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함께 관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오마이TV'에 포착됐다. ⓒ 오마이TV 방태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탄핵 절차를 거쳐 헌재의 심판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대치가 계속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은 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 주장합니다. 사이비 교주를 엄호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날 밤 군인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 체포를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던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음에도,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느냐'는 식으로 반문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계엄 이전으로 회복됐으니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메주는 콩으로 쑤어야 하는데, 팥으로 쑤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생 권력의 편에 섰던 언론을 기억한다
우리 기억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단번에 대통령으로 직행한 '행운아'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용산으로의 관저 이전을 주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려면 무엇보다 명분이 필요하고, 일정 기간 논의 과정도 필요하건만 윤 대통령의 용산 이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일부 언론이 비용 및 안보 문제를 들어 비판했지만, 소수의 목소리로 묻혔습니다. 당시 언론은 떠오르는 새로운 권력을 견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권력의 치부를 포장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김건희씨 패션을 언급하며 찬양·미화하는 기사(2022/4/4~4/6) ⓒ 민주언론시민연합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주가 조작에서부터, 학력 위조, 박사학위 표절까지 영부인 리스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차에 <조선일보> 등 매체들은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조선일보>는 2022년 4월 5일 인터넷판에 전여옥씨의 블로그 글을 인용한 기사를 냈습니다. <전여옥 "김건희, 시장표 패션도 맵시... 김정숙 반대로만 하길">이 기사의 제목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3만 원대 슬리퍼를 신고 소박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2022년 3월 20일경부터 시작된 김정숙 여사 명품 옷값 및 2억 원대 까르띠에 브로치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의 요지는 김정숙 여사가 2억 원대의 까르띠에 브로치를 착장하며 사치스럽게 명품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가 나가고 김정숙 여사가 착장한 브로치가 2억 원대 까르띠에 제품이 아닌 10만 원대의 국내 수공업 제품임이 밝혀졌습니다.
<조선일보>는 2022년 3월 30일자 기사에서 "탄핵을 주도하던 민주당 측은 박근혜 특활비를 여론몰이 소재로 쓰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모든 것을 공개하는 투명한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면서 기사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나온 후속 보도가 바로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의 소박한 일상을 언급하는 기사였습니다.
2억 원대의 까르띠에 브로치 오보 기사와 3만 원짜리 시장표 패션은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해 줍니다. 까르띠에 브로치는 명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가짜뉴스 아니면 오보가 분명하지만, 당시 김건희 여사의 슬리퍼는 3만 원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후 김건희 여사가 명품 디올백을 수수한 사례라든가, 해외순방 때 명품쇼핑 의혹 등을 고려하면 기사는 국민이 바라는 영부인의 모습을 그렸을 뿐 영부인의 실체에는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신생 권력의 편에 서기 시작했는데, 이는 비단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신문과 방송은 앞다퉈 윤석열 정부에서 내건 공정하고 상식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찬 미래를 한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했을 때도 언론은 대통령을 지원했습니다.
용산으로의 관저 이동이 비용뿐만 아니라 안보 면에서도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쯤으로 치부됐습니다. 관저 이동을 문제 삼기보다는 청와대 개방으로 인한 경제 효과를 강조하면서 관저 이동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리고 2년 반 뒤...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하는 한국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한국노총 조합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법원에서 발부한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막고 있는 경호처의 비호 아래 관저 안 깊숙이 숨어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수괴 윤석열의 즉각 체포-구속 및 엄정한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결의대회 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관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 이정민
그리고 2년 반 만에 대통령은 내란 수괴로 매일 언론에 등장합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통령은 전 국민 앞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대통령이 국가를 혼란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수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들고 지난 1월 3일 한남동 관저로 향했으나 체포는 불발됐습니다. 이날 TV조선의 클로징 멘트가 인상적입니다. "연장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공자도 포기한 친구는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공손함을 모르는 사람으로 어른이 되어도 이룬 게 없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어 앵커는 "그래도 검찰총장을 역임한 현직 대통령인데 경호처 직원들이 다치지 않게 스스로 걸어 나올 줄 알았다"며 "연민을 넘어 슬픔이 솟는다"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현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 클로징 멘트로 읽혔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왜 보수 진영의 두 대통령이 연달아 탄핵에 휘말렸는가 하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보수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우리나라 언론 지형을 진보와 보수로 나눠보면, 보수 언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신문에서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모두 보수 정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입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뉴스의 양이나 포털의 조회수 면에서 조중동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여기에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의 경제지가 보수적인 논조를 보입니다. 그외 언론사들도 중도이거나 아니면 보수 색채가 짙습니다.
텔레비전으로 넘어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지상파 3개 채널과 종합편성 4개 채널 그리고 보도 전문 2개 채널, 총 9개 채널 중 진보로 여겨지는 채널은 MBC와 JTBC뿐입니다. 보도전문 채널인 YTN은 윤석열 정부 들어 민영화되면서 보도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보수화된 언론 지형 속에서 보수정권은 비교적 수월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견제 역할을 하는 언론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진보정권은 보수화된 언론 지형 하에서 국정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이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탄핵까지 간 데는 이런 보수적인 언론 지형이 한몫을 했습니다.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언론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언론현업단체, 내란범죄 지지-옹호 보도 즉각 중단 촉구!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총 8개 언론현업단체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내란범죄 지지 및 옹호 보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언론의 역할은 국민의 입장에서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는 데 있습니다. 언론의 힘은 바로 국민을 대변할 때 영향력으로 보상받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권력에 다가가기보다는 권력과 거리를 두며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이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런 역할을 선택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진보정권에서의 언론과 보수정권에서의 언론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보수 언론들은 권력을 우상화하며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보탭니다. 언론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대통령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을 늦추지 않았다면 2024년 12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했을 때 언론은 새로운 권력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혹여 국민에게 새로운 권력이 보인 장밋빛 판타지만을 보여주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보수 언론이 2024년 12월에 보여준 권력과의 거리두기를 윤 정권 초입부터 했더라면 대통령의 권력이 이렇게 무소불위로 커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키워나갔고,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에 소홀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이어졌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두 번의 대통령 탄핵 논란에 언론도 공범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진보와 보수가 상호 의견을 교류하며 더 나은 대안을 추구해 나가는 사회를 언론은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은 다양한 의견이 조정되면서 대안을 찾아나가는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언론 본연의 역할은 권력, 자본과의 거리두기이며, 사회정의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언론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고 사회가 바뀝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심미선씨는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