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에 침입해 외벽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부려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됐다. ⓒ 박수림
날카롭게 깨진 유리 파편이 바닥에 흩어졌다. 입구에 걸린 '정권 심판' 현수막은 칼에 갈기갈기 찢겼다. 건물 외벽 역시 처참히 뜯겨 나갔고, 경찰의 질서유지선(바리케이드)은 뒤엉켜 쓰러졌다.
뽑혀 나뒹굴던 현판은 간신히 벽에 기대있었고, 수십 개의 근조화환도 모두 바스러져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직후 폭동이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모습은 이처럼 참혹했다.
서부지법 폭동, 일반인 피해까지 이어져

▲파손된 서부지법 청사 찍는 유튜버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가운데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돼있다. 한 유튜버가 이 광경을 찍고 있다. ⓒ 남소연
19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경찰 버스 수십 대가 법원 청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정문과 후문은 출입이 통제돼 내부 진입이 불가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청사 외부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취재진은 청사 울타리를 맴돌며 연신 사진을 찍거나 목격자를 찾고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법원 청사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공덕소공원에 여전히 모여있었다. 지지자 50여 명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부정선거를 멈추라'라는 의미의 'Stop the Steal'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이날 새벽 법원 청사에 난입한 이들이 체포된 것을 두고 "경찰이 시민을 짓밟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선 손가락질과 함께 "중국 공안들아, 일 똑바로 해"라며 수준 이하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 연합뉴스
일반인 피해도 있었다. 법원 후문 주변에서 만난 이아무개(55, 남)씨는 "윤석열 지지자들 때문에 법원 주변에 있는 친척의 건물이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동대문구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철문이 움푹 팬 건물을 가리키고는 "저곳이 사촌의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지지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렇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라며 "이번 일로 경찰들이 많이 다쳤다던데 빨리 이 (탄핵) 정국이 끝이 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원 후문 주변에서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김아무개(70, 여)씨도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깨지고 뜯겨나간 건물 외벽을 보고는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김씨는 "14년간 이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며 "내일 법원에 일을 보러 와야 하는 시민들은 무슨 죄냐. 윤석열 지지자들의 행동이 참 잘못됐다.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취재진 폭행 후 헌법재판소 행진... 언론단체 "강력히 법적 대응"
▲[현장] 윤 지지자들, 서부지법 기자들 폭행하고 '난동'
박수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취재진 폭행 및 협박도 있었다. 이날 정오께 일부 취재진이 인근 카페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카페 입구까지 따라붙어 폭언을 가했다. 이들은 앞선 보도를 의식한 듯 취재진을 향해 "야 이 X새끼들아. 기사 똑바로 써. 새벽에 있던 일은 폭동이고 5.18은 왜 민주화운동이냐?"라고 고함을 질렀다. 또 "너는 시진핑이 좋지? 김정은이 좋지?" 등의 근거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집회를 취재하는 자유도 있다"라고 맞서자 지지자 여럿이 주변을 둘러싸고 이 기자의 멱살을 잡았다. 방송용 카메라를 든 기자를 향해서는 뒤통수를 때리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낸 공지에서 "서부지법 취재 중 윤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사진기자의 메모리카드를 탈취하고 협박,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서부지법 앞 무너진 질서유지선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에 침입해 외벽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는 난동을 부려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부지법 앞 무너진 질서유지선. ⓒ 남소연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멱살을 잡혔던 기자는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어제도, 오늘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취재진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서부지법에 난입한 극우 세력이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히고 취재 장비를 파손했다"며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서부지법 인근에 모였던 지지자들은 오후 1시부터 헌법재판소로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3시 기준 집결 인원은 1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늘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동했다. 일부는 행진 출발 전 경찰이 "미신고 불법 집회"라고 경고하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옥중 입장문을 내고 "오늘 새벽 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놀랐다"며 "국민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밝혔다.

▲'윤석열 구속'에 지지자들 난입, 폭동 흔적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가운데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돼있다. 윤 지지자들이 쓰러뜨린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이 누군가에 의해 세워져있다. ⓒ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에 침입해 외벽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부려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됐다. ⓒ 박수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에 침입해 외벽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부려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됐다. 사진은 칼에 찢긴 현수막. ⓒ 박수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 락TV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