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소설 쓰는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 청소년 소설 <남극 펭귄 생포 작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밥은 굶더라도 일기예보는 챙깁니다. 밥보다 중요한 날씨 이야기를 24년간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연계하여 최대한 재밌고 쉽게 풀어보았습니다.[기자말] |

▲특보현항푸른색 부분이 한파경보, 푸른색 점선이 한파주의보 지역이다 ⓒ 기상청
전라남도와 해안가 일부만 제외하고 전국에 한파주의보와 경보가 발효 중이다. 폭설까지 내려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취약계층 외출 자제, 시설물 동파 예방, 운전 조심하라고 재난 문자가 왔다. 오늘(10일, 금요일) 아침 8시 서울 현재 기온은 영하 12.1도다. 올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다.
아침 일기예보에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다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을 수도 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춥다고?
어제(9일 목요일) 서울 아침 8시 기온은 영하 10.1도였다. 어제보다 대기의 온도는 분명 더 낮다. 그런데 왜 느낌상 어제보다 덜 추운 것 같을까. 이는 인간이 느끼는 온도의 강도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온이 같아도 바람이 강하면 더 춥다.
기상청에서 막대한 예산과 인력으로 기상정보를 생산하는 이유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다. 단순하게 대기의 온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인간이 직접 느끼는 추위의 정도가 국민에게 더 귀중한 정보라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기상청에서는 실제로 느끼는 온도인 체감온도를 같이 제공한다.
어제(9일 목요일) 아침 8시 기온은 영하 10.1도였고, 오늘(10일, 금요일) 아침 8시 현재 기온은 영하 12.1도로 어제보다 낮았지만, 체감온도는 어제 16.5도, 오늘 12.1도였다. 어제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오늘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덜 춥게 느껴진 건 당연하다.
또다시 갱신한 최고기온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이곳(서산)도 추위가 영롱하다. 서산은 해안가라 아직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저녁 8시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될 거라는 예보가 나왔다.
아침에 눈을 치우고, 동네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까지 가봤다. 어린 시절 봄이면 가재 잡고, 여름이면 멱 감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던 개천엔 하얀 두루미 한 마리가 석고상처럼 서서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인 물만 얼고 개천물은 맑게 천천히 흘렀다. 겨울 방학 내내 썰매를 타던 곳이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인데도 얼지 않았다. 물의 성분이 변할 리 없다. 그렇다면, 내 어린 시절보다 지금이 덜 춥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지금은 한강이 얼면 뉴스거리다.

▲한강 얼음한강에서 두꺼운 얼음을 자르고 있다. ⓒ 서울역사박물관
전문가들이 경고하지 않아도 기후가 변했다는 걸 대부분 사람은 느낄 것이다. 지금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기상관측값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작년 우리나라 연 평균기온은 14.5℃로 평년(12.5℃)보다 2℃ 높았다. 이는 113년 만에 가장 더운 해였다. 관측이 시작된 게 113년이기에 이 기록은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모른다.

▲연평균기온1973-2024년까지 연평균기온(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기상청
지금이야 춥다고 난리지만,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무더운 열대야에 고생했었다. 특히, 작년(2024년) 열대야는 최악이었다. 작년 열대야 일수는 무려 24.5일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 6.6일보다 3.7배 많다. 역대 가장 많은 일수다. 특히 작년(2024년) 날씨의 특징은 9월까지 이어진 무더위였다. 9월까지 열대야가 이어졌다.

▲2024년 월별 기온 편차9월이 평년 대비 4.2도 높다. ⓒ 기상청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누구나 느끼듯이 지금 기후가 따뜻해지고 있다. 이 원인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인류가 배출한 화석연료 탓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래서 인류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합의했다. 앞으로 기후를 따뜻하게 하는 온실가스를 좀 줄이자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28년이 흘렀음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재생에너지로 바꾼다고 하지만, 아직 인류문명의 근간은 화석연료고, 문명의 퇴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화석연료를 줄이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함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지금 LA 인근이 불타고 있다. 피해액만 70조 원이 훌쩍 넘을 거로 예상했고, 피해는 계속 불어날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이 모든 게 기후가 변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보다 더 시급했던 일이 있었을까?
개구리보다 못한 인류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뛰어나오지만, 개구리를 찬물에 먼저 넣고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천천히 데워지는 물에 적응하여 끝내는 삶아져 죽는다는 것이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기업 경영이나 조직 관리에 자주 활용된다. 천천히 증가하는 위험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은 개구리처럼 삶아진다는 걸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2009년 7월 미국 경제를 삶은 개구리에 비유하며, 지금 당장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특히 2009년 폴 크루그먼은 삶은 개구리 문제가 경제 분야보다 환경 분야에서 더 심각하다고 언급해, 기후 관련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경제학자와 기후학자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 이론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생물학 관련 전문가들이 이를 정밀하게 실험했다. 온도 증가 속도에 따라 개구리가 다르게 행동한다든가, 또는, 실험 중에 소음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론은 개구리는 어느 정도 물이 뜨거워지면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올라가면 대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IPCC는 190여 개 국의 관료와 과학자 등이 참여하여 기후변화의 과학정보와 영향평가, 그리고 대응 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1988년도에 만들어진 국제 조직이다.
우리나라는 작년(2024년도)에 IPCC가 경고한 2도를 넘겼다. 그럼에도 인류는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 중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이 그나마 근근이 유지하던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지 않을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대통령 임기 때도 국제 기후변화 협정에 탈퇴한 이력이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개구리도 어느 정도 온도가 높으면 살아남고자 물속에 뛰쳐나오는데, 인간은 집단의 욕망에 휩싸여 치킨게임 중이다. 앞으로 더 더워지고, 더 추워지고, 더 메마르고, 더 홍수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점점 더 예측은 빗나갈 것이고, 대 혼란에 접어들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전문가의 손을 떠났다고 해야 옳다. 화학, 물리, 지구과학 등 모든 학문의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이 절실하다. 이는 권력을 쥔 자들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지금도 최강 한파 절정이란 뉴스가 계속 올라온다. 하지만, 밖에 나가 양지 바른 곳에서 하늘을 봐라.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한파 속 맑은 하늘 ⓒ 허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비상교육 중학교 과학 3, 96쪽 지구온난화 대처방안>과 <미래엔 지구과학 1, 134쪽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