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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임파서블
라이프 임파서블 ⓒ 인플루엔셜

<라이프 임파서블>은 전 세계 10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작가 매트 헤이그가 4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이다.

전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삶을 직접 살아보는 경험, 후회되는 삶의 한 장면을 되돌려 본다는 설정의 소설이었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겠지만 스스로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라이프 임파서블>은 아들과 남편을 떠나보낸 후 후회와 죄책감 속에서 살고 있는 그레이스가 마법의 섬에서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시작하고 다시금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작과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인듯싶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삶'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겠지만

은퇴한 수학교사인 그레이스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었고 얼마 전에는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할머니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고립된 생활을 하며 언젠가 찾아올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40년 전 잠깐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자신에게 스페인 이비섬에 있는 집을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그레이스는 뭔가에 홀린 듯이 지중해의 이비섬을 향해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 그레이스는 크리스티나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하나하나 비밀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설 속의 빛 '파 프렌시아'를 마주한 그레이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된다.

반쯤 비어 있던 화병에 저절로 물이 차오르고, 그 계절에 절대 필 수 없는 희귀한 꽃이 앞마당에 피어 있는 등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레이스 할머니는 경이로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소설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곳에 가치를 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해 준다.

누군가는 '과거'라는 덫에 갇혀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때로는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며, 과거를 놓지 못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할 때도 있다. 과거의 그림자가 눈앞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다.

그레이스 할머니 역시 아들의 죽음 뒤 그에 대한 자책과 후회로 평생을 어두운 그림자에 갇혀 살았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빛을 사전에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 인생이라는 책에는 순수한 현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늘 앞 페이지의 단어가 보이고, 그 잉크 빛 그림자가 눈앞의 글자를 칙칙하게 한다. 적어도 또렷이 볼 수 없게 한다. (140쪽)

그레이스 할머니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 이후 그는 다시 행복해지는 삶은 포기했고, 자신의 삶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때까지 방치했던 것이다. 그레이스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다. 오직 다른 상대와의 비교를 통해 행복이나 불행을 느낄 뿐이라는 사실, 극심한 슬픔을 겪었던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378쪽) 그레이스 할머니가 조금 일찍 깨달았으면 어땠을까?

책을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70대의 나이에 이비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레이스 할머니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네가 이 순간을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 행성에서 기적은 주변 곳곳에 있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든 빗방울과 흩어진 빛의 입자에도, 삶은 노래하고 타오르지.

우리가 삶에 무감각할 때도, 삶을 외면할 때도, 삶이 너무 시끄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우리가 삶을 느낄 준비가 안 되었을 때도 삶은 우릴 기다려. 우리가 삶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 주기를. 밤이 되기 전 우리에게 적어도 한 번 더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준비를 하면서. (486쪽)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삶. <라이프 임파서블>을 읽고 난 후, 미래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했던 삶의 소용돌이가 나 자신을 거세게 몰아붙인다 하더라도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적어도 한 번쯤은, 내 삶에도 화려한 폭죽 타임의 순간이 올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삶을 긍정하면서 기다려 보려고 한다. 불가능한 인생이란 없다.

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은이), 노진선 (옮긴이), 인플루엔셜(주)(2024)


#라이프임파서블#매트헤이그#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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