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회에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 이상민
21일 오후 5시, 대구 동구 용계동에 위치한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인근에서 대구촛불행동 주최로 '국힘당 해산 도장깨기'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엔 시민 30여 명이 참석했다.
동구에 거주 중인 진영미 대구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첫 발언을 통해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극우세력의 폭동을 규탄하며 "이번 폭력 가담자와 배후세력을 발본색원하여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 대구가 바뀌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시는 대구에 강대식 같은 국회의원, 그리고 깃발만 꽂고, 막대기만 꽂으면 되는 그런 국회의원들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대구의 지역구가 12개인데 모두 국힘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대구를 위해 한 것이 무엇입니까? 대구는 계속 낙후되는 도시, 정치적인 소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도시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를 바꿀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합쳐서 열심히 싸워 봅시다."
한 시민은 강대식의 행적을 지적하며 신랄하게 규탄했다. 특히 '나는 그냥 조직에 몸을 담갔으면 그 조직의 어떤 것이라도 따라야 한다'라는 그의 발언을 두고 "영혼도 없고 신념도 없는 것"라고 비판하였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이상민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강대식 모두를 차례로 언급하며 차근차근 비판하였다. 특히 윤석열이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것에 대해 "시정잡배보다 못한 행태"라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법, 질서, 원칙. 다른 사람도 아니요, 윤석열 자신이 즐겨 쓰던 말입니다. 민주노총이니 종북이니 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의 법이요 질서를 다 망쳐놓을 것처럼 호들갑 떨던 사람들이 집권여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친위쿠데타가 감행되고, 나아가 사법기관에 대한 테러마저 벌어지는 마당에도 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는 저들의 후안무치함을 부러워해야 하나 자괴감을 들기도 합니다."
이어 "지역 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질서를 파괴한 범죄자의 파면과 동조자들의 처벌에 힘쓰겠다"라며 "공당으로서 책임감을 십분 발휘하여 민주주의와 민생이 회복되고, 한 걸음 더 성숙한 대한민국이 되는데 노력하겠다"라고 시민들에게 약속하였다.

▲발언을 하고 있는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 이상민
발언 외에도 집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활동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내란의힘' 가면을 쓴 자원봉사자와 제기 차기 대결을 벌였다. 치열한 게임 끝에 경기 결과는 시민 측의 승리로 끝났다. 사회자가 "이 경기처럼 결국 국민이 이기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노래 공연도 있었다.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윤석열 파면을 향해서 열심히 다 함께 힘을 모아 보았으면 좋겠다"라며 민중가요 <너와 내가>와 대중가요 <빙고>를 불렀다. 시민들은 피켓과 응원봉을 흔들면서 공연에 호응했으며, 노래가 끝나자 '앙코르'를 연신 외쳤다.

▲공연을 진행 중인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 ⓒ 이상민
노래 공연 직후 시민들은 포스트잇과 메모지에 강대식과 국힘당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적었다. 그리고 건물 3층에 위치한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로 향했다. 건물의 복도가 작은 터라 사무실 정문 앞은 집결한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시민들은 <해산명령서>를 낭독한 후 정문에 부착했다. 그리고 가져온 포스트잇과 메모지, 피켓도 붙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문과 벽에 가득찼다.
"윤석열 지키러 한남동 달려간 순간! 강대식 끝났다! 사퇴하라!"
"대식이도 석열 손 잡고 깜빵이나 가라."
"극우 파시스트에게 힘 실어주는 국회의원은 동구에 필요 없다!"
"관저로 달려갈 정신으로 지역구 일 좀 해라!"
"동구을 유권자로서 강대식씨 당신 매우 실망스럽소!"

