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허석곤 소방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MBC, 경향신문,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사와 김어준씨의 방송 장소 등에 대한 경찰 협조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지시의 '뉘앙스'는 단전·단수와 관련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기억 안 난다" 했다가... "3일 밤 11시 37분에 전화 받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12월 3일 소방청장 주재 국과장 대책회의 중간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 내용에는 주요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지시가 있었나."
허석곤 소방청장 : "단전, 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건 아니고 경찰 협조가 있으면 협조해주라..."
윤건영 : "경찰이든 어느 기관이든 주요 언론사 단전, 단수 때 소방청이 협조하라는 지시 아니었나."
허석곤 : "그런 뉘앙스였다."
허 청장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 전 장관에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오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으로부터 1시간여 후인 오후 11시 37분에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허 청장은 "(이상민) 장관님이 몇 군데 언론사를 말씀하시면서 경찰청에서 어떤 요청이 오면 거기에 대해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허 청장의 모호한 답변에 다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허 청장은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라면서 "(회의 중) 차장이 옆 자리에 있어서 장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론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단전, 단수 뉘앙스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 청장은 다만 "단전, 단수는 소방 업무가 아니다. 그래서 명확히 답변을 못 드렸다"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엄 적극 엄호 상황, 왜 국회 보고 안 했나"
한편, 이날 질의과정에선 허 청장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 여부를 묻는 윤 의원의 첫 질문에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이에 "한 달이 갓 지났는데 기억이 안 날 일인가"라면서 "위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장관의 비상계엄 관여 의혹과 관련된 사실인 만큼, 허 청장이 왜 국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는지도 비판 대상이 됐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장관이 계엄을 적극 엄호하며 언론자유를 탄압하려던 상황인데, 왜 소방청은 편파적으로 (보고) 했나"라고 질타했다.
행안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신정훈 의원은 "이 문제가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을 표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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