 폭동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수사가 본격화하자 사랑제일교회 측은 서부지법 폭동과 선을 그으려는 모습도 함께 보이고 있다. 전 목사 입장을 대변하는 사랑제일교회 측은 21일에 이어 이날만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최근 서부지법 폭동 건으로 체포된 이아무개 전도사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도사는 그간 사랑제일교회에서 활동하며 전 목사를 추종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또 서부지법 폭동 당시 상황을 생중계했던 한 유튜브 채널에 사랑제일교회 후원 계좌 번호가 적혀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해당 유튜브는 사랑제일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교회 차원에서 폭력을 조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개별 교인의 활동을 교회와 직접 연결 짓지 말라"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이날 전 목사의 현재 위치, 경찰 조사와 관련한 <오마이뉴스>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전 목사가 미국에서 귀국한 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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