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 신익희 선생과 함께 상해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조소앙 선생. 선생은 대한민국임시헌장 작성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 위키백과
한국 근현대사는 격동의 시대만큼이나 다양한 인물을 배출하였다.
그 중의 한 분인 조소앙은 매우 특출한 인물이다. 독립운동사는 물론 민족사에 불멸의 문건으로 남을 몇 건의 '선언문'을 작성하고, 풍찬노숙의 독립운동가로서 생애를 바쳐 삼균주의사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 <건국강령> 등을 마련하였다. 삼균주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뿐만 아니라 좌우 독립운동 진영의 이념적 기틀이 되었다.
해방 후에는 삼균주의에 바탕을 두고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에 참여하고, 피랍되어서는 중립화통일론을 제기하였지만, 양쪽에 포진한 분단세력, 권력지상주의자들에게 조소앙과 그의 사상은 배척의 대상일 뿐이었다.
20세기 전반 민족의 수난기에 사상가 조소앙이 아니었다면 우리 독립운동사는 매우 건조했을 것이다. 세계 피식민지 해방운동사에서 우리 임시정부처럼 일관되게 이념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광복운동을 전개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 중심에 조소앙이 자리잡고 있었다.

▲경기도 양평의 조소앙 기념관 앞에 있는 조소앙 동상 ⓒ 여경수
그는 사상가로서만 아니라 정치가·외교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열강의 한국에 대한 '위임통치'에 반대 이론을 전개하면서 대응해 나간 활동을 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가정이지만, 임시정부가 개인자격이 아니고 정부자격으로 환국하여 국민의 지지 속에서 해방정국의 통치기관이 되고 삼균주의가 새나라 정부의 국책으로 채택되었다면 한국의 방향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통일정부수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승만이 초대 국무총리에 그를 지명했더라면 6·25전쟁을 막거나 민족주의자와 중도파 인사들의 대거 납북 또는 월북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이승만의 독선과 독재는 크게 억제되었을 것이다. 이 같은 가정에서 생각할 때 조소앙의 존재감은 더욱 돋보인다.
조소앙은 1946년 12월 삼균주의청년동맹을 창설하면서 "삼균주의야말로 모든 인민이 골고루 배우고 골고루 살고 골고루 먹는 유기철학에 의한 절대진리"라고 선언하였다. 정치와 경제와 교육의 균등사상을 풀어 설명한 것이다. 민족자결의 독립국가, 민주정부, 균등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그의 정치이념을 '균등'이란 단어만을 떼내어 사회주의, 회색주의자로 매도하는 식자도 있다. 그 협량함이 민망할 지경이다.
조소앙의 균등주의는 소비에트나 북한식의 '균등'이 아닌 독립국가, 민주정부의 전제로 가능한 이데올로기다. 그러니까 '목표로서의 균등'이 아니라 '수단으로서의 균등'이다. 출발점이 다른 달리기 경주가 불공정하고 결과가 뻔하듯이, 수단이 균등하지 못하면 목표가 균등할리 만무하다. 예컨대 교육기회가 균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경제력의 균등이 불가능한 이치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권력층이나 재벌가 자녀와 빈곤층 자녀의 교육의 기회가 같지 않듯이 말이다.

▲조소앙 어록비 ⓒ 이승철
삼균주의청년동맹 결성취지서
혁명청년들아!
민족정신을 고조하는 청년들아!
사회개혁을 절규하는 청년들아!
이렇게 밀어나가면 민족적 위기만을 연장하여 가련한 현상을 부식할 뿐이니 우리끼리로서 '청년자결'의 노선을 밟아 민족의 위기를 바로잡아 나아가자.
우리 청년들은 가장 국제적 이해를 받고 있다. 정치적 기아와 지식적 빈곤이 우리로 하여금 경제적 고통보다 교대(較大)한 압력으로 누르고 있다. 압력에 눌린 우리들은 목전의 악열한 환경에 대하여 싸우자. 강렬한 용기로써 극복하자.
백전불패의 승리를 가져오기 위하여는 정예한 무장군의 결성이 무엇보다 선결문제임을 중첩설명할 여지도 없다. 이런 청년의 무장군은 일정한 규율과 신념과 실천에 일치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훈련의 중심적 지도원리로써 신청년의 동력을 보급하여 조달하자, 일정한 원리는 "골고루 알고, 골고루 벌고, 골고루 하자"는 것이다.
지력의 발전으로써 우(愚)의 세계를 전복하자. 부력의 증진으로써 빈의 사회를 타도하자. 균력의 확립으로써 약(弱)의 민족을 해방하자.
독립국가는 이런 원리의 집행에서만 성공될 것이며, 민주정부는 이런 원칙의 실천에서만 출현될 것이며, 균등사회는 이런 신념의 완성으로만 창조될 것이다.
청년들아! 이것이 삼균주의의 뿌리이며 안광(眼光)이다. 균지와 균권과 균부의 요구는 인간의 본원이며, 역사적 명령이며, 세계적 최대 요구인 것이다.
우리 청년들아! 공리(公理)는 간이한 것이며 원칙은 평탄한 것임을 알자. 모든 주의의 정화가 이에서 결정적 광채가 나타날 것이며, 모든 정론의 정맥이 이에서 활약될 것이며, 모든 학자와 철인의 진단과 처방이 이에서 최후 단안의 일치를 보일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이 삼균주의의 원리를 고집하고 신봉하여서 최고도의 실행력을 가다듬어서 복국·건국의 단계적 임무를 비롯하여 치국평천하의 최후 발전에까지 돌진하자.
이에 삼균주의당인 한국독립당의 지도 아래 삼균주의청년동맹을 결성하여 중앙·지방 및 지구에 대회와 위원회의 기관을 두고 학교·공장·광산·농촌·교회·도시·직장 및 특수한 기관 혹은 집단에 세포를 조직하여 15세부터 30세까지의 청년남녀의 우·약·빈을 혁명하며 지·권·부의 균유(均有)를 목표로 교육·정치·경제를 균등히 건설하며 인여인·족여족·국여국의 균영(均榮)을 도모함에 희생적으로 분투할 수 있는 한국청년의 총동원, 정신적 무장체제를 확립하려한다.
청년들아!
삼균주의를 신봉하자!
삼균주의를 신봉하는 청년들아!
동맹하자!
삼균주의청년동맹 결성 만세! (주석 1)
주석
1> <소앙선생문집>下, 327~328쪽.
덧붙이는 글 | [광복80주년명문8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