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 몰아치는 대통령 관저'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 권우성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13일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뒤 7일째 되도록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선 치안 현장에선 당장 "폭력사건 피의자를 잡으러 가면 '대통령은 내버려두고 왜 일반인한테만 이러냐'는 말을 듣고 있다"(현직 경찰)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법원을 부정하는 '반법치' 상태가 하루하루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사이 당초 탄핵심판에 "당당하게 임하겠다"(석동현 변호사·지난해 12월 17일)던 윤 대통령 측은 오는 1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 1차 변론 기일에 불참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남동 관저 밖을 나섰다가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름 만에 SNS 활동까지 재개하고 미국 LA 산불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언급하며 직접 여론전에 나섰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윤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무력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반발했다.
경찰 "박종준 전 경호처장 조사하며 경호처 내밀한 정보 확보"

▲경찰 출석하는 박종준 경호처장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도 구체적인 체포영장 집행 날짜와 방법을 함구한 채 경호처 압박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경호처를 향해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현행범 체포하고 분산 호송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다만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만큼은 선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에는 날이 갈수록 경호처 내부 동요가 가중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지난 10일 전격 사퇴한 뒤 경찰에 스스로 출두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으로부터 경호처 내부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수집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 처장이 핸드폰까지 임의 제출했는데, 이는 경찰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기존의 경찰 정보로는 알기 어려웠던 경호처의 내밀한 상황들까지 파악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처장은 이날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데, 사퇴 후 나흘 중 하루만 빼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경호처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경호처 간부들의 경찰 출석으로 인해 피아 구분이 분명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되며 경호처 내 실세 강경파로 꼽혔던 김성훈 차장(현 처장 직무대행)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경찰 소환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지난 11일로 이미 최종 3차 출석 시한을 넘긴 김 차장에 이어 이 본부장 역시 마지막 시한이었던 이날 결국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박종준 전 처장처럼 지난 11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진하 본부장에 대해선 '경호처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존재하나, '강경파에서 온건파 쪽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더해 경찰은 이날 김건희 여사 경호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신 가족부장을 새로 입건하고 오는 1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김신 가족부장은 김성훈 차장·이광우 본부장과 함께 강경파로 분류됐던 인사로, 이로써 경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경호처 지휘부는 총 5명이 됐다. 모두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아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경찰 안팎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김성훈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함께 가져가 저지선을 무력화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경호처 직원들이 윤 대통령을 경호할 순 있어도, 김 차장을 경호할 순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호처 내부 혼란 최대한 활용… 변수 없애는 '인내 진압'"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막아서는 경호처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측과 경호처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기갑수색차량 뒤로 김성훈 경호처 차장(빨간 동그라미)이 서 있다. ⓒ 이정민
경찰은 경호처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언론과 국회의원 등을 통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전날 MBC·한겨레신문 등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현직 경호처 직원은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이 무력 사용 검토를 지시했고, 내부에서 경호처 강경파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경호처를 소관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씨가 본인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상황에 대해 당신을 경호하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믿을 수 없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지금 윤석열씨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호처 강성 지휘부를 멀리하고 국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경호처 직원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추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경호처 간부 6명과 오찬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무기 사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를 했다. 김성훈 차장·이광우 본부장·김신 가족부장을 비롯해 6명의 경호처 간부들이 함께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군대 같이 수직적인 경호처 조직 문화에서 이런 말이 밖으로 새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균열이 심각한 것"이라며 "경호처 내부 혼란을 최대한 활용해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재집행의 적기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벼랑 끝에 몰린 김성훈 차장 직무대행 체제의 경호처가 극단적인 지시를 내릴 경우까지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직 총경은 "경호처의 무기 사용까지 거론된 만큼, 빨리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일념으로 변수를 최대한 없앤 뒤 들어가야 한다"라며 "완벽하게 준비해 안전하게 진압하는 '인내 진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 수도권 지휘관 2차 작전 회의…다급해진 윤 대통령 측 "치졸하게 겁 줘"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소총, 탄창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메고, 헬멧과 전술복장을 한 경호처 공격대응팀 요원들이 관저를 나와 정문 부근까지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인 12일부터 언론에 노출이 잘 되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준비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진 않을 거란 관측도 함께 나온다. 특히 서울·경기 북부·경기 남부·인천 등 수도권 경찰청 광역수사단 지휘관들이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오후 3시께 2번째 작전 회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견해도 있다.
이 회의는 앞서 지난 10일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이날은 서울경찰청에서 열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통상 큰 작전을 앞두고 하위급으로 단계를 낮춰가며 3번의 회의를 한다"라며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봤다.
최근 윤 대통령과 경호처 일부 지휘관들의 행보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15일 만인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대형 화재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경호처는 전날 관저 경내 일부 구역을 언론사들이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중무장한 직원들의 모습을 노출시키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윤건영 의원이 제기한 윤 대통령 무력 사용 지시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 "날조"라고 즉각 대응했다. 석 변호사는 전날 공수처가 국방부와 경호처에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해서도 "치졸하게 겁을 주고 이간계를 쓰고 있다"고 했고, 경찰에는 "영장을 집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체포영장이 아닌 구속영장을 바로 청구하라고도 되풀이했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잘 아는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조사 요구를 3번 모두 응하지 않는 등 절대 조사는 받지 않겠다고 버텨 지금 법원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것"이라며 "법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 측의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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