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3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열린 ‘나고야소송지원회’의 제542차 금요행동 모습을 회사 관계자가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나고야소송지원회는 18년째 한국인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금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4. 12. 13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단체 3곳이 전쟁범죄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향해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앞으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전범기업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지금껏 이행하지 않고 있다.
9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나고야소송지원회)와 '한국 원폭 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회',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회'는 오는 10일 도쿄에 있는 전범기업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열기로 했다.
이들 3개 단체는 모두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왔다. 특히 '한국 원폭 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회'의 경우, 일제 강점기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사업장에 강제동원됐다가 원폭 피해를 당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금요일인 이날 오전 11시 30분엔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선전행동(일명 금요행동)을 진행한다.
같은 날 낮 12시 10분부터는 약 30분 간 인근 일본제철 본사 앞에서 같은 선전전을 이어간다.
이어 12시 50분부터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할 계획이다.
'금요행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한국에서 시작된 '수요시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됐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가 2007년 7월 20일부터 시작해 올해로 18년째다.

▲지난달 13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열린 ‘나고야소송지원회’의 제542차 금요행동 모습.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나고야소송지원회는 18년째 한국인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금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4. 12. 13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회사 쪽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조속히 사죄와 배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처음에는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진행해 왔으나 2020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여파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오다, 2022년 7월부터 월 1회(두 번째 금요일)로 변경해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일 올해 처음 열리는 제543차 금요행동부터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미쓰비시를 상대로 투쟁해 온 '나고야소송지원회'뿐 아니라 '한국 원폭 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회',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회'가 함께 연대해 정기적으로 금요행동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명 '금요행동'에서 '마루노우치 행동'으로 선전전이 전환된 것이다. '마루노우치'는 일본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도쿄 중심지구다. 이곳에는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본사 빌딩 등 2018년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배상 명령을 받은 피고 기업들이 100m 반경 내에 집결해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일본 소송으로 시작돼 오랫동안 피해자 지원활동을 해 온 단체들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연대활동은 펼쳐 왔지만, 한 곳을 거점으로 정기적인 항의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 지원단체들 "판결금 수용 불구 피고기업 사죄‧배상책임 사라진 것 아냐"
일본 시민단체들은 사전 배포 자료에서 "2018년 한국 대법원은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청구를 인정해 각각 배상을 명령했지만 일본 정부가 '한일조약 해결 완료론'(조약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이의를 제기해 두 기업은 아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범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10일 개최 예정인 선전전 동참을 호소하는 전단지.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이어 "한국 정부도 한국 (정부) 재단이 피고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갚는(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고 정치적으로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는 원고도 있고,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속 재판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명령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소송지원회' 공동대표는 "사정에 의해 판결금을 수용한 원고들도 일부 있지만, 그렇다고 피고 기업들의 배상 책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죄의 책임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부터는 피고 기업들을 더 압박하자는 차원에서 미쓰비시 금요행동으로부터 '마루노우치 행동'으로 발전적 변화를 하게 됐다"며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