▲한 시민이 작성한 포스트잇. ⓒ 이상민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정문과 벽에 붙여진 <해산명령서>, 대자보, 포스트잇. ⓒ 김근성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을 알리는 표지판에 붙여진 포스트잇. ⓒ 김근성
한편, 영남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영남대학교 민주학생연대'는 강대식을 겨냥한 대자보 2장을 부착하였다. 하나는 단체 이름으로, 다른 하나는 강대식의 지역구에 거주하는 학생의 이름으로 붙여졌다. 그 중 후자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정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라 |
내란수괴 윤석열이 체포됐다. 글을 쓰는 17일 오늘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탄핵 표결에 불참한 105인 가운데, 성씨가 기역으로 시작하여 가장 앞에 놓이는 이름의 당신, 강대식 의원 당신 말이다. 당신은 신문 1면에 내란 동조 105인이 나열될 때, 당신의 이름이 놓은 곳에 부끄러움을 느낀 적 있는가? 나는 느꼈다. 당신이 인간이라면 응당 느껴야 할 그 감각을, 양심이라는 중추가 마비되어 느끼지 못하는 동안, 몇 번이고 대신 느꼈다. 나는 강대식 당신의 지역구에 사는 주민인 것이 부끄러웠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과 사진이 지역구의 현수막에 내걸릴 때, 뿌듯함이라는 것을 느끼는가? 지역 현안에 쓰일 예산을 확보했다고, 아이들이 걷는 학교 앞에, 시민들이 출근하는 지하철역 앞에 생색을 내며 내걸 때, 아주 자랑스러운가? 그렇다면 어째서 그 이름을 더럽히는 일을 서슴지 않는가? 당신의 이름이 현수막에, 신문에, 전광판에 내걸릴 때, 아주 떳떳하고 싶지 않은가? 지금은 어떠한가? 당신은, 당신이 비호한 대통령이 체포되어 구치소로 걸어 들어갈 때,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불명예를 느끼는가?
당신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당신이 인간의 거죽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필히 그래야 하는 것이나, 그것에 더해, 난 당신의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의 편린을 찾았다. 당신은 2020년 5월 13일, 21대 총선 당선 확정 직후 이렇게 말했다. "국민에게 눈높이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지지 세력의 눈높이만 맞출 것인가. 또한 수권정당으로 변모할 것인가, 지역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장기적 프레임을 갖고 가야 한다."
그렇다. 당신은 "진보와 보수의 전통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자. 당신은 국민을 바라보고 있는가?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모인 국민의, 거대한 파도와 같은 목소리를 정녕 듣고 있는가? 아니, 당신은 그것을 등지고 도망치기를 택하였다.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여, 국회에 모여 표결을 한다는,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의무마저 당신은 저버렸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당신은 이제 탄핵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한다. 당신의 머릿속에 대통령은 이제 국민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국회의원은 이제 국민을 대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통령을 지키는 존재이다. 당신은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 만들기 위해 그만큼 저도 새벽부터 나가 노력했지 않나. 그런데 무슨 친윤이 있고 비윤이 있나. 그냥, 그 조직에 몸 담겨 있으면 그 조직의 어떤 그거에 따라 가는 거지." 당신은 이제 국민을 보지 않는다. 당신은 이제 당을 본다. 당신이라는 개인은 이제 없다. 당신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당명은 이제 당신과 완전히 한몸이 되어, 당신이 자랑스레 내걸던 당신의 이름보다도 당신을 더 잘 설명한다.
당신이 동구에서 태어나 동구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을 때, 마음 속에 어떤 신념이 없었는가? 당신이 이름이 나고 자란 곳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마음이 없었는가? 당신은 왜 국회의원이 되었는가? 당신의 신념은 이제 윤석열 체포를 막으러 관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인가? 윤석열 탄핵 규탄대회에 서서 얼굴을 들고 사진을 찍는 일인가? 당이라는 조직에 당신의 양심을 완전히 맡기는 것인가? 국민의 인생을 파괴하는 국가폭력보다도 당의 분열을 먼저 걱정하는 것인가? 그렇게 대통령이라는 존재 앞에, 본디 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나 그가 멋대로 쥐고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려 당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것인가?
당신에게 당은 당신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게 해 줄 수단인가? 이곳이 대구라서, 그중에서도 보수가 강한 동구와 군위군이라서, 당을 지키면 당신이 영원할 것 같은가? 애초에 당신이 그 자리에 있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서 당을 사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곳이 대구고 당신이 보수라서 자리를 보전하기 쉽다면 당신은 오히려 당과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지 않는가? 당신의 이름은 정녕 당 앞에 묻혀야만 했는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어 보았는가? 계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폭력의 야만을 보았는가? 그 야만을 날카롭게 버려낸 문장에 찔려 보았는가? 인간성이 파괴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간접적으로라도 느껴 보았는가? 극한의 고통 아래 새롭게 태어나는 진정한 인간성을 보았는가? 당신은 그것을 알고도 계엄을 선포한 자를 비호하였는가? 그것은 당신의 인간성에 정녕 흠집을 내지 않는 일이었는가?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찾고자, 이제 나는 당이라는 조직 속에 묻혀 매립되기 직전에 있는 당신의 이름을 한번 불러 보겠다. 탄핵이 부결되면 그날 국회의장과 다른 국회의원들이 모두 기립하여 첫 번째로 목 놓아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당신의 양심을 한번 불러 보겠다. 강대식 의원, 지금 당신은 이곳에 새로 자라는 청년들을 바라본 적 있는가? 당신이 뒤돌아 따뜻한 국회를 떠날 때 칼바람을 맞으며 국회 앞에 서 있었던 나를 본 적 있는가?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밤을 새는 청년을 본 적 있는가? 계엄이 선포되는 순간 환율이 치솟으며 그의 7천원 될까말까 하는 한 시간의 가치가 나락으로 치닫는 공포를 가늠해본 적 있는가? 지역구의 미래라고 일컫는 그들의 삶에 당신이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껴본 적 없는가?
당신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청년의 삶에 눈을 감았다. 예컨대 난 당신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당신과 한번 마주해보지도 못하고 당신이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양심이 찢어지는 고통을, 계엄이 내리던 12월 3일로부터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내 느껴야 했다. 이 글은 나의 고통에 대한 절규다. 당신은 지역구민의 절규를 들을 것인가? 아니면, 이마저 저버리고 나의 영혼을 찢어내며 당신의 알량한 뜻을 관철할 것인가?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대구시의 여성 청년이고 동구을의 주민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 당신에게 진심으로 조언한다.
그렇게 살지는 마라.
당신의 신념을 양심을 마비시키지 마라. 인간성이라는 것의 다른 이름―영혼을 고통받게 하면서 살지는 마라. 당신을 졸렬하고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지 마라.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지 마라.
이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
1시간 가량 이어진 집회는 시민들의 구호로 마무리 됐다. 시민들은 "친일의 후예 국힘당은 해산하라", "독재의 후예 국힘당은 해산하라", "불법비리의 온상 국힘당은 해산하라"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