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편집자말] |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자, 생각해 보십시다. 보편 관세라는 것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무조건 관세를 더 올린다는 거잖아요. 정책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는 단호했다. 의외였다. 1시간여 넘게 기자의 물음에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편 관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다시 기자가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보편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한다"고 되묻자, 그는 "세계를 상대로 경제 쿠데타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그는 서울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국제통상위원장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일 위안부 협상을 비롯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론스타 손해배상 사건 등 굵직한 국내외 현안에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오는 20일 '다시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국제사회가 숨을 죽이고 있다. 취임과 함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 관세 부과와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 등 각종 행정명령이 쏟아질 전망이다.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와 무역전쟁, 나아가 영토 분쟁까지 예상되면서 세계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윤 대통령 구속과 탄핵 인용 등 정치적 불확실성 빨리 끝내야"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과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시대를 맞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송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과 탄핵 인용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아마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재협상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많은 요구들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부여에 대해 그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신 미국 주도의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보편 관세 집행을 두고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국제분업질서의 재편 과정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트럼프1기 때와 같은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 송 변호사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여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불법이민자 등을 거론하면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해왔다.
송 변호사는 "이들 국가 간 재협상 내용에 따라 한미FTA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이면 한미FTA 협정에 따라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0%가 되는데, 만약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에 20% 관세를 매긴다면 한미FTA를 완전히 깨뜨리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한미FTA는 살아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협정문을 근거로 미국에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송파에 나섰던 그는 배현진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43%가량 득표를 하고도 석패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지난 연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국회로 갔다"면서 "차 안에서 고3 때의 광주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고, 여의도로 모인 많은 시민들이 큰 힘이 되어주셨다"고 말했다.
"새로운 민주정부, 포용의 리더십을"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내란 수사와 처벌 등과 함께 차기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재난적인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정치사회적인 극심한 대립과 갈등,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등을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정민
송 변호사는 윤석열 내란 사태를 국제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고 했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의 신 냉전구도가 윤석열 내란을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했다는 것. 또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국방부의 평양 무인기 추적 은폐 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현재 추진 중인 내란 특검 수사에 외환죄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수사와 처벌 등과 함께 차기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재난적인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정치사회적인 극심한 대립과 갈등,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등을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더 튼튼하고 안정된 민주정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새로운 민주정부는 기존 야권을 넘어선 합리적 보수 진영까지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와의 만남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2시간여 가까이 진행됐다.
-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때 어디에 계셨나.
"비상계엄 당일에 평상시와 달리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다, 갑자기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순간 '멍' 했다. 80년 광주항쟁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고3이었는데, 당시 계엄군이 M16 총을 매고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 안부 전화를 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국회로 갔다."
- 당시 여의도 상황도 급박했을 텐데.
"많은 시민 분들이 모여 계셨다. 80년 광주 계엄군에 대한 잔상 때문이었는지, 걱정도 많았는데... 또 헬기가 국회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긴장도 했다. 국회 앞에서 경찰 무전을 우연히 들었는데, '국회가 너무 넓어서 막기 어렵다'고 하더라. 그때 '우리가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국회에는 직접 들어가지 못하시고.
"국회 밖에서 시민들과 함께 혹시 벌어질 수도 있는 폭력 사태 등을 감시하는 일을 했다. 일반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을 과도하게 위협하거나, 의도적으로 폭력을 유발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내란을 주도하는 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모여서 저항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큰 역할을 하셨다."
- 윤석열 내란 사태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
"이번 사태에 국내 정치사회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을 했겠지만, 대내외적인 환경에서 볼 수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러 신냉전과 남북한 갈등 심화는 윤석열이라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추종자들에게는 좋은 구실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참전하면서, 사실상 남북한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공수처에 평양 무인기 출몰 사건 수사의뢰… 내란특검서 외환죄 다뤄야"
- 사실 내란 사태에서 북한 평양 무인기 출몰 사건 등 여전히 풀어야 부분도 많다.
"그렇다. 최근에 공수처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 평양 무인기 사건 당시에 북한 쪽에서 지정한 날짜들이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쪽에 해당 날짜에 무인기 항로 추적 사실여부를 물었는데,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방부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공수처로 보내, 진위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 공수처에서 최근 외환죄 관련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요청에 따른 것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인기 사항에 대해 우리 쪽 군에서 항로를 추적하지도 않고, 조사도 안 했다는 것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군의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추적) 조사를 했는데, 자료 등을 은폐하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여전히 군에선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데.
"현 정부 출범 후에 북한에서 무인기를 내려보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서울 상공이 뚫렸다'면서 난리 법석이 났고, 군에서는 무인기 감시 체계를 고도화 했다. 무인기가 올라가거나, 내려오거나 (군 에서는) 추적, 감시하는 시스템이 돼 있다. 그런데 이쪽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추적을 하지 않고, 조사도 안 했다는 것 자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무엇인가 숨기려는 의도?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결국은 무엇인가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고, 이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특검이 추진된다면, 외환죄를 다루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 앞서 이번 내란사태를 대내외 환경에서 바라본 시각을 전해주셨는데,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관세 부과 등으로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보편관세라는 것이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매기거나, 관세율을 더 올린다는 것이다. 만약 실행하게 된다면, 세계를 상대로 경제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식 경제 쿠데타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

▲"보편 관세라는 것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무조건 관세를 더 올린다는 거잖아요. 정책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이정민
- 경제쿠데타? 왜 불가능하다고 보는가.
"우선 미국 일자리 가운데 6분의 1 정도가 무역과 관련돼 있다. 보편 관세를 실행하게 되면 미국과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나라와 기업들은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 지금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지위를 갖는 이유가 바로 달러의 힘이다. 달러라는 지폐가 세계 무역 거래에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매기고, 관세 장벽을 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미국과의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인가.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찾고, 새로운 거래를 찾아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기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도 갑자기 물건을 20% 비싸게 사야 하는데,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올 수도 있다."
- 트럼프 당선인은 오히려 관세를 올리면, 외국기업들이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짓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미국 노동자의 소득이 늘고, 미국 이익도 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주장이 설득력 있으려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자재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국제분업질서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원자재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원자재도 미국에서 다 소화한다고 하면, 결국 미국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자재를 사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만큼 달러 소비도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된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역할은 줄어들게 되는데, 과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많은 공장을 짓고 있는데.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서) 작년 4월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이 2432개나 있는데, 공장 운영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등을 국내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부품들에 관세를 매기게 되면, 미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세탁기 등의 최종 제품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보편 관세를 말했으니, 어떻게든 관세에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미FTA는 살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 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현 정부에선 사실상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고 하더라도, 대미 통상외교에 무방비 상태라고 하는데.
"좀 우스운 대답이지만, 윤석열 내란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트럼프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500억 달러 정도인데, 미국의 전 세계 무역적자 규모 가운데 (한국이) 3.8% 정도 차지한다. 아마 단기적으로는 최상목 대행체제에서 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산 원유나 농산물, 천연가스 등을 더 사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맞선 우리 통상정책의 근본 대책은 아니다."
-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없나. 지난 트럼프 1기 때도 재협상을 요구했었던 것으로 아는데.
"아마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무역협정(USMC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이 결과에 따라서 한미FTA 재협상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재협상이 진행되면, 우리도 미국에 떳떳하게 말해야 한다. 내년이면, 한미FTA에 따라서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제로(0)'가 된다. 2011년 협정이 발효될 때의 40% 관세가 매년 줄어들면서, 내년엔 0%가 되는 것이다."
-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일괄적으로 관세 20%를 매긴다고 하면, 이것은 한미FTA를 완전히 깨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미국이 일방적으로 양국 간에 맺은 협정을 깨뜨린다면, 우리도 협정 위반을 강하게 말해야 한다. 한미FTA는 아직 살아있고, 적어도 미국에 '협정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거다."
- 한미 간 통상 문제뿐 아니라 윤석열 탄핵 이후의 한국 사회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아마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윤석열 내란 사태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헌법의 가치인 자유로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충실한, 기회와 생활의 균등에 맞춘 새로운 민주 정부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아마 가장 어려운 재난적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본다."
- 그같은 재난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정부에서는 국내 정치사회적인 극심한 대립과 갈등,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등을 해결해야할 책무가 있다. 단순히 농사에 있어서 가을의 수확이라는 기쁨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고통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기존 야권을 넘어선 합리적 보수 진영까지 광범위하게 결집해 나가야 한다. 포용하는 리더십을 통해 정치사회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경제적으로 변화하는 국제분업질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정부는 포용하는 리더십을 통해 정치사회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경제적으로 변화하는 국제분업질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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