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남양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은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기괴한' 숲이 됐다. 화성시는 북부산림청 소유 폐 석산으로 방치된 곳을 탄소중립 도시숲으로 조성했지만, 인근 주민 누구도 찾지 않는 소위 '유령 도시숲'이다. 이 숲은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인데 지난해 11월 28일 제24회 자연환경대상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화성시 남양읍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달 11일 <화성시민신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도시숲에 저 상태로도 최우수상을 받는지 의문"이라면서 "화성 IC 근처 보면 산만 깎아놓고 아무것도 없다. 공원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라고 혀를 찼다.
제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12일에 현장을 찾았다.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몇 마리의 고라니만 뛰어놀고 있었다. 우선 입구에는 도시 숲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아래로 한참 내려가야 보이는 작은 표지판이 이곳이 도시숲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17억 쏟아부었지만... 정작 주민은 모르는 도시숲
<화성시민신문> 취재 결과, 이곳 남양 석산은 주식회사 용원석산개발에서 1992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토석을 채취한 곳이다. 채취량은 약 272만㎥. 산 소유주는 북부지방산림청으로 수원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하고 있다. 이후 업체는 2016년 10월 24일 토석채취 허가 종료에 따른 복구를 준공했다. 원상복구까지 방치된 폐석산에 화성시는 시비를 들여 공원을 조성했다.
화성시는 2021년 4월 15일 '폐석산 도시숲 조성 협약'을 북부지방산림청과 맺고, 2023년까지 총 19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녹색쉼터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화성형 그린 뉴딜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해당 부지 총 20만8429㎡의 국유지를 무상 제공하고 화성시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 40여 종의 나무 5만 주를 식재해 도시숲을 조성한다.
<화성시민신문>은 '남양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총 사업비는 17억400만 원으로 도비 28%, 시비 72%로 조성됐다. 조성기간은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4월 11일까지다.
그러나 남양주민 대다수는 이곳이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숲 바로 뒤편 서희스타힐스 아파트에 사는 A씨는 8일 <화성시민신문>에 "한 번도 그 숲에 가본 적이 없다. 주민들은 아파트 내에 조성된 중앙공원을 이용한다"라며 "그곳에 가는 주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원 조성이 완료된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고라니 뛰노는 숲, 인적은 찾아볼 수 없는 숲
이렇게 조성된 남양 미세먼지 차단숲은 2023년 조성 이후 유지 관리 예산만 3억6200만 원이 들었다. 2024년도 유지관리 예산은 1억5000만 원이었다.
진입 도로나 안내판 표지, 홍보 등이 전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화성 시청 산림휴양과 관계자는 "남양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은 생활권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차단하거나 흡수·흡착 등의 방법으로 저감하는 역할의 도시숲으로, 2023년 조성 완료 이후 연간 유지관리비 예산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보완 및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숲 홍보 부족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속적인 관리로 산림 밀도를 높여 추후 휴양·복지형 도시숲으로 변경 협약할 수 있도록 북부지방산림청과 협의 중"이라면서 "진입도로 및 안내판 표지는 사유지 편입 문제로 인해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숲 홍보는 검토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