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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4월 창간된 『사상계』의 겉표지
1953년 4월 창간된 『사상계』의 겉표지 ⓒ 장준하기념사업회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에 가장 치열하게 싸운 인물의 한 분이 광복군 출신 장준하였다.

그는 월간지 <사상계>를 무기 삼아 거대한 독재권력에 맞섰다. 1950년대와 60년대 이어서 70년대 초까지 <사상계>는 깨어 있는 지식인들의 진지였고, 민주주의라는 가녀린 묘목을 키우는 정원사 역할을 하였다.

장준하는 식민지 청년으로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에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모토를 마음 깊이 새겼다. 그리고 해방된 조국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1953년 4월 월간 <사상계>를 창간하였다.

장준하는 1918년 8월 27일 평안북도 의주군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는 총을 들고 왜적과 싸우고, 해방 뒤에는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헌신하고,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사상계>를 창간하여 민주주의 교육과 민권투쟁에 나서고,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에는 펜을 던지고 거리로 나서 민주회복과 민족통일 운동에 앞장섰다.

그가 창간한 <사상계>는 한국 지성계의 상징이었고 암울한 시대의 등불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박씨만은 안 된다"고 주장했던 장준하는 1945년 광복군으로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 위해 여의도 공항에 도착한지 만 30주년이 되는 1975년 8월 17일에 경기도 포천 약사봉 계곡에서 의문사했다.

장준하는 <사상계> 권두언을 비롯 많은 글을 썼다. 여기서는 <사상계> 편집위원들과 뜻을 모아 우리 민족의 장래와 희망을 젊은 세대에게 기대한다는 내용으로 매달 반복하며 읽을 수 있는 글을 젊은 독자들에게 주고자 '사상계 헌장'을 제정하여 <사상계>의 권두에 실었다. 이 '헌장'은 <사상계>의 종말 때까지 실렸다.
 광복군 출신으로 『사상계』를 창간한 장준하
광복군 출신으로 『사상계』를 창간한 장준하 ⓒ 장준하기념사업회

사상계 헌장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는 근대적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봉건사회에서 직접 제국주의 식민사회로 이행한 우리 역사는 세계사의 조류와 격리된 채 36년간 암흑속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였다. 그것은 자기말살의 역사요, 자기 모독의 역사요, 노예적 굴종의 역사였다.

다행히 제2차 대전의 결과로 이 참담한 이민족의 겸제(箝制)에서 해방은 되었으나 자기광정(自己匡正)의 여유를 가질 겨를도 없이 태동하는 현대의 진통을 자신의 피로써 감당하게 된 것은 진실로 슬픈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자유의 적을 쳐부수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또다시 역사를 말살하고 조상을 모독하는 어리석은 후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기의 무능과 태만과 비겁으로 말미암아 자손만대에 누(累)를 끼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이 역사적 사명을 깊이 통찰하고 지성일관(至誠一貫) 그 완수에 용약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 민족사생관두(民族死生關頭)에서 우리는 과연 유신 창업의 기백과 실천이 있었던가? 사(私)를 위하여 공(公)을 희생한 일은 없었던가? 정치인은 과연 구국대업에 헌신하고 발분망식하였던가? 민(民)은 과연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버릴 용의가 있었던가? 우리는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음을 지극히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지중(至重)한 시기에 처하여 현재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할 민족의 동량(棟樑)은 탁고기명(託孤寄命)의 청년이요, 학생이요, 새로운 세대임을 확신하는 까닭에 본지는 순정무구한 이 대열의 등불이 되고 지표가 됨을 지상의 과업으로 삼은 동시에 종(縱)으로 5천 년의 역사를 밝혀 우리의 전통을 바로잡고 횡(橫)으로 만방의 지적소산(知的所産)을 매개하는 공기(公器)로서 자유ㆍ평등ㆍ번영의 민주사회건설에 미력을 바치고자 하는 바이다. (주석 1)

주석
1> <사상계>, 1955년 8월호.

덧붙이는 글 | [광복80주년명문8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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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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