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구시당. ⓒ 조정훈
국민의힘이 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4.2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모두 4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대구는 '달서구6' 선거구에서 대구시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경북은 김천시장 선거와 경북도의원 '성주군' 선거구에서 재선거를, 기초의원인 '고령군 나'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귀책으로 치러지는 선거구는 경북 고령군 기초의원 선거구를 제외한 3곳이다.
대구시의원 재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전태선 전 시의원이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2명에게 황금열쇠를 주고 주민들에게는 마스크 1만여 장을 제공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경북은 김충섭 전 김천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공무원들을 동원해 지역 주민 등 1800여 명에게 6600만 원 상당의 술과 현금 등을 제공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또 경북도의원 성주군 선거는 강만수 전 경북도의원이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지역 행사에 수건을 나눠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은데 따른 것이다.
경북 기초의원인 고령군의원은 이달호 전 고령군의원이 지난해 4월 사망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 당규 '지방선거 공직 후보자 추천 규정' 제39조(재·보궐선거 특례) 3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대구시당은 자당 소속 의원의 귀책사유로 지난해 총선과 함께 치러진 대구 수성구 구의원 보궐선거에서 무공천을 결정했고 지난 2022년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공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북도당은 지난 15일 공천관리위원회를 열어 자당의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김천시장과 광역의원(성주군), 기초의원(고령군) 등 3곳 선거에 대해 공천하기로 의결했고 대구시당은 오는 24일 공천을 의결할 예정이다.
야당과 시민단체 비판에 국민의힘 "귀책사유 있어도 무조건 무공천 아냐"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귀책사유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하기로 하자 지역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염치가 없다"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22일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이 자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실시하는 대구시의원 재선거까지 공천을 하려고 한다"며 "소탐대실하는 결정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구시당은 "전태선 전 의원이 황금열쇠 제공과 주민들에게 마스크 1만 장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을 받고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치르는 선거"라며 "황금열쇠 제공이 내란의 문을 열려고 한 징조였나"라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의원 재선거에 5억8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경북 재선거에 22억7000만 원 등 28억5000만 원의 혈세가 쓰인다며 "대구시민을 장기판의 졸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결정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도 "국민의힘은 '사고지역에 후보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당규가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하무인 공천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말의 반성도 모르는 몰염치함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도 23일 낸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 당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치러진 여러 재보궐선거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당이 공천할 때 이를 거세게 비난한 적도 있다"며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당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거나 무소속 후보의 난립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후보를 공천한다면 이는 대구시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무공천하고 자당 인사가 탈당 후 당선되어 재입당하는 꼼수도 부리지 않도록 방침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도 자당 소속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귀책사유가 있지만 후보를 공천해 당선시켰다"며 "우리 당도 귀책사유가 있으나 (후보를 내) 시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관계자 역시 "당규에 귀책 사유가 발생한 곳은 무조건 무공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천시장의 경우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어 공천하지 않을 경우 지역이 사분오열된다는 의견이 있어 공천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천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들 모든 선거구 등록
한편 23일 현재 대구 '달서구6' 선거구에는 김태형 전 달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배지숙 전 대구시의회 의장(국민의힘), 이관석 영남대 총동창회 이사(국민의힘)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태성 전 민주당 김천지역위원장 1명이 등록했고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김세환 전 구미시 부시장, 김응규 전 경북도의회 의장, 배낙호 전 김천시의회 의장, 배태호 전 한국감정원 노조위원장, 서범석 전 김천시 감사실장, 이창재 전 김천시 부시장, 임인배 전 국회의원 등 7명이 등록했다.
또 이선명 전 김천시의원이 한국농어민당으로, 박판수 전 경북도의원이 무소속으로 등록해 모두 10명의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경북도의원 '성주군' 선거구에는 아직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없고 기초의원인 '고령군 나' 선거구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영환 전 다산면 이장협의회장과 성현덕 전 고령군 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 손형순 전 경북자율방범연합회 회장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오세윤 전 다산면 새마을협의회장은 무소속으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