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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12.3 내란사태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개념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자유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헌법적 질서를 의미하며, 대한민국 헌법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정치적·사회적 질서를 뜻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서양 주요 열강의 혁명과 공화정, 민주주의의 발전사를 배웠다. 그리스의 민주정, 프랑스의 시민혁명(1789), 영국의 명예혁명(1688), 그리고 미국의 독립 혁명(1775) 등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해방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고 한류로 상징되는 문화의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는 여전히 서양에 뒤져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프랑스 시민들은 직접 왕의 목을 쳐내며 역사의 방향을 바꿨다. 단순한 상징적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시민이 모인 광장에서 루이 16세가 단두대(기요틴)에 의해 처형되었다. 이 세계사적 사건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정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왕정이 몰락하고 공화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며, 이는 유럽과 전 세계의 정치·사회 변화를 촉발했다.

저항권과 시민불복종

지난 1월 19일 서부지방법원이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탄핵 반대 세력이 법원을 불법과 폭력으로 침탈했다. 폭도들은 자신들이 행한 법원 침탈 행위를 '저항권'이라고 주장한다. 폭도들이 주장한 저항권(Right to Resistance)이란? 국가가 폭정을 일삼거나 헌법 질서를 파괴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정부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권리이다.

서양 혁명사를 보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항상 물과 기름의 관계였다. 기존의 질서가 대중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중은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었고 그 목소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폭력이 발생했다. 저항권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법원을 침탈한 저들은 단지 폭도일 뿐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소로우는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 개념을 정립했다. 시민이 부당하거나 비도덕적인 법이나 정책에 대해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불복종하는 행위이다. 시민불복종과 앞서 언급한 저항권의 차이점은 정부 체제를 인정하면서 법과 정책을 바꾸려는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변곡점에서 민중들은 저항권이 아닌 시민불복종의 형태를 취했다. 일제강점기의 3.1 독립운동, 부정 선거에 저항한 4.19 혁명(1960), 유신독재에 항거한 부마 민주항쟁(1979),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6월 민주항쟁(1987),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2016), 그리고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에 저항한 빛의 혁명이다.

키세스단 mbc화면 갈무리
키세스단mbc화면 갈무리 ⓒ mbc

윤석열 탄핵국면에서도 대한민국의 광장에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 또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이루어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했다. 세계 혁명사를 통틀어 대규모 유혈사태 없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광장에서 조화를 이룬 혁명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본다.

유럽은 부역자들을 어떻게 처벌했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미국, 영국, 소련)은 독일에서 뉘른베르크 전범 (1945년~1949년)재판을 했다. 나치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과 고위 군 관계자들이 전쟁 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처벌되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독일 점령 기간 동안 부역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전후 대규모 숙청 작업을 진행했다. 드골 정부의 나치 부역자 처벌은 단호했다. 비시 정부하 나치에 부역했던 9000여 명이 재판 없이 총살 또는 교수형으로 약식 처형 시켰고 3만 8000명을 수감시켰다.

폴란드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나치 관리들과 부역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최고 국가 재판소를 설립했다. 이 재판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사령관이었던 루돌프 회스(Rudolf Höss)를 포함한 49명의 나치 관리들을 재판하여 사형을 선고했다.

전범국인 독일에서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역자들을 찾아서 처벌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2021년 10월 7일,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의 한 법원은 당시 100세였던 전 나치 친위대(SS) 대원 요제프 S가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했다. 광복 후 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고 박정희의 5.16과 신군부의 12.12 쿠데타 세력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근현대사는 물론 왕조시대에도 왕의 목을 친 적이 없었다.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조차도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아닌 기득권자들의 싸움이었다.

한 번은 제대로 된 단죄를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이재명 후보와 0.73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의 몰락을 예상했다. 나 또한 윤석열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지 못하리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윤석열의 집권 절반이 조금 넘어 현실이 되었다. 윤석열 같은 인물은 없을 것이다.

"이승만의 아집, 박정희의 독선, 전두환의 폭력성, 이명박의 교활성, 박근혜의 무지. 이런 역대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이어받은 것 같아요."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다시는 윤석열같은 인물이 권력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윤석열 내란 사태가 정리되고 윤석열과 주요 임무 종사자들이 사법절차를 마치고 나면 대한민국에선 내란범들의 형 집행과 관련하여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실행하지 못했던 결단을 해야 한다.

윤석열과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합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이다. 그 단죄는 형식적인 게 아니라 프랑스의 시민들이 왕(루이16세)의 목을 쳤듯이, 2차 대전이 끝나고 드골 정부가 비시 정부의 부역자들을 처벌했듯이, 폴란드, 러시아가 부역자들을 처벌했듯이 단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죄는 비가역적, 즉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한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칼슈미트(Carl Schmitt)는 정치적인것의 범주(Das Politische) 개념을 통해 정치를 다른 사회적 영역(도덕, 미학, 경제 등)과 다른 독자적인 범주로 규정했다. 정치의 핵심은 '적과 동지'의 구별이다. 도덕은 선과 악, 미학은 아름다움과 추함, 경제는 이익과 손실을 구별하지만 정치는 필연적으로 적과 동지를 구별한다. 그렇기에 정치적인 것은 가장 기본적이며, 다른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긴장과 대립이 존재한다. 그 긴장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궁극에는 생사(生死)를 결정하는 문제로 치닫는다. 그 결과는 전쟁이다. 윤석열은 12.3내란 사태를 벌임으로써 상대 세력과 협의와 협상을 하는 대신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적에게는 죽음을, 동지에게는 권력과 부를 선사하려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과 주요임무 종사자들을 단호히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빛의 혁명 3단계 1월 11일(금)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유투브 '다스뵈이'다 337회에서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가 빛의 혁명의 3단계를 강의하고 있다.
빛의 혁명 3단계 1월 11일(금)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유투브 '다스뵈이'다 337회에서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가 빛의 혁명의 3단계를 강의하고 있다. ⓒ 다스뵈이다

서구의 민주주의를 넘어

윤석열은 12.3 내란 사태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그가 오히려 법을 파괴하고 있으며, 윤석열의 추종자들은 법원을 침탈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조롱하며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용감한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은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를 막아냈고, 윤석열을 평화적으로 탄핵시켰고, 합법적으로 체포했으며 결국 구속시켰다. 대한민국의 무너진 민주주의는 다시 회복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식 민주주의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구 국가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2025년 2월이지만 나는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12월 3일을 살고 있다. 나에게 12월 4일은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따라 공정한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날이다.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대한민국은 서구 민주주의를 넘어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내란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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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입니다. 할수있지만 하지 않을 자유를 소망합니다.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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