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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해방 당시 문화계는 성향에 따라 좌우로 분열되었다.

좌익측이 선수를 쳤다. 1945년 8월 16일 좌익계열의 문학인들이 조선문학건설본부를 구성한데 이어 미술·음악·연극·영화 등 전 예술분야 인사들을 조직에 끌여들어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1945. 8.18)로 개편하고, 9월 17일에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연맹으로 확대한데 이어 12월 13일에는 조선문학가동맹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해방공간의 문화계를 주도해 나갔다.

이에 맞서 우익 진영의 문학인들은 1945년 9월 8일 조선문예협회에 이어 1946년 3월 13일 전조선문필가협회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참여 인사는 정인보를 비롯하여 김정설·이선근·박종화·양주동·김진섭·이병기·설의식·안재홍·장도빈·이병도·이관구·윤백남·이종영·김동인·정지용·함상훈·오상순·변영로·손진태·이희승·김준연·고재욱·오종식·조윤제·안호상·이금화·황신덕·장덕조·김광섭·이헌구·김동리·곽종원·조연현 등이었다.

왜정시절 총독부가 주관한 조선사편수회를 비롯한 친일어용기관과, 조선문인협의회, 조선배구작가협회, 조선시가연맹 등이 발전적 해산에 의해 창설된 조선문인보국회(1943. 4. 17)에서 이른바 '황도문학'을 수립한다면서 일제의 침략전쟁과 내선일체에 적극 참여했던 인사들도 다수 끼어 있었다. 그러나 지조를 지켰던 문인, 사회인사들도 없지 않았다.

전조선문필가협회

회장 : 정인보
부회장 : 박종화·채동선·설의식·이병도·함상훈
언론부장 : 이선근
학술부장 : 안호상
문화부장 : 양주동
교육부장 : 허영호
미술부장 : 이종우
연예부장 : 안석주
음악부장 : 채동선
체육부장 : 서상천
과학부장 : 김봉집
사무국상무위원 : 이헌구·오종식·김광섭.

4개항의 강령

1. 진정한 민주국가 건설에 공헌하자.
2. 민족자결과 국제공약에 준거하여 즉시 자주독립은 촉성하자.
3. 세계문화와 인류평화 이념을 구명하여 이의 일환으로 조선문화를 발전시키자.
4. 인류의 복지와 국제평화를 빙자하여 세계제패를 꾀하는 모든 비인도적 경향을 격쇄하자.

전조선문필가협회는 결성 취지문을 대회 날 김광섭이 낭독하였다.

결성취지문

8월 15일 이전에 우리는 일본 군국주의 앞에서 해골의 춤을 추어 소위 '황도'의 폭풍 아래 밀려서, 조국의 역사를 버리고 살아왔다. 이 비애의 도탄 속에서 비록 준비없이 받아들인 해방이나마 3천만 민중에게 잊어버렸던 민족적 각성을 깨우쳐, 자주독립의 길을 열어주었음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학정은 끝나고 민중은 열광하였으나 오랫동안 민중을 떠났던 지도자들은 조선이 나아갈 목표를 한 곳에 두지 않고 따라서 민중의 사상을 삼분오열케 하여 드디어 비약이 도리어 실추로 전화하려 하고 피의 의식으로써 갈망하던 독립은 지도자의 입에서 정권화되고 민중의 정열에서 떨어진 듯한 감도 없지 않으니 실로 8·15 이후의 조선정당사는 진리를 은폐한 기술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세계의 정세가 단순치 않고 사상의 계열이 복잡한 가운데서 억압되었던 36년의 모두가 숨김없이 폭발되는 해방 후의 사태가 모색을 거치지 않고 간단히 정돈되기 어려움은 이미 예상한 바이었으나, 국권을 게을리하여 빼앗겼던 죄의 36년을 잊어버리고, 독립의 전야가 공(公)히 밝지 못하고 사(私)에 어두워 환경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감행되지 못한 채 세계가 주시하는 백일의 태양 아래서 외적과 싸우지 못한 용기를 다하여 동족끼리 피비린 암투를 계속함을 일삼아 어느덧 우리는 일본의 독점을 떠나 연합국 사이에 끼인 듯하나, 이것이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건국 초기의 위대한 역사적현실에 반복됨이 아니라 하며, 만대에 누릴 통일국가 건설에 일대 한사(恨事)라 아니하랴!

이에 문필을 가진 우리들은 붓을 반드시 정당의 칼로 삼음이 아니나, 민중의 여론에 지표가 서지 못한 이 혼란된 사태에 처하여, 이미 각성되었고 또 각성되려는 문화인의 현대적 정치의 정세를 다시금 순화하여 태극기 깃발 아래에 삼천만의 정열을 집중시키고, 공의를 형성하여 한결같이 인권이 존중되고 자유가 옹호되고 계급이 타파되고 빈부가 없는 가장 진정하고 가장 민주적인 국가관, 세계관을 밝혀 세계와 인류에 공통된 민족국가 이념 위에, 역사가 중단되었던 조국을 재건하려 함이니 세계에 빛나는 한 민족, 한 국가로 자처할 이 국민문화의 형성은 소 파벌의 독재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요, 계급적이기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요, 전체에의 반동도 묵인되지 못할 뿐더러, 논리에 있어서 모순이 없고 성격에 있어서 준철하며, 감성에 있어서 발랄하여 스스로 자주 자율하는 고귀한 도덕성이 요청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전조선문필가협회'가 한번은 반드시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민족적 숙명 아래서 역사적 현실적 필연성을 띠고 탄생하는 바이니 우리는 어디까지든지 민주주의의 공식적 정당 강령화를 넘어서 생명에 부딪치고 다시 생활의 이념이 되어 정치로 향하여 가는 진정한 민주주의 문화를 건설하려 한다. 전도가 강호제현의 아낌없는 편달만이 우리를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리라 믿는 바이다. (주석 1)

주석
1> 한국문인협회 편, <해방문학 20년>, 23쪽.

덧붙이는 글 | [광복80주년명문8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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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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