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사직서 제출 후 경찰에 자진출석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다급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출석 직후에는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듯한 공지를 기자들에게 띄우는가 하면, 사직서 제출 사실이 알려질 무렵에는 갑자기 국방부를 향해 "관저 경비 포기는 안보 위해 행위"라며 손을 흔들고 있다.
10일 오전 박 처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한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했다. 그는 조사 전 취재진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최상목 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드려서 정부기관 간 중재를 건의 드렸고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의 국가수사본부 도착과 거의 같은 시각, 윤 대통령 변호인 중 한명인 윤갑근 변호사는 언론에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 내용으로 판단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박 처장이 경찰 출석 전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윤 변호사의 공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호처와 관련한 직무 대행 체계 전환을 왜 직무정지 된 대통령 변호인이 언급하나"라며 업무 범위를 벗어났음을 지적했다.
잠시 후인
오전 10시 10분경,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경호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오후 4시 19분, 기자들에게 "국방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제목의 변호인단 입장문이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이미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이후
입장 정리가 끝난 국방부를 일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호명하기 시작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관저를 경비하는 55경비단의 임무는 국가보안시설이자 군사기밀보호구역인 대통령 관저의 외곽을 경비하는 것으로서 경호처의 지휘를 받아 외부인의 무단침입이나 공격에 대해서 방어하고 보호해야 한다"며 "현재 공수처와 국수본이 불법 영장을 무력으로 집행하려고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경호와 경비 업무는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에 '체포영장 저지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해당 부대의 철수까지 검토했음을 언급하며 "국방부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또 "이러한 행위는 대한민국의 군사기밀과 보호시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자 군사기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의 명문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변호인단은 "불법에 맞서야 할 경비병력이 대통령경호법, 군사시설보호법에서 주어진 당연하고도 명백한 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을 넘어 내란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지시를 한 국방부의 결정권자는 엄중한 법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국방부는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며, 경비 병력 역시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따를 의무가 없으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딱 5분 뒤, 박 처장이 경찰 출석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속보가 떴다. 곧바로 기재부 쪽에서 박 처장의 사직서가 수리됐음을 공지했다.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호처 내부에 이견이 있었고, 박 처장은 중재하려던 쪽 같다"며 "그가 경찰에 출석하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더 커졌을 테니 변호인단이 다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은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를 찾아서 공수처 사무실로 데려오려는 것 뿐"이라며 "체포영장 어디에도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변호인단 주장을 일축했다.
[관련 기사]
관저 버리고 자진출석 경호처장..."사실상 백기투항""경호처 동요 심화" https://omn.kr/2bt8w
경호처 김건희·김용현 라인, '관저 요새' 주도하나... "먼저 체포해야" https://omn.kr/2bsx2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