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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0 15:52최종 업데이트 25.01.10 15:53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 그 '화개 장터'의 현재

상인들 쉬어가던 섬진강 하동 화개 장터의 역사 문화 탐방 여행

 섬진강 하동(경상도)과 광양(전라도)을 연결하는 화합의 다리
섬진강 하동(경상도)과 광양(전라도)을 연결하는 화합의 다리 ⓒ 이완우

며칠 동안 눈이 내려 많이 쌓였다. 섬진강 상류의 시골 마을은 설국을 이루었다. 지난 9일, 하동 화개 장터와 쌍계사를 찾아가는 역사 문화 여행을 계획하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마을 길목에 쌓인 눈을 치웠다. 마음은 '눈이 쌓인 계곡에 칡꽃이 피었다'는 설화가 전해 오는 하동 화개에 먼저 가 있었다.

열차가 전라선 오수, 남원과 곡성 역을 지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설경이 점차 옅어졌다. 구례구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하동 화개 장터에 도착했다. 하동은 눈 내린 풍경은 볼 수 없었다. 멀리 하얗게 눈이 쌓인 지리산 능선만이 가깝게 다가왔다.

하동의 화개 나루가 있었던 섬진강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하동(경상도)과 광양(전라도)을 화합으로 연결하는 섬진강 다리를 건너 화개 장터에 도착하였다.

 하동 화개 나루가 있었던 섬진강 풍경
하동 화개 나루가 있었던 섬진강 풍경 ⓒ 이완우

하동 화개 장터는 지리산 계곡물인 화개천이 섬진강을 만나는 곳에 있다. 화개 장터는 남해에서 섬진강을 올라온 짐배, 지리산 벽소령(碧宵嶺, 푸른하늘재)을 넘어온 보부상이 만났던 곳이다. 하동 화개면은 북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에 맞닿고, 지리산 주능선의 주요 고개인 벽소령을 넘으면 함양군 마천면이다.

화개 장터는 남해안의 해산물과 지리산 운봉고원의 농산물 등이 지리산 벽소령 고개를 넘어 교역되던 터전이었다. 하동의 전통 화개 장날은 1, 6일이고 남원의 인월 장날은 3, 8일이었다. 이들 오일장은 지리산 섬진강과 더불어 장터에 모여들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의 리듬이었다.

 하동 화개 장터
하동 화개 장터 ⓒ 이완우

화개 장터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화개 장터가 옛날의 전통 오일장의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제는 상설 시장으로 단장되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가 함께 어울려 흥청스럽던 오일장 시골 장터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그 옛날에 보부상과 장꾼들은 화개 장터를 찾아 달빛 푸른 지리산 고개를 넘어와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팍팍한 다리를 쉬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이제 전설처럼 아득하다.

 하동 화개 장터
하동 화개 장터 ⓒ 이완우

화개 장터는 김동리(1913~1995)의 단편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하다. 단편 소설 '역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 여정은 지리산과 섬진강(하동 화개), 낙동강(남원 인월)의 자연환경에서 보부상과 장꾼으로 살아갔던 장터 백성들의 수많은 삶의 이야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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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엿판을 메고 육자배기를 흥얼거리며 화개 장터를 떠나서 발 가는 대로 하동으로 향했다. 인간의 삶은 고단한 순간의 연속이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자연이었다.

계절 따라 봄이면 뻐꾸기가 산울림처럼 울고, 강변에 늘어진 버들가지엔 아침 햇빛이 밝아왔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을 만나면서 화개 장터가 배경인 단편 소설 '역마'는 산줄기와 강물 같은 유장한 풍경을 이루었다.

 김동리 역마 소설의 내용 회화 비석, 만남, 쌍계사 가는 길, 이별.
김동리 역마 소설의 내용 회화 비석, 만남, 쌍계사 가는 길, 이별. ⓒ 이완우

한편, 하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야생차밭과 섬진강이라고 한다. 느림의 미학을 담은 섬진강과 야생차밭의 풍경을 둘러보고, 지리산 계곡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쌍계 명차의 가게에서 여유롭게 녹였다.

장에서 쌍계 명차로서, 녹차와 발효차 그리고 쌍화차를 주문하였다. 녹차는 쌉쌀하고 떱떱하였다. 발효차는 떫으나 덜 쓰며 약간 산미가 있었다. 쌍화차는 달면서 향이 진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함께 여행 온 가족들은 여러 차의 미묘한 맛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오랫동안 한가로운 여유를 누렸다.

 쌍계 명차, 녹차 발효차 쌍화차
쌍계 명차, 녹차 발효차 쌍화차 ⓒ 이완우

신라 시대에 한 스님이 '설곡리(雪谷裏) 갈화처(葛花處)' 즉 '눈 쌓인 계곡 속에 칡 꽃이 핀 곳'에 터를 잡아 가람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 가람이 옥천사(玉泉寺)였고 현재의 쌍계사이다. 이렇게 하동 '화개(花開)'의 지명은 지리산 쌍계사의 창건 연기 설화에서 유래한다.

행여 하동 화개 장터를 찾아보고 지리산 쌍계사에 가는 날은,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는 풍경이기를 바랬다. 하동 화계 장터에 쌓인 눈은 전혀 없었지만, 흰 눈 쌓인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화개 장터 한편에서 1919년 기미(己未) 독립 만세운동 기념비가 겨울바람을 이기며 우뚝 서 있었다. 달빛 푸른 지리산 고개 넘어 이곳 장터에 머물던 보부상들의 후예가 독립 만세운동의 주역이 되었을 것이다.

비석을 보며 화개 장터에 새겨진 지리산과 섬진강에 울려 퍼졌던 자주독립 정신을 되새겼다. 언젠가 화개 계곡의 지리산 쌍계사를 찾아가면, 눈 쌓인 겨울 계곡에 핀 칡꽃(여름꽃)을 볼 수 있을까?

 화개 장터, 1919년 기미 독립 만세운동 기념비
화개 장터, 1919년 기미 독립 만세운동 기념비 ⓒ 이완우




#화개장터#김동리역마#하동쌍계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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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관광 분야의 가치를 찾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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