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도 가평,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기자말] |
가임여성의 63.5%가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각자도생 시대에 결혼과 출산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치부된다. 부정적인 생각은 곧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라는 현실로 이어진다.
태어나면서부터 끝없는 경쟁과 마주하는 시대, 청년 사망의 원인 1위가 자살인 시대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부모의 관심사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생의 과업인 듯하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남의)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더 많은 노동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상 스트레스와 극한 노동으로 점철된 삶의 결과는 행복이 아닌 번아웃일 가능성이 높다.
삶은 결코 계획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단순히 재산의 크기로 행복을 논하기에는 삶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만 하루에 900명 이상이 삶을 마감했다. 10년 후는커녕 당장 내일 일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책 <아이의 뇌> 표지. ⓒ 포레스트북스
현명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다. 숨만 쉬고 일하다 보니 어느덧 첫째가 4학년이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그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붕년 교수의 <아이의 뇌>는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자녀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포유류와 인간이 다른 점은 뇌의 성장이라고 한다. 짐승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뇌가 거의 완성되어 있지만 인간은 성장하면서 뇌가 계속 자란다는 것. 그래서 자녀가 자라는 동안 부모의 관심과 바른 양육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과 세르토닌은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 목표를 성취할 때 생성되는 도파민과 달리 세르토닌은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만족과 관계가 깊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세르토닌 생성에 도움을 준다. 복식호흡을 하거나 명상을 하며 마음에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공부와 경쟁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위협'을 느낀 신체는 동공이 확대되고 심장이 수축되며 맥박이 증가하게 된다. 지속되는 학업의 압박과 경쟁은 행복호르몬이 아닌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신체 활동은 필수적이다. 뛰어노는 것은 정서와 신체발달을 촉진한다. 놀이터와 운동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곧 자녀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지능 3종 세트
<아이의 뇌>에서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3가지의 지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씩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생각지능'은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의 깊이와 너비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뇌는 압박이나 긴장이 없는 편안한 상태일 때 효율이 극대화 된다. 또한 원하는 것을 할 때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란다.
자녀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잘못되었다고 꾸짖거나 간섭하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자녀를 봐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뇌는 무럭무럭 성장한다.
독서는 사고력을 기르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책보다는 모바일 기기와 영상에 익숙한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슨 책이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평소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자녀가 책과 자연스럽게 친밀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자녀를 대하는 것이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아이의 의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때, 자녀들의 사고가 더 깊고 넓게 뻗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둘째로 '정서지능'은 생각의 방향, 색깔과 관련이 있다. 아이가 평소 불안해하지 않고 친구와 잘 어울리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정서지능이 우수할 확률이 높다.
아이들은 부모의 공감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녀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이 호응할수록 풍요로운 정서를 가진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또한 신체접촉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자녀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신체 접촉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물론,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에도 자녀들을 꾸준히 안아주는 것이 좋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다른 어떤 백신보다도 강력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셋째로 '실행지능'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사람은 당장 눈앞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더 큰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성장해 나간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경쟁과 협동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끝없는 경쟁, 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삭막한 경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자녀의 실행지능을 높이기 위해서 평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상황 속에서 부모의 응원을 받는 아이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아끼지 않을 때,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 한겨레
물론 책과 현실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마음 같아서는 자식들에게 사랑만 주고 싶지만, 현실은 높은 물가와 맞벌이에 찌들어 생존하기에 급급한 삶이 아닌가.
가정을 영위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분명 힘들고 고통스럽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마음은 공허하고 관계는 빈곤한 삶이기에. 우리 자녀들이 맞이할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기에.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한 자녀들이지 않을까. 앞으로는 결혼과 출산이 더욱 천대받을 테니. 동네에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고 병원과 교육기관들이 문을 닫을 수록, 지금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읽으며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믿어줄 때,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때, 격려와 칭찬으로 자녀의 성장을 이끌어줄 때 우리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음을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