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캐나다에 살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이런 날이면 얼큰한 탕이나 바삭한 빈대떡 같은 음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없을까 생각하며 근처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트의 냉동 진열대는 다양한 식재료로 가득했다. 대패 삼겹살, 우족, 낯익은 한국식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닭똥집(닭 근위, 닭 모래주머니)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전만 해도 캐나다에서 닭똥집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식재료였다. 현지인들에게는 먹지 못하는 부위로 여겨졌고, 시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동양계 이민자들이 닭발과 닭똥집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형마트에도 판매되기 시작했고,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제는 흔한 재료가 되었다.
가격은 그 사이 많이 올랐다. 한때 2~3달러면 살 수 있었던 닭똥집이 이제는 7달러를 넘어간다. 그 소박했던 가격이 새삼 그리워지기도 했다.
닭똥집과 함께 고추, 숙주나물을 장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닭똥집 볶음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고향의 맛을 떠올렸다.
숙주를 넣어 요리했더니, 닭똥집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함에 아삭한 숙주의 식감과 향긋함이 더해졌다. 매운 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도 생각났다. 혀끝을 자극하는 캡사이신이 닭똥집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온 아내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니 하루의 고단함이 잊혔다. 비록 타국에서 살고 있지만, 이렇게 고국의 맛을 식탁 위에 올릴 때면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타국에서 사는 이민자의 삶은 매일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야 하는 여정이다. 하지만 손수 만든 고향의 맛은 마음을 위로하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다.
이날 내가 만든 닭똥집 볶음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술 한 잔에 곁들일 안주로, 한 접시의 반찬으로, 무엇보다 고향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담은 특별한 요리로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소박하지만 깊은 행복을 느끼며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