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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숨졌습니다. 큰 충격 속에 많은 국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족들에게 위로와 지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필자는 동물단체 활동가로서 참사 희생자들의 반려동물과 유족들을 돕기 위해 무안군과 장성군 등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은 엄중한 곳에서 동물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며칠 간의 짧은 활동을 수기 형식으로 기고합니다.[기자말]
2024년 12월 31일, 동물단체 활동가들과 점심을 먹다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의 목숨이 믿어지지 않는 숫자로 전환되는 뉴스를 보며 느꼈던 충격과 무력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몇 년 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유형의 참사 피해자들을 만난 경험이 있었고, 이번 참사 역시 피해자들이 초기에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어떠한 혼란을 겪고 있을지 나름의 상상이 가능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마 이번에도 희생자 집에 남겨지거나 돌봄 지원이 급한 반려동물들이 있을 거예요. 유족들은 주변에 차마 동물까지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 곤란하실 거고요. 다른 재난 참사들도 그랬거든요."

설명을 듣던 동료 활동가가 말했다.

"우리 단체에서 한 번 가보면 되잖아요?"

나는 희생자들이 모두 수습되지도 않은 현장에서, 아마도 넋을 잃고 울고 있을 유족들 틈에서, 사람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봉사자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혹시 동물에 관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라고 물으면 어떤 취급을 받을지 상상해 보았다. 혼자서는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나는 동료 활동가에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같이' 가시죠."

많은 사람이 희생된 곳에서 말 꺼내기 어려운 제안이었지만

 2025년 1월 1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건물 밖 까지 줄을 서 있다.
2025년 1월 1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건물 밖 까지 줄을 서 있다. ⓒ 동물권행동 카라
ⓒ 김영환

2025년 1월 1일, 동료와 함께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공항 청사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이 건물 밖까지 수백 미터 이상 줄을 서 있었다. 무안에서 서울로 돌아갈 일정을 생각하면 서둘러야 했지만 줄이 길더라도 먼저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에게 헌화한 다음 유족들을 도울 일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추운 날 줄 서 있는 조문객들에게 핫팩과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파를 통제하고, 푸드트럭 사장님들은 커피와 따뜻한 음료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청사 1층 가운데에 희생자 유족을 위한 안내판이 보였다.

'식사 및 구호물품 제공', '심리상담', '샤워부스', '금융·법률 상담 지원', '응급 의료지원', '셔틀버스 운행', '장례 지원', '유족 종합상담', '긴급돌봄지원'

빼곡한 지원 안내문 속에 반려동물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누군가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이미 국민 1천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회임을 생각하면 반려동물 관련 지원은 유족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는 희생자의 장례 기간 중 고령자, 영유아 등 여러 이유로 집에 홀로 남게 되는 가족이 있으면 각종 기관을 통해 그 가족의 돌봄을 지원해 준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그러한 지원에 포함되지 않아 유족들이 모두 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06년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다가오는데도 피난을 거부했던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묻고 조사했다. 조사 결과 44%가 '반려동물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대피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사람과 동물의 안전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해 10월 미국 연방정부는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반려인에게 구조, 돌봄, 쉼터 등을 제공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희생자 유족을 위한 지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희생자 유족을 위한 지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동물권행동 카라

합동분향소에서 나오니 유족 텐트가 모여 있는 구역 곳곳에서 참다 터지는 듯한 통곡 소리가 들렸다. 나와 동료는 텐트 방문을 포기하고 별관에 설치된 상황실로 발길을 돌렸다. 전남도청 상황실, 광주광역시 상황실, 무안군 상황실, 종합상황실 등을 돌며 공무원들에게 명함을 주고 혹시 동물 관련 도움을 요청하는 유족이 있으면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생각해보지 못한 종류의 제안에 공무원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그리하겠다고 했고 유족 1:1 상담 팀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담당 공무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 되지 않았던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운 반응이었다. 다행이었다.

집에서 굶고 있을 개를 생각하니...

일주일 뒤, 장성군청 축산과에서 연락이 왔다. 장성군 희생자 부부의 집에 반려견이 홀로 남아있는데 유족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희생자의 친언니와 통화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들어보니, 유족들이 경황 없는 와중에도 고인의 반려견을 굶길 수 없어서 매일 무안과 장성을 왕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유족들의 노력도 한계에 달해서 개를 잘 키울 줄 모르고 여건이 안되는 유족들이 직접 반려견을 맡기보다는 더 좋은 입양처를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장성군에 도착하니 새로 지은 지 1년도 안 된 희생자 부부의 전원주택이 보였다. 마당엔 흰 눈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엔 주택을 지을 때 함께 시공한 것으로 보이는 울타리와 개집이 있었다. 희생자 부부의 진도-리트리버 믹스 반려견 '둥이'의 집이었다. 둥이의 집 앞에서 희생자의 어머니가 둥이를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녀가 없는 자신의 딸이 7년간 정성스레 둥이를 돌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둥이를 동물단체에 보내기 전에 그리움과 미안함이 섞인 감정이 올라온 것 같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언니가 말했다.

"여긴 시골이니까 주변에서는 다들 농장이나 다른 데 보내라고 하는데... 노인이 혼자 큰 개를 매일 산책 시키고 돌봐줄 수도 없고, 우리도 사정이 안되고. 그래도 둥이가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군청에 연락했어요."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부부의 집에 혼자 남은 반려견 둥이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부부의 집에 혼자 남은 반려견 둥이 ⓒ 희생자 유족 제공

참사 이후 둥이는 희생자 부부가 왜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 궁금해 하며 홀로 부부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유족들은 공항 텐트 안에서 정신을 잃을 듯 울다가도 집에서 굶고 있을 둥이를 생각해 장성군까지 가족 한 명을 보내 둥이의 밥을 챙겨줬을 것이다. 매일 공항과 고인의 집을 오가는 유족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많이 슬프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둥이는 저희가 꼭 좋은 집으로 입양 보낼게요."

적당한 위로의 말보다는 둥이에게 최대한 잘해주는 것이 유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동료 활동가가 울타리에서 둥이를 꺼내 산책을 시켰다. 참사 이후 거의 보름 만에 땅을 밟은 둥이는 신나게 뛰더니 유족들에게 돌아와 배를 내밀고 누웠다.

 1월 10일 전남 장성군에서 반려견 '둥이'가 눈 밭을 뛰고 있다.
1월 10일 전남 장성군에서 반려견 '둥이'가 눈 밭을 뛰고 있다. ⓒ 동물권행동 카라

유족들은 둥이를 데려갈 승합차가 있는 곳까지 긴 언덕을 따라 내려오면서 둥이가 희생자 부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설명했다. 둥이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집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같았다.

둥이를 이동용 케이지에 넣고 승합차에 싣자 둥이는 처음 겪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는지 바닥에 깔아준 담요를 애꿎게 죽죽 물어뜯었다. 희생자의 어머니와 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둥아, 울지 말고 잘가, 행복하게 살아."

케이지 속 둥이는 울지 않았다. 희생자의 어머니와 언니가 울었다. 유족들은 서울로 떠나는 둥이를 보며 희생자와 다시 한번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듯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된 대형 참사 상황에서 둥이를 구조하는 활동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만약 둥이의 보호자 부부가 이 장면을 볼 수 있었다면, 최소한 괜한 일을 했다고 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가 SNS에 남긴 둥이와의 일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가 SNS에 남긴 둥이와의 일상 ⓒ 희생자 유족 제공

*둥이(수컷, 6살)는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https://www.ekara.org/kams/adopt 에서 입양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무안국제공항#참사#동물권#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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