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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2024년 10월,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환호하는 많은 독자들이 있었는데요. 그 열기가 다른 국내 작가들에게도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기자들이 직접 '2025년 내가 응원하고 싶은 작가'를 써봤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하니, 베푸는 사람이 되어 보기로 한 것이다. 혼자 하면 안 될 것 같아 실천 사항을 정하고 친한 친구 3명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먼저 베푸는 사람이 되는 거야.
- 맞아, 내가 먼저 변해야 상대방이 변하지.
- 아니야. 상대방은 안 변할지도 몰라. 주는 데 기쁨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해보는 거야.

그렇게 결심한 지 열흘이 좀 지났다. 사실 이 기사는 이 결심의 일환이다.

12년의 습작 시간을 거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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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공모전에 응모한 탓에 응원 받는 삶을 살았다. 파이팅. 잘 될 거야. 응원해. 이런 말을 듣고만 살았다. 자, 이제 베푸는 삶을 살기로 했으니 응원을 하는 사람이 되자. 누구에게 응원을 전해줄까.

난 작가 지망생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응원하기로 한다. 바로 한 명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신예 작가도 아니고, 최근에는 작법서까지 펴낸 나의 유튜브 글쓰기 선생님이다(물론 그는 나를 모르지만). 과연 그가 응원이 필요할까. 순간 멈칫했으나 세상에 응원이 필요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얼마 전 본 그 작가의 인스타 피드가 떠올랐다.

졸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니, 작가님. 졸작이 되는 걸 두려워 하지 말자니요. 이분은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작가로 유명한, 그리고 작년에는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문지혁 작가다. 글쓰기 강의를 하는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생각을 드러내는 작가의 겸손에 감탄했다. 2025년 내가 응원하고 싶은 작가는 '문지혁' 작가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21년이었나 22년이었나. 코로나 시기였는데 책 모임에서 친해진 지인이 '문지혁'이라는 강사가 있는데 문학에 대해 설명하는 관점이 탁월하다며 그의 유튜브를 추천해주었다.

그날 집에 가면서 바로 그의 유튜브를 들었는데 목소리의 전달력이 좋았고 내가 어렵게 읽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책의 내용을 잘 풀어주어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탁월한 사람이네. 난 사람이군.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를 정말 좋아하게 된 건 그가 12년의 습작 시절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

 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지은이)
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지은이) ⓒ 민음사

어느날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다짜고짜 <초급 한국어>를 읽어봤냐고, 문지혁 작가를 아냐고 물었다. 문지혁 작가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들은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책 모임이나 습작하는 지인들이 아닌 동생을 통해 그 이름을 듣다니.

동생은 <초급 한국어>를 오전에 빌려왔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며 글의 흐름이 내 습작들과 비슷하다고 했다(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과찬이다). 그러고는 이 작가도 오랫동안 공모전에 응모를 했는데 50번 넘게 떨어진 이후로는 응모한 횟수를 세지도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주었다.

그의 책들을 보며 그의 지난한 공모전 응모 시절을 접할 수 있었다. 될 듯 될 듯 안 되던 시간들. 그는 어떻게 그 시기를 넘어올 수 있었을까. 최근에 출간된 그의 책 <소설 쓰고 앉아있네>를 보면 그가 어떻게 그 시기를 넘어왔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왜 견딜 수 있었을까? 이제 와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그 긴 실패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저에게 재능이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뤄지기 전까지 이룬 척해라(Fake it till you make it.)". ~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작가처럼 읽어야 합니다. 작가처럼 써야 합니다. 작가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p 265)

'재능이 있었다고 착각했다'는 위트 있는 말로 우울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지게 하는 작가. '그 정도 착각은 나도 하고 있지. 하하' 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게 하는 작가. 데뷔 15년 차인 작가는 이미 베테랑 작가임에도 습작 시절을 잊지 않았는지 유튜브와 인스타, 책, 강의를 통해 작가 지망생들에게 많은 팁과 글쓰기의 노하우를 마구 마구 방출한다. 정말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자책 대신, 우리 함께 씁시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지은이)
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지은이) ⓒ 해냄

공모전 응모를 한 지 4, 5년쯤 됐을 땐가. 내가 괜한 걸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어쩌면 이게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다 창작물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다. 세상에 없던 노래를, 그림을, 책을,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사람들. 그걸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얼마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포기하고 싶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 같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마음은 종종 아주 깊이 가라앉았고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럴 때, 문지혁 작가의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기운이 났다.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유튜브에서 습작 시간은 '영감의 냉장고'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란 말을 들었다. 습작은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다. 영감을 모으는 시간, 글 쓰기의 재료를 모으는 시간이다. 그의 응원을 받으며, 난 그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습작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올해도 습작의 시간이 주어져서 맘 편하게 냉장고의 글감을 채울 수 있네. 완전 럭키비키잖아!

올해, 자신의 자리에서 또 묵묵히 뭔가를 만드시는 분들. 제자리인 것 같아 이제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문지혁 작가의 <초급한국어>, <중급한국어>, 그리고 <소설 쓰고 앉아있네>를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먼저 어두운 동굴을 통과한 그의 발자국을 보며 걸어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세상에 정말 많은 작가가 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움켜쥐지 않고, 나누어 주려고 애쓰는 그의 2025년을 응원한다. 생각해보니 문지혁 작가는 이미 베푸는 사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문지혁#소설쓰고앉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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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whitekje) 내방

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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