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신뢰도와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도 점차 커지는 상황. 올해만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곤돌라 멈춤 사고가 발생했으며, 과부하 정전으로 리프트 가동도 일시 중단됐었다. 곤돌라 멈춤 사고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개장 30여년 만인 2022년 노후화된 객실을 전면 리모델링했지만, 리조트 내 상가를 비롯해 일부 시설은 여전히 방치된 채 낡아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덕유산리조트가 겨울 시즌 특수를 노린 곤돌라 요금인상 정책을 동계 시즌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대놓고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올해 처음으로 시간제 리프트권 도입과 스키·스노보드 전용 슬로프 정책, 일부 시설 미운영 정책으로 변화를 줬는데, 일부 이용자들이 '차별 정책'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상황이다.
덕유산리조트 브랜드 약화는 곧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도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역민들의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덕유산리조트의 위상 추락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이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한다. - 기자 말
브랜드 평판 '끝없는 하락'

▲무주덕유산리조트. ⓒ 무주신문
해마다 안전사고 우려에도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덕유산리조트의 브랜드평판 지수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리조트브랜드 평판 2024년 12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무주덕유산리조트는 17개 국내 리조트 가운데 14위로 하위권이다. 1위는 한화리조트가, 2위와 3위는 곤지암리조트와 하이원리조트가 각각 차지했다.
브랜드 평판지수는 브랜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진 지표로, 소비자들의 평판을 일정 기간 모니터링 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비자와의 관계를 비롯해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소비자들의 소통량 등을 살펴보는 동시에 리조트 브랜드 경쟁력이 얼마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다.
평가는 참여지수와 미디어지수,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 사회공헌지수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 사회공헌지수가 특히 낮았다. 상위권 리조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덕유산리조트가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한국기업평판연구소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024년 12월 리조트 브랜드 평판 자료. 빨간색 네모가 무주덕유산리조트다. ⓒ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덕유산리조트 이용자 13년 만에 71% 감소... 관리 부실이냐, 시스템 문제냐
지난 한 해 통틀어 덕유산리조트의 브랜드평판 지수는 서너 달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2024년 1월 4위를 시작으로 2월과 3월에는 6위로, 4월에는 11위로 하락했다. 급기야 5월에는 13위로 떨어졌고 이후부턴 하위권 순위(13~15위)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전북 무주의 자랑이자, 대표 관광 명소로 한때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렸고, 2006년엔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강원 평창과 경합을 벌였던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위상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덕유산리조트의 브랜드 평판지수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데는 여러 다각적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설 노후화와 소비자 외면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국내 리조트 브랜드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다변화를 꾀하고 사활을 걸고 있는 데 반해 덕유산리조트 내 시설은 계속해서 노후화하고 있다. 하지만 재투자에 인색한 탓에 지속적인 안전 문제 발생을 비롯해 즐길거리가 부족해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
또한 일각에서는 일련의 문제 발생 이후에도 이용자들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는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덕유산리조트의 경영 시스템 한계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다른 리조트에 비해 떨어지고 있으며, 전반적인 순위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경기도나 강원도 쪽 스키장만 가보더라도 덕유산리조트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현대화돼 있고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하게끔 시스템이 갖춰있다"면서 "하지만 덕유산리조트는 여전히 1970, 1980년대 시설을 그대로 유지한 채 투자하지 않고 영업 이익을 위해 계속 돌리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용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영업 추구 정책을 고집,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고 떠나가는 경우도 많다"면서 "어떠한 조치가 시급히 취해지지 않을 경우,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영그룹 인수 2011년 198만명 → 2024년 57만명... 이용자 대폭 감소

▲2016년 12월 2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 리조트 스키장 개장 당시 모습. ⓒ 연합뉴스
브랜드 인지도 하락은 방문객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서 '주요관광지점 입장객'을 살펴보면, 지난해 무주덕유산리조트 방문객(레포츠만 해당)은 57만900명(외국인 미포함)으로 나와 있다.
부영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05년 방문객 수는 국내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286만여 명에 달했다. 스키장이 인근 스키숍과 펜션, 식당 등을 먹여 살리고 구천동 경제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영그룹은 2011년 4월, 쌍방울과 대한전선에 이어 세 번째로 무주리조트의 주인이 됐다. 리조트를 인수하고 바로 '무주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꾼 뒤, 노후 시설을 개선해 종합리조트 시설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2011년 수치를 보자. 2011년 덕유산리조트 레포츠 이용자 수는 내외국인 포함 198만 명이다. 지난해(2024년) 방문객 수와 비교하면, 13년 만에 이용자 수가 71%가량 감소한 셈. 이후 덕유산리조트 이용자 수는 계속해서 하락해왔다.
2012년 183만 명, 2013년 165만 명, 2014년 156만 명에서 2015년 155만 명으로 감소했다. 2016년에 159만 명으로 잠시 오르긴 했으나 이내 2017년 149만 명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8년 113만 명에 이어 2019년엔 92만 명으로 '100만 명 선'이 붕괴됐다. 코로나19로 시행된 사회적거리두기 영향으로 인해 2020년 70만 명, 2021년엔 61만 명까지 하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여행업계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4년 만에 리조트 이용자 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2022년 106만9984명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106만3225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내 여행 및 관광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외적 호황을 누리자 구천동 지역 상인들은 덕유산리조트의 옛 명성 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자 수 증가로 돌아선 것도 잠시.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 등 영향으로 지난해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곤돌라는 또 멈췄고, 과부하 정전으로 리프트 가동도 중단됐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외부 관광객이 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덕유산리조트의 안전 문제가 연일 언론매체에 등장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정말 손님도 없고 한산하다"는 인근 상인들의 하소연이 들려온다. 상인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임시방편으로 때울 것이 아니라, 리조트 시설 전반에 대해 전수 조사와 함께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이미지를 쇄신할 의지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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