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이 김민전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윤상현 의원의 전광훈 목사를 향한 '90도' 폴더 인사도 개별 '헌법 기관'의 행동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상욱 국회의원에게 노골적으로 탈당을 권유할 때는 찾을 수 없었던 '관대함'이다. 국민의힘의 '이중잣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앞서 김민전 의원은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백골단'을 위해 빌려주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관련 기사:
백골단 부활에 경악한 야권 "국힘, 김민전 제명하라"). 김 의원은 이들의 '명칭'에 대해서는 본인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9일 늦은 오후 추가 입장문을 내고 본인의 기자회견을 스스로 "철회"하는 촌극을 보여줬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적극 수용해 금일 진행된 기자회견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함은 물론,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는 것이었다.
권성동 "김민전, 본인 실수 인정하고 사과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백골단의 명칭이나 실체에 대해서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와 관련해 김민전 의원이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최근 윤상현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에 집회에 참여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계속 주장하는 전광훈 목사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당내 일부 인사들의 언행이 연일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같은 지적에도 "김민전 의원과 관련된 부분은 좀 전의 답변으로 대신하고, 개별 의원의 행동에 대해서 본인들이 '헌법 기관'의 일원으로서 거기 맞춰서 했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윤상현 의원이 집회에 가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저는 아는 바 없다"라고도 즉답을 피했다.
정작 김상욱 국회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는다고 직접 탈당까지 권유했던 것과는 또 배치된다(관련 기사:
탈당 권유했지만 '탈당 권유'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과 여러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윤 대통령 관저 앞으로 찾아가 공조수사본부의 적법한 체포수색 영장 집행을 몸으로 막아세우겠다고 찾아갔을 때 보인 당의 태도와 맥이 닿아 있다(관련 기사:
국힘 지도부의 이중잣대...김상욱은 안되고, 인간방패는 OK?).
권 원내대표가 자리를 떠난 후 추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에 나선 박수민 원내대변인 역시 "저희조차도 상황 파악 중이다"라고 거리를 뒀다. 처음 전해 들은 이름이 '반공청년단'이라서 '백골단'이 등장할 줄 몰랐다는 김 의원의 해명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나온 답이다.
박 대변인은 "(기자회견이) 갑자기 진행된 건 맞는 것이고, 김민전 의원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보겠다"라며 "저희조차도 상황을 갑자기...(알게 됐다)"라는 이야기였다. 국회에 들어올 때부터 이들이 하얀 헬멧을 머리에 쓰고 왔고, 이전부터 언론에 '백골단'으로 소개된 바 있는데 사전에 몰랐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는 의견도 현장에서 나왔지만, 박 대변인은 "파악해 보겠다"라고만 말을 아꼈다.
조정훈 "알았으면 안 했을 것" vs. 정광재 "1980년대 대학 다닌 분이..."
당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민전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김 의원 개별 행동에 대해 당에서 전혀 알지 못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김민전 의원도 그 이후에 SNS 등에서 '백골단'이라는 단어가 나올지 몰랐다라는 표현을 썼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도가 예전에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그런 이름들, 뭐 어떻건 그런 것들을 다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실 수준은 넘었다"라며 "그래서 김민전 의원도 즉시 철회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등장할 줄 미리 알았다고 한다면 "김민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안 했을 것이다"라며 "저는 그런 확신이 있다. 기자회견을 주선하지 않으셨을 것이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전 의원이 그런 판단조차 못하실 만큼 그런 분은 아니다"라며, '몰랐다'는 그의 해명에 신뢰를 보인 것이다.
반면,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당내에서도 김민전 의원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저도 그렇다"라며 "제가 1990년대 중반 (학번)인데 청바지, 청커버 입고 하얀 헬멧 쓴 사람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신 분이 백골단을 몰라서 이 반공청년단의 기자회견을 주선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랍다"라며 "'우리 당이 스펙트럼이 넓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거보다는 이건 뭐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전 의원이 이 기자회견을 철회했다고 그러는데 철회할 게 아니라 사과해야 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